우선 공통점은 간단하다. 두 회사 모두 모바일 O2O 컨셉의 비상장 벤처이면서 매출은 늘어나는데 순손실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
그럼 이제 차이점!!
1. Vertical vs. Horizontal
쿠팡은 Vertical이다. 전자상거래 이외에는 쳐다보지 않는다. 뻔한 비즈니스모델이지만 모바일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섬세하게 고객과 호흡한다. (이 차이를 못느끼지 못했다면 모바일 이해력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법인도 단순하다. 하나의 몸체로 미국법인은 미국에 있어서 미국 기관의 투자유치에도 참 좋다.
반면 옐로모바일은 Horizontal이다. 3년간 인수합병한 기업수만도 70개가 넘는다. 상거래, 마케팅, 병원, 여행, 미디어 일일이 셀 수 없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간에 시너지가 창출된다는 믿음이 깔려있는데, 다수의 기업이 뭉치면 그에 수반되는 비효율, 이해관계와 문화적 불일치 등도 발생할 가능성 존재한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심지어 중국 알리바바, 텐센트 모두 단단한 자신의 Main Body에 살을 붙이듯 인수합병했다는 것. 즉, 자신의 뚜렷한 비즈니스모델의 어마무시한 영향력에 새로운 Parts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십개 기업간의 시너지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새로운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2. 유기적 성장 vs. 외재적 성장
쿠팡은 유기적 성장을 견지하고 있다. 쿠팡은 소셜커머스에서 죽음의 계곡을 지나면서 모바일에 절실하게 천착했고, 모바일에서 자신감을 얻자 곧바로 오프라인으로 진출했다. 물류센터를 세우고 택배트럭, 택배기사들까지도 정규직으로 고용해, 자신의 가치사슬을 유기적으로 만들어나갔다.
심플한 상거래의 방정식, 가치사슬 사이에 숨겨진 가치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오프라인으로 침투해왔다. 그래서 오프라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따로 O2O라고 지칭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것이 진짜 O2O라고 느껴진다. 우리집에선 이제 이마트에서 아무리 할인행사해도 쿠팡에서 기저귀를 산다. 당일배송에 택배기사 문자가 마음에 들어서?
이렇듯 쿠팡의 성장은 새로운 개념을 들어가면서 무리하게 설명할 필요 없다. 그냥 알 수 있다. 쿠팡은 돈이 필요하겠구나. 이제 상거래 뿐 아니라 물류, 그리고 오프라인 마트 영업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겠구나 라고. 그래서 전자상거래를 넘어서는 아우라를 뿜어낸다. 언론에 어필 하지 않아도 다 안다. 유저들은. 써본 사람은.
그래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가 일본의 손정의 회장이 투자한다. 그것도 5조원 가치에!! 쿠팡의 5조원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유기적 성장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반면 옐로모바일은 외재적 성장이다. 옐로모바일의 성장은 수십개 기업간의 지분교환으로 이뤄졌다. 지분교환을 통한 인수의 핵심은 자신의 지분가치평가를 극대화 시켜서 더 적은 주식을 주면서 더 많은 지분을 가져오는 것! 그래서 자꾸 언론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인수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이미 인수한 기업들 주주가 화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기사에는 사실을 살포시 미화시키는 장미빛 기대감이 드러난다. (난 이런 사실관계 파악 못하는 기사들에 발끈해오고 있다. 왜? 난 광고 안받고 뭐도 안받는 독립1인 미디어니까 ㅎㅎ)
기대감이 반영된 가치평가 숫자들은 70단 합체로봇의 몸통에 각 부분을 접합시켜주는 접착제로 작용한다. 기대감이 흔들리면 몸통은 힘이 빠질까 우려된다. 서로다른 기대감의 괴리감.
물론, 70여개 기업에서 고군분투하는 벤처인들의 창업 벤처 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여기서 내가 지적하는 것은 과도한 외연적 성장이 지닌 근원적 불안감이다. 옐로계열에서 아직 어떤 한 분야에서도 1등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그 분야가 오프라인의 거대한 가치사슬을 제대로 disrupt하느냐는 또 다른 질문이다.
오히려 광고를 수익원으로 삼아야할 미디어 피키캐스트의 광고가 버스를 도배하고 있고, 쿠차에서 기저귀 구매버튼을 누르면 쿠팡으로 넘어간다. 옐로모바일의 비즈니스모델은 O2O 오프라인에 대한 파괴력을 강조하지만 유저입장에서 옐로계열의 모든 것은 가상공간에 머물고 마케팅 전략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다. (주의: 이 판단은 순전히 개인적 견해임)
LTE급 광속 외재적 성장은 결국 본연의 추구해야할 가치를 명확히할 고민의 시간과 노력의 절대량을 빼앗아간 것은 아닐까? 그 결과 시대 변화에 기민하고 섬세하게 반응할 더듬이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닐까?
모바일 O2O 이 시대야말로 인간의 근본적 Needs에 더 깊이 천착하면서, ‘우리 인간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최근 포스팅한 “페북의 치명적 망각. 불안. 선택“글을 참조)
그 결과 쿠팡은 기저귀 박스를 직접 수거하고 아기가 우는 집을 위해서 “아기가 자고있어요” 스티커까지 마련하는게 아닐까? 그게 조용한 쿠팡이 지속적인 손실 속에서도 기업가치가 6개월마다 2배되는 비결 아닐까?
원문 : 정주용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