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짐 레이너를 죽였는가
디아3 때문에 대한민국이 난리였던 적이 있었다.(그러고 나서 망했지만) 출시 전야제 행사에선 한정판을 구하지 못한 폭도들이 블라자드 직원들을 포위해서 집에 못 가게 하고, 온게임넷 행사장에선 디아블로 한정판 증정 행사에 당첨되었지만 19세 미만으로 나이가 되지 않아 상품권으로 대신 받은 고등학생의 절규가 있었다.(그래봤자 망했지만)
6개월 동안 즐길 수 있다는 스토리모드는 개뿔, 아직 유럽에선 서버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누가 김치맨 아니랄까 한국에선 6시간 만에 디아블로를 잡았다.(이후로 디아3는 망했지만)
[quote style=”1″]세상엔 3가지 게임밖에 없어. 스타 같은 게임 와우 같은 게임 디아 같은 게임.[/quote]
이라고 말하는 블빠들에겐 축제의 현장(망했지만). 그리고 게임을 고깝게 보는 셧다운제 옹호자들에겐 말 그대로 지옥의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사탄에 홀리는 광기의 현장.
디아블로3의 광풍(망했지만)이 몰아치기 약 2년 전에도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한 가지 행사가 있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 발매 소식.
스타다! 스타다! 하는 기대에 찬 목소리가 들리는가? 그리고 “현역” 자막에 오오오.. 마지막 스타크래프트 2가 뜨자 환호는 절정에 달한다. 이게 스타 2 였고 지금도 이래야만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e스포츠를 지배해오고 ‘광안리 10만 관중’의 대기록을 만들었던… 10년이 넘게 지나도 많은 이들이 가슴 설레며 즐겨온 그 게임. 누구나 스타2의 흥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누구도 스타2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PC방에서 LOL이나 아이온 등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스타1을 즐기는 이들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타2의 모습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온게임넷에서도 2년간 스타2의 중계를 볼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기대를 모으던 대작 스타2는 이렇게 되었나?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누가 짐 레이너(‘자유의 날개’의 주인공)를 죽였는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애플이 ‘애플컴퓨터’에서 ‘애플’로 사명을 변경한 것은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컴퓨터 제조기업이었던 애플은 이후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 아이패드를 위시해서 컴퓨터가 아닌 분야에서 수익 대부분을 내는 기업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정체성을 확실하게 부각하기 위해 애플은 사명을 바꾸었다. 사명 변경이란 건 그냥 간단하게 이름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의 로고부터 시작해서 별별 것을 다 교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것을 감수하고도 사명을 바꿀 정도로 사명이란 중요하다.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을 의미하기에.
블리자드의 정식명칭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다. 물론 개인의 입장에서 블리자드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를 확실하게 판단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애플의 사례를 봤을 때 그 사명이 그저 구색을 갖추기 위해 대충 지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블리자드의 행보를 보았을 때도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은 큰 무게를 가진다.
예전에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이 나온 적이 있었다. 여유 시간을 즐기는 데 있어서 스포츠를 즐기던 이들이 게임으로 넘어간다면 나이키의 매출이 급감할 수 있기에 아디다스나 푸마 대신에 닌텐도를 경쟁상대로 여겨야 한다는 것.
이를 차용한다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블리자드의 상대는 디즈니다
WOW를 제외한다면 블리자드의 수입원은 ‘패키지 게임’이다. 리니지처럼 월정액 유료화를 추구하거나 한게임과 넥슨처럼 부분유료화를 추구하는 대신 블리자드는 WOW를 제외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에서 패키지게임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WOW이후로는 PC방의 블리자드 제휴 멤버십을 통해 WOW와 스타2 디아3 플레이가 가능한 자리에 따라 블리자드는 수익을 내게 된다.
어쩌면 블리자드의 수익구조는 영화를 닮았다. 한정된 상영기간 동안에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것. 디아블로나 스타크래프트나 출시 이후 지속적인 인기를 얻는다 하더라도 블리자드에 떨어지는 것은 별 거 없다. 그저 인지도. 출시 초창기부터 안정기까지 팔려나간 패키지에서 수익을 얻을 뿐. 이미 구매를 한 이(PC방 플레이가 아닌 집에서 플레이하는 충성고객의 경우)가 충성도를 보이더라도 블리자드에 떨어지는 것은 없다.
블리자드가 배워야 할 것은 디즈니였다. 라이온킹이나 알라딘의 흥행성적만이 디즈니의 수익구조일까? 그렇지 않다. 영화를 통해 얻은 인지도로 디즈니는 OST를 팔아먹고 피규어를 팔아먹고, 저작권으로 로열티를 먹을 수 있는 각종 상품을 출시해서 사골 끓이듯이 몇십년을 울궈먹는다.
‘길 잃은 바이킹’에서 시작해서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까지 성장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자신의 핵심역량이 ‘스토리’와 ‘캐릭터’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후속작을 내놓는데 걸리는 기간은 10년 이상. 양산을 하기 힘든 상태에서 블리자드는 무엇을 노렸을까? 바로 2차 3차 저작물에 대한 수익구조. 자신의 게임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나 스토리로 파생되는 각종 상품들을 통한 선순환 구조. 패키지 게임을 팔아먹고 난 후에도 그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서 파생되는 2차 3차 저작물로 수익을 다변화한다면 여타의 게임제작사와는 다른 진정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낳아준 엄마, 키워준 엄마
그런 와중 저작권을 무시한 채 자신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있어 애매한 존재였다. 블리자드에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은 채 블리자드의 게임으로 중계권을 판매하는 KeSPA를 놔둔 채로는 한국 밖에서도 블리자드의 게임을 통한 2차 저작물에 권리를 주장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KeSPA의 공헌도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2009년 기준 스타크래프트1의 전세계 판매량은 1,100만장이었는데 한국에서 450만장 가까이를 팔았다. 디아블로2 역시 전세계 판매량 6~700만장 중 300만 가까이를 한국에서 팔았다. 그런 흥행에 있어 KeSPA와 한국의 e스포츠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 시작된 불씨는 전세계로 퍼져서 지금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낳았다.
자신의 앞으로 행보에 있어 KeSPA에게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긴 했지만, 지금껏 블리자드와 공생해온 파트너이기도 한 KeSPA.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것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그러나 그것을 지금까지 키워낸 것은 KESPA라고 할 수 있다. 낳아놓고 방치한 엄마와, 그걸 주워서 키운 엄마의 비유를 쓸 수 있겠다.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블리자드는 딱히 정당성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고 어물쩡 하는 사이 한국에서의 리그는 계속해서 열리고 있었다.
그러다 스타2가 아직 등장하지 않던 시절. 둘 사이의 전환점, 갈등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사건이 일어나는데…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격으로 그때부터 블리자드는 공세에 나설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07년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였다. 블리자드가 가만히 있는 사이에 KeSPA와 양대 방송국 사이에 중계권과 저작권에 관련한 분쟁이 벌어진 것. 원저작자인 블리자드가 가만히 있는데, e스포츠를 개최하는 KeSPA와 온겜 엠겜이 저작권이 누구한테 있는지 싸우기 시작한 것. 가만히 있는데 밥상이 차려진 블리자드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나설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었는데 적에게 공을 넘겨받은 격.
이 때를 계기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칼자루를 쥘 수 있게 되었고, 오랫 동안 지속되었던 KeSPA와의 공생관계는 적대관계로 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블리자드는 몰랐을 것이다. 간단하게 끝날 수 있을 것 같았던 분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곤.
KeSPA의 타락
KeSPA(Korea e-Sports Association)의 기원은 99년 설립된 ‘한국프로게임협회(KPGA)’에서 찾을 수 있다. PC방이 후원하는 소규모의 게임대회들로 시작해서 케이블 방송을 통한 난립하는 리그들. 그리고 소속 없이 상금사냥꾼 식으로 생계를 해결해가던 프로게이머 1세대들. e스포츠는 그 인기에 비해 너무도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체계를 갖춘 협회가 리그를 관리하고 선수를 보호하고 룰을 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을 때 게임단을 후원하던 기업들이 연합해서 만든 것이 바로 KPGA(골프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이후 KeSPA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정립된 양대리그, 스폰서 후원, 선수들의 연봉제, 그리고 대체복무(공군 ACE) 등등이 KeSPA의 활약… 정식리그 뿐 아니라 직장인 리그, 대학생 리그 등을 꾸준히 개최해서 저변을 넓힌 것도 KeSPA의 공이라 할 수 있다. KeSPA가 아니면 경기 관리, 심판 관리, 통계 관리, 일정 관리, 홍보는 누가 할 것인가? KeSPA는 초반에 공익적 목적에 따라 훌륭한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게임단의 후원사들이 점차 대기업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KeSPA의 실권도 대기업으로 넘어가게 되고, KeSPA는 공익기관으로서의 협회라기보단 사익을 추구하는 이권단체처럼 변해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
KeSPA가 출범한 이후 온게임넷(이후 온겜으로 약칭)과 MBC GAME(이후 엠겜으로 약칭)이 따로 운영해오던 팀단위리그는 프로리그로 통합되었다. 그러나 통합만 했을 뿐 프로리그의 권리는 누가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합의된 바가 없었는데, KeSPA는 여타의 스포츠에서도 협회가 대회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중계권을 주장한 것. 엠겜은 격하게 반발했다. 협회가 생기기 전부터 키워왔던 리그를 대승적 차원에서 포기하며 통합한 것인데 지금 밥숟갈을 얹어서 협회가 낼름 이권을 가져가겠다니 말이 안된다는 것.
뭐 복잡하게 이런저런 일이 일어났지만 재미없는 부분은 넘어가고, KeSPA는 엠겜이 항의를 하자 초강수의 개막장 짓을 저지른다. 선수들을 압박해서 엠겜 리그 보이콧을 선언한 것.(MSL PC방 예선을 치르던 선수들을 싸그리 귀가시켰다.)
이에 따라 개인리그는 물론이고 프로리그도 열릴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스타팬들은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이에 가만히 있을 팬들은 아니었고 네이버에 ‘e스포츠 우리가 지킨다!’라는 카페가 생기고 스타팬들은 조직적으로 KeSPA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커다란 반발에 KeSPA는 반발짝쯤 물러나 중계권은 협회에 있지만 방송국이 우선권을 가진다는 선에서 엠겜과 합의를 하고, 쟁점이 되었던 중계료도 인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어찌어찌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는 정상화되었지만 스타팬들에게 KeSPA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또라이라는 점은 단단히 각인이 되었고, e스포츠의 중계권, 저작권이 화두에 오르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미완인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다.
‘블리자드’님이 게임에 참여하였습니다.
블리자드에게 스타크래프트의 권리(중계권, 저작권)이 관심의 대상이 된 그 시점은 명백한 찬스였다. 지금껏 끼어들 타이밍을 찾지 못해 잠자코 있었지만 이미 밥상이 맛있게 차려진 상황이니 맛있게 떠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블리자드는 KeSPA가 무단으로 중계권료를 징수하여 자신의 권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KeSPA의 깽판에 질려버린 여론도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적절했던 것 같은 타이밍은 최적화된 타이밍은 아니었던 모양.
지금까지 협회랑 방송국 싸움이 간신히 끝났는데 또 뭔 지랄이야?
지금껏 키워온 e스포츠를 블리자드에게 송두리째 내주라고?
블리자드까지 끼어들어 분쟁이 지속될 경우 다시금 리그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여론은 생각만큼 블리자드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결국 블리자드는 중계권에 대한 이야기는 KeSPA와 비공개로 물밑협상을 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그 협상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문제는 KeSPA가 블리자드의 유일한 협상자이며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국과 KeSPA가 각을 세우며 대립하긴 했었지만, 본질적으로 방송사 역시 KeSPA의 일원(KeSPA의 이사회는 각 게임단의 단장과 방송사 대표로 구성된다.)이기 때문에 크게는 한 식구라고 볼 수 있다.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는 집안싸움이었던 것이고, 외부의 적이 있을 때는 그들은 똘똘 뭉칠 ‘가족’이었던 것. 게임단도, 선수도, 방송국도 KeSPA가 쥐고 있었다.
블리자드가 만약 저작권 위반을 내세우며 리그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초강수를 두어봤자 한국 및 전세계의 e스포츠 팬(해외에서도 Team Liquid 사이트를 통해서 온겜과 엠겜의 리그를 즐기는 팬들이 상당수가 있다.)들의 거센 반발의 부딪칠 것이며 결국은 공멸의 길. 제대로 된 카드가 될 수 없었다. 그런 딜레마를 잘 알고 있는 KeSPA는 배째라로 일관 물밑협상은 이후 3년간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텍’님이 게임에 참여하셨습니다.
그래텍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곰플레이어’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텍은 한 때 게임관련 산업에 진출했었지만, 게임보다는 곰플레이어가 흥행을 거둔 이후 게임 사업 부분을 정리하고 곰플레이어와 연계된 곰TV를 통한 인터넷 TV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게 되었다.
점차 TV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영상컨텐츠를 소비하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지만, 인터넷 TV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결제를 하고 영상을 보기보단 P2P를 통해 공짜로 혹은 패킷제 요금으로 불법 다운 받는 것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래텍도 그런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처음에 ‘팝폴더’라는 웹하드 업체로 시작한 것이 그래텍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곰TV에 유입되도록 할 만한 킬러컨텐츠의 부재. 그것이 그래텍의 큰 고민이었다. VOD 다시보기 외에 자체 컨텐츠로 생방송을 할 수 있다면… 그러나 대량유입을 이끌 만한 자체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래텍은 e스포츠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만약에 곰TV를 통해 진행되는 리그가 있다면 동시 시청 10만 이상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텍은 조금조금씩 e스포츠에 발을 담가간다. 06년 엠겜의 MSL을 3회 연속 스폰서해서 인지도를 높인 그래텍은 ‘슈퍼파이트’라는 이벤트 대회로 임요환, 마재윤, 홍진호의 대결을 성사시키며 숟가락을 얹었다.
07년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 이후 그래텍은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음을 알았다. 지금껏 양대 방송사의 독점리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지만, 협상을 거부하는 KeSPA와 양대 방송사 외에 제2의 선택이 블리자드에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래텍은 블리자드에 접촉한다. 자신들은 블리자드의 저작권을 인정할 것이며 정당한 라이센스 계약을 맺을 의향이 있다고.
그래텍 : 리그 열고 싶은데 얼마 드리면 될까요?
블리자드 : 1달러만 주세요.
그래텍 : !!!
(다들 1달러를 팩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니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말이 1달러이지 1달러는 아니고 상상을 초월할 만한 적은 액수”라고)
권리를 주장할 뿐 라이센스에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았던 것이 블리자드가 전 세계적으로 일관되게 고수해온 입장이다. KeSPA는 애초에 블리자드의 권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e스포츠계에는 지분이 희박한 그래텍이었지만, 블리자드에겐 작으나마 대안이 있는 편이 협상하기에 유리하기에 그래텍과 손을 잡게 되고 2008년 2월 17일 최초의 블리자드 공인 스타리그 ‘곰TV 인비테이셔널’이 열린다.
‘곰TV 인비테이셔널’은 이후 ‘곰TV 클래식’으로 이름이 바뀌어 2009년까지 이어지지만 당연히 KeSPA와 양대 방송사는 이를 곱게 볼 리가 없었다. 점차 압력이 가해지다 마침내는 게임단들의 불참선언이 이어지고 곰TV 클래식은 네 시즌만에 09년 9월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다 엎어버려!
신 성장동력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준비하고 투자를 했지만 견제와 압력에 결국 제대로 된 이득도 거두지 못하고 리그를 접어야 했던 그래텍. 회사의 명운이 달릴 수도 있던 프로젝트를 이대로 끝낼 순 없었다. 얼러보고 달래도 보고 했지만 3년 동안이나 들은 채 만 채 하면서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KeSPA와 양대 방송사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블리자드. “왜 스타크래프트가 내꺼다 라고 말을 못해!” 라는 절규가 절로 나올 판이었다.
2010년은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는 해. 새로운 게임도 자신의 통제 하에 두지 못한 채 이렇게 흘러가게 둘 수는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블리자드는 2010년 4월 25일 케스파와 스타1의 저작권 및 스타2에 대한 협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5월 26일에 그래텍과 3년 독점계약을 발표한다.
이후 스타2의 리그는 그래텍의 곰TV를 통해 열릴 것이며 양대방송국의 스타1 리그도 2010년 8월까지만 허용하며 그 이후에는 블리자드의 대리인인 그래텍과 협상하라는 최후통첩.
3년이나 기다려온 블리자드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스타1이 그랬으니 스타2에서도 게임이나 팔고 리그에선 손 떼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이때 KeSPA가 좀 더 물러서 상식적인 선에서 협상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렇지만 그럴 KeSPA가 아니었다. 그런 상식이 있다면 ‘개스파’라는 별명이 생길 리도 없었다. KeSPA는 이번에도 사람들의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고 병신력 충만한 병크를 시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