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luewalk에 게재된 Rupert Hargreaves의 기고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지난 1999년 2월 15일 자 배런스(Barron’s)에는 「가치 투자자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이 글은 워런 버핏의 투자 경력에서 가장 중요했던 기간 중 한때를 살펴보는데, 다름 아닌 세스 A. 클라만이 쓴 글이었다.
다른 어느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에서도 클라만의 통찰력을 헤아려 볼 수 있다. 다음은 그 글의 몇 가지 핵심적인 시사점을 발췌한 것이다. 클라만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워런 버핏의 글을 시작한다.
워런 버핏의 전설적인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50여 년 투자 경력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극적이고, 귀중한 교훈은 1973-75년 약세장 가운데서도 자신의 확고부동한 신념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1973년 버핏은 워싱턴 포스트 같은 회사의 주식이 기본적인 기업 가치보다 아주 싼 주가로 거래됨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워싱턴 포스트 주식의 할인된 가치에 대해서는 워런 버핏의 유명한 에세이 「그레이엄-앤-도드 마을의 위대한 투자자들(The Superinvestors of Graham-and-Doddsville)」에 설명되었다. 1973년 워싱턴 포스트의 시가 총액은 8,000만 달러였다. 하지만 이 회사의 자산 가치는 4억 달러 상당이었고, 버핏은 이보다 더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의 주가는 1975년까지 2년 더 하락했다. 하지만 버핏은 이 회사의 주식을 계속해서 매수했다. 나중에 로저 로웬스타인은 워런 버핏의 평전에서 이렇게 썼다.
(주식을 매수함에 있어) 버핏은 거대한 상점의 진열장을 청소하듯 쓸고 지나간다는 인상을 준다. 시장이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오히려 더 빠르게 상점의 진열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클라만은 이 기간 버핏의 행동은 투자자들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당시 버핏의 행동은 약세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기억나게 해준다. 좋은 가격에 거래된 기업이 더 좋은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끈기 있게 버틸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만일 버핏이 1974년이나 1975년에 발생한 잠정적인 손실을 보면서 왜 너무 일찍, 그리고 더 비싼 가격에 워싱턴 포스트의 주식을 매수했는지 자책했다면, 그 또한 공황에 빠지거나, 시류에 휩쓸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클라만은 요즘 버핏에 대한 얘기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점에 대해 쓴다. 바로 버핏 또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버핏이 허점 없는 위대한 투자자가 아니라(이것이 그에게 덧씌워져 있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그 역시도 인간이라는 점을 잊기 쉽다. 대부분의 보유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던 1970년대 초반의 약세장 기간 버핏이 하던 생각은 무엇일까? 클라만은 이렇게 쓴다.
가치 투자자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신념은 싼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안전 마진에 대한 믿음이다. 버핏은 단순히 시장이 잘못되었다고 믿었다. 매도하는 이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가와 기업 가치 사이의 불일치는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버핏은 이 차치가 크게 벌어져 있다고 봤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분할되거나, 배당금을 지불하건, 지불하지 않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주식의 베타를 평가하거나, 자본-자산 가격 결정 모델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기업을 평가한 후, 크게 할인된 가격이 기업의 지분을 매수했을 뿐이다.
클라만은 위험의 인식에 대해 얘기를 이어간다. 버핏은 위험에 대해 걱정했을까? 물론이다. 하지만 클라만은 이 점에 주목한다. 위험에 대한 버핏의 인식은 단기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걱정하는 펀드 매니저와 같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 버핏은 위험을 영구적인 자본 손실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에 대비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1달러짜리를 0.5달러에 사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역사가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다
클라만은 1970년대 버핏의 투자 경향에 설명한 후, 1998년 후반기와 1999년 상반기 당시의 시장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1998년 긴급하게 유동성을 원하던 투자자들은 워싱턴 포스트가 아니라 소형주와 신흥 시장 주식을 매도했다. 하지만 저조한 수익률에 시달리던 투자자라도 델 컴퓨터는 매도하지 않았다. 그런 투자자들에게 자기 주식이 저평가 상태에 있든 말든 관계없이 기대를 저버린 주식은 가차 없이 매도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한 일이었다.
클라만이 지적한 것처럼, 이런 추세는 상당히 저평가된 주식에서 고평가되고, 과대 선전된 인터넷 거품 주식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노련한 펀드 매니저들조차 최고의 수익률을 좇아 고성장 주식에 비싼 주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시장을 점점 더 위로 밀어 올렸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아주 단기적인 전략에 불과했으며,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가치를 기반으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이미 저평가된 주식이 더 하락할 때 더 많이 매수하고, 적정 가치에 도달하면 매도한다. 인터넷 주식이나, 우량주라도 초-고평가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주가가 아래위로 요동치게 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이로 인해 대다수 투자자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는 반면,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진정한 기회가 찾아온다.
강한 신념의 필요성
클라만은 버핏의 투자 스타일과 과도하게 선전된 인터넷 광풍에 대해 이야기한 후 모든 투자자가 가져야만 하는 ‘강한 신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투자자라면 모름지기 다른 모든 이의 의견을 합한 것보다 자기 자신의 의견에 보다 강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 오만에 가까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 투자 결정에서는 이런 강한 신념은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심한 주의가 가미되어야 하
며, 다른 이들의 의견 또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만은 승승장구했던 펀드 매니저 ‘버프 T. 워렌’을 일례로 든다. 버프는 주가가 비싸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 후 보유함으로써 상당한 부를 일궜다.
승승장구했던 펀드 매니저 버프 T. 워렌을 보자. 그는 주가가 비싸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 후 보유함으로써 매년 아주 우수한 수익률을 올렸다. 버프는 일관되게 강세적인 시각을 유지했는데, 이것이 그를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높은 주가는 계속 이어졌으며, 유연성 빼면 허수아비인 버프에게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가 선택한 기업의 펀더멘탈은 아주 훌륭했다. 그는 쓰레기 같은 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다. 오직 위대한 기업의 주식만을 보유했다. 그리고 시장은 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주었고, 그의 신념과 자아상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주었다.
이렇게 투자자들에게 오만이 필요하긴 하지만, 항상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면 자기 의견을 곧 바꿀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에게도 자기 주식이 실망을 안겨주고,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꿋꿋이 버텨나갔다. 결국, 수익을 꾸준한 성장 패턴으로 이어갈 능력이 없는 기업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그 이유는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발상적 사고에 대해
클라만은 글 말미에 역발상적 사고에 대해서도 말한다.
버프의 투자 방식은 역발상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안전 마진’(자신의 책 안전 마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임)의 중요성이 아니라 대중의 광기를 말하는 책들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대중은 장기적으로 옳을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늘날의 투자 세계는 뒤집어져 있다. 위험스럽게 보이는 것이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말이다. 거의 틀림없다. 이뿐 아니라 아주 아이러니한 일은 워런 버핏과 버프 T. 워렌은 꽤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는 점이다. 질레트와 코카콜라 같은 국제적인 소비재 주식을 비롯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 보유 주식 중 일부는 현재 수익 대비 40배 이상으로 거래되며, 이들은 버프같이 성장해 나가는 펀드 매니저들이 선호하는 주식에 속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 서문에는 호레이스의 작시법에서 인용한 문구가 있다: “지금 몰락한 많은 사람이 부흥할 것이며, 지금 명예를 누리는 많은 사람이 몰락할 것이다.” 시점을 말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