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때문에 영화 <감기>등 재난 영화가 재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정말 영화처럼 좀비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좀비 사태가 발생한다면 꼭 챙겨야 할 물건들을 정리해보았다.
1. 빠루 (CrowBar)
단어가 주는 촌스러운 느낌 때문에 주저하지 말자. 단순한 생김새와는 달리, 빠루는 다양한 상황에서 파괴적인 응용이 가능하다. 우선 금고를 파괴시킬 정도로 파괴력이 강해, 그 자체로 좀비들을 격퇴시킬 수 있는 훌륭한 무기이다. 140~250Kg에 달하는 맨홀 뚜껑도 빠루 하나면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손쉽게 열 수 있다. 각종 뜯고, 뽑고, 부수고 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빠루의 쓰임새는 스마트폰보다 막강하다.
2. 자가발전 라디오
재난 영화에서는 꼭 전기가 차단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가발전 라디오가 필요한 이유다. 심심하면 AFKN을 청취할 수도 있으니,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의 막간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밀린 어학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3. 슬리핑백 (침낭)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잠을 청해야할 때가 반드시 온다. 추위에 입이 돌아가 좀비가 아닌데도 좀비 취급을 받기 싫다면 슬리핑백을 꼭 챙기자. 얼굴까지 덮고 자면 좀비들이 거리에 나뒹구는 누에고치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테니 그 자체로 완벽한 위장이 된다. 슬리핑백은 ‘의식주’의 ‘주(住,house)’에 해당하니만큼 돈이 조금 들더라도 꼭 고급 슬리핑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좋은 감촉에 뛰어난 보온성을 자랑하는 콜맨 슬리핑백은 피난 길의 다소 좋지 않은 풍수지리도 극복하게 해준다. 생존을 위한 과감한 투자, 꼭 필요하다.
4. 파라코드(낙하산줄)
파라코드는 심지어 낚싯줄이나 옷을 꿰메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악당들을 제압하고 구속시킬 때도 유용하다. 야외에서 잠을 자야 한다면 약간의 손재주를 이용해 해먹을 만들어도 좋다. 어리버리한 좀비를 만나게 된다면 군대에서 배운 포획법을 활용하여 체포해버리자.
5. 특수부대 생존교본
영국 특수부대 SAS나, 미육군의 생존술 교본을 꼭 챙기자. 베어 그릴스와 함께 있다는 자신감이 솟을 것이다. 독초판별, 야생에서 요리해먹기,북극과 남극을 판별하는 방법 등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노하우가 모두 담겨 있다.
6.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책
적당한 안전지대를 확보했다면, 남은 일은 구조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지루함이 당신을 죽일 수 있다. 그렇다고 많은 책을 짐으로 가져가는 것도 무리니, 아무도 읽지 않았지만 누구나 읽을 필요가 있는 고전을 이 참에 완파해보자. 허먼 멜빌의 <백경>,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추천한다. 베개로 쓰기에도 좋을 정도로 도톰하다.
7. 손전등
좀비들이 잠을 자고 있을 새벽 2시. <마의 산>을 읽다가 출출해진 당신은 라면을 구하기 위해 시내를 나섰고, 마침 적당한 편의점이 눈에 들어 왔다. 준비한 빠루를 이용해 셔터를 뜯어내고, 컵라면을 챙기기 시작하는데…이럴 수가. 손전등이 그만 방전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그렇게 당신은 이내 어둠에 휩싸이고 어디선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좀비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불운한 사태를 막고 싶다면 1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명가, 콜맨사의 배터리락 플래시 라이트를 꼭 챙기자.
8. 멀티툴
모든 남자의 로망, 멀티툴. 좀비 아포칼립스는 멀티툴을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참치캔을 따는 것도, 전선을 수리하는 것도, 좀비를 피하느라 바쁜 와중에 손톱을 다듬는 것도 가능하니 마누라 설득하기는 식은 죽 먹기!
원효대사의 가르침처럼, 마음 먹기에 따라서 대재난은 지옥길이 아니라, 바쁜 현대의 비즈니스맨을 위한 강제 바캉스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든든하고 뛰어난 물품들이어도 결국 당신을 지켜주는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