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당신이 자전거 타기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자전거 타기를 취미로 결심한 여러분을 환영하는 바이다. 한때 열심히 자전거를 탔고, 지금은 게으르게나마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먼저 자전거 타기의 유익함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먼저, 자전거는 건강에 좋다. 유산소 운동이니만큼 심폐능력 발달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사이클링으로 만든 강인한 하체는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섹시하기까지 하다.
둘째, 사이클링은 진입장벽이 낮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루하고 고된 기초 연습 기간을 못 견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클링은 약간의 평형감각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는 교통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자출족’이 되면 운동과 이동을 동시에 할 수 있고, 교통비가 절감돼 경제적이다. 속도도 의외로 빨라 10km 내외에서는 걷는 시간 때문에 자전거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보다 비슷하거나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한다. 단, 땀이 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기 적절치 않은 상황이 있을 뿐이다.
1. 예산 잡기
이제 본격적으로 자전거 구매를 위해 지갑에 든 총알을 세어보자. 사실 예산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적다고 해서 주머니 사정에 적합한 물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소예산을 잡아야 한다면 온로드 바이크의 경우에는 60만~70만 원, 오프로드용 자전거는 70~80만 원선을 잡으라고 권하겠다.
최소 예산을 잡는 이유는 이 가격대부터 그럭저럭 쓸만한 부품을 장착한 완성차가 포진하기 때문이다. 이 돈을 들고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에 들어가면 벽에서 벽까지 벌크로 떼어놓은 생활 자전거 코너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자전거답게 생긴 녀석들을 만날 수 있다. 만약 돈이 없다면 그 이하의 제품을 사서 취미 생활을 시작해도 무방하다. 단지 좀 불편하고, 더 무거울 뿐이다.
2. 용도에 맞는 자전거 구하기
가격대를 정했으면 이제 자신이 어떤 용도로 탈 것인지 생각해보라. 자전거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중 자신의 용도(운동, 통근, 레져 등)에 맞는 자전거를 골라야 후회를 안 하는 법이다.
자전거는 크게 온로드와 오프로드용으로 나뉜다. 이 경계는 그렇게 뚜렷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두 사이를 오가거나, 경계가 애매한 자전거가 있다. 어쨌건 이 기준은 자전거를 분류할 때 쉽게 이해를 돕는다.
2-1 온로드 바이크
로드바이크
온로드의 가장 대표적인 자전거는 보통 ‘로드’ 혹은 ‘사이클’이라고 부르는 로드바이크다. 로드바이크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드롭바와 듀얼레버라고 부르는 특유의 변속기, 지름이 크고 폭이 좁은 바퀴다.
로드바이크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비싸고 가볍다. 아니, 정확히 말해 비싼만큼 가벼워진다. 하위라인으로 올라운드, 엔듀런스(또는 장거리), 스프린터, 타임트라이얼 등이 있다.
클래식 바이크
일명 ‘철자전거’. 재래 방식으로 제작된 자전거라 ‘클래식’이다. 크로몰리 파이프로 만들어져 가늘고 전통적인 형태의 프레임이 특징이다. 용접기술이 미숙했던 시기에 러그라는 이음새를 사용해 용접했는데, 이것이 이제는 고증의 상징처럼 됐다.
많은 경우 클래식 로드 형태로 제작돼지만 개중에는 일반적인 핸들바와 내장 허브를 장착해 생활밀착형으로 출시된 것도 더러 있다.
픽스드기어/트랙 바이크/싱글기어
클래식 바이크와 트랙 바이크는 사실 형제지간이다. 다만 트랙에서 타느냐 도로에서 타느냐에 따라 조금씩 변경사양이 있다. 트랙용 자전거는 변속기가 없고, 래칫이 없어서 뒷바퀴과 체인톱니가 고정돼 있다. 구조가 단순해서 잔고장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고정된 기어비 때문에 불편한 점도 많다.
도로처럼 급정차할 일이 없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없다. 트랙에서라면 상관없지만 도로에서 탈 때는 앞바퀴에 필수적으로 브레이크를 달아야 한다. 가끔 노브레이크로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목숨 내놓은 사람 때문에 다른 자전거 유저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다.
싱글기어*는 픽스드기어와 유사하지만 뒷바퀴에 래칫을 달아 더 편하게 달릴 수 있다. 픽스드와 달리 보통 자전거처럼 뒷바퀴가 한쪽 방향으로만 굴러간다. 도로주행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대부분 앞뒤에 브레이크를 달아 출시된다. 떼지 말자.
*정확히 말해 싱글기어는 기어가 하나인 모든 자전거를 총징한다. 다만 필자는 픽스드와 프리휠 방식을 구분하기 위해 임의로 싱글기어라고 부를 뿐이다.
하이브리드
우리나라에서 ‘온•오프 겸용’이라는 뜻으로 쓰인 하이브리드는 외국에서는 ‘트레일 바이크’, 즉 소풍용 혹은 오솔길을 달리는 용도의 자전거다. 엄밀히 따지면 오프로드에 가깝지만, 국내에서는 통근에 사용하기 가장 만만한 이동수단으로 꼽힌다. 탄탄한 주행과 적절한 두께의 타이어 때문에 다목적용으로 쓰기에 충분하다.
폴딩 바이크
접이식 자전거. 접이식도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자세한 사항은 생략한다. 자전거의 성능만 놓고 본다면 접이식은 일반 자전거보다 더 무겁고 내구력도 약하다. 다만 대중교통과 연계한다든가, 차량 안에 적재했다가 보조이동수단으로 사용하면 쓸 만한 정도.
미니벨로
자전거를 뜻하는 프랑스어 ‘Velo’에 ‘작은(mini)’이라는 영어가 붙은 혼합어.(바스타드…) 주로 바퀴가 20인치 이하의 자전거를 칭한다. 2009년도부터 2011년까지 미니벨로붐이 일어서 자전거 동호회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다. 픽시와 더불어 땀내 나는 아저씨들만 그득하던 자전거 동호회에서 여자 동호인들을 끌어들인 장본인.
바퀴가 작은 만큼 고속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대신 초반 가속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기어비 조정이라는 마개조(?)를 하면 속도를 못 낼 것도 없다. 작은 자전거라는 점에 착안해 유달리 폴딩 계열이 많다. 시중에 판매되는 폴딩바이크는 대부분 미니벨로군에 속해서 ‘폴딩<미니벨로’라는 등식이 성립되지만 군사목적으로 사용되는 폴딩 MTB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전기자전거
전기동력으로 보조하는 자전거. 멀쩡한 자전거에 동력장치를 부착하는 타입이 있고, 앞뒤 바퀴나 크랭크에 숨기는 구조도 있다. 최근에는 체인과 크랭크를 생략하고 발전기와 전기모터로만 구성된 것도 생겼다.
크게 페달을 굴릴 때 보조동력이 발생하는 방식과 스쿠터처럼 핸들에 달린 스로틀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나뉜다. 모든 전자제품이 그렇듯, 대중화되려면 가볍고 효율적인 배터리 발명이 관건이다.
2-2 오프로드바이크
하드테일
꼬리(테일)가 딱딱한 자전거. 리지드테일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뒷바퀴를 지지하는 스테이부분이 단단한 거의 모든 자전거가 여기에 속하니 다소 애매한 분류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하드테일이라고 하면 앞바퀴에는 충격흡수장치(일명 쇼바, 서스펜션)가 달렸지만 뒤에는 그렇지 않은 자전거를 말한다. 온로드에서는 극강의 승차감을 가지면서 동력을 받는 뒷부분이 단단해 주행성도 나쁘지 않다. 온/오프로드를 넘나들 수 있는 진정한 하이브리드. (실제로 국내 선수들 중에는 하드테일을 타다가 로드로 전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해외에서 MTB는 스키나 보드처럼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돼 젊은 사람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아저씨의 스포츠로 굳어졌다.
소프트테일
뒷바퀴를 고정하는 부분에 서스펜션이 달린 자전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다운힐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위라인도 다양하고 부품군도 가장 넓다. 요는 충격흡수장치가 크고 아름다울수록 오토바이에 가까운 외형을 지니며 그만큼 터프해진다. 단, 서스펜션이 길어질수록 자전거의 무게는 증가한다는 것이 함정.(가볍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요는 얼마나 돈지랄을 하느냐가…)
전통적으로 소프트테일은 험악한 산지를 내려오는 것에 집중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오르막길 올라가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다. 따라서 보통은 픽업트럭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간 후 스키처럼 다운힐만 즐긴다. 최근에는 동력장치(전기모터)를 달아 오르막길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자전거도 나오고 있다.
트라이얼/BMX
일명 묘기 자전거. 트라이얼과 BMX를 구분할 줄 아는 수준이라면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라. 초보자들에게 이 자전거를 설명해주는 까닭은 이것을 사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생긴 것들을 사지 말라는 뜻이다. (자전거 트릭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제외하고.) 바퀴가 작고 안장 높이가 낮아 운송수단으로서 특징이 매우 약하다.
자전거는 작을수록 다루기 쉽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자전거 기술에 숙달시키기 위해 어릴 때부터 BMX를 가르친다고 한다. 국내에도 BMX레이싱유소년단이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올림픽 꿈나무들의 이야기다.
3. 자전거보다 정비사
나는 평소 지인들에게 자전거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친절한 나는 그럴 때마다 단 한 번도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만약 50만원이 있다면 근처 샵이나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고른다.
당신이 만약 100만원이 있다면 근처 샵이나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고른다.
당신이 만약 300만원이 있다면 근처 샵이나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고른다.
당신이 만약 500만원이 있다면 근처 샵이나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고른다.
단, 최저가에 목매지는 말자. 자전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비사 관계를 맺는 것이다.
자전거는 한번 구매하면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 한두 달 주기로 잦은 정비가 필요하다. 자전거 문외한에게 프로 정비사는 선지자나 의사 선생님에 다름없다. 그러니 자전거를 싸게 살 생각 말고 좋은 정비사를 찾아라.
좋은 정비사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호회를 가입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애초에 혼자 좀 찔끔거리다 관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멀지 않은 샵 중 동호회와 연이 있는 가게가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대개 괜찮은 가게는 주인이 자전거에 관심이 많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편에서는 자전거의 장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