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옷 잘 입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삶 대다수에 있어 멋 내기는 취미, 혹은 생산활동에 있어 보조적인 역할 정도만을 하기에 그 과정에 있어 불편해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다. 그저 약간의 ‘이해’가 필요할 뿐이다.
“시크하게 딱 떨어지는 실루엣이 엘레강스를 어프로치하게 만드는 코디.” 따위의 설명이나 “요즘 트렌드인 발렌티노의 카무플라주 스니커즈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따위의 되지도 않는 만병통치약을 제안하지 않겠다.
물론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좋다. 다만 그것이 피상적이어선 안 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패션 역시 그저 따라 하고 그저 시도할 때 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패션의 체계와 본질을 이해할 때, 그리고 옷을 입는 이 스스로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이해할 때, 비로소 좋은 스타일에 대한 분별력이 생긴다. 이해는 늘 중요하다. 옷 입는 일에도 마찬가지다.
1. 뉴욕타임즈의 패션 런웨이 컬렉션 페이지
뉴욕타임즈 패션(Newyork Times Fashion)의 런웨이 컬렉션 페이지는 중요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 자료들, 철마다 갱신되는 세계 유명 패션 컬렉션의 정보들을 한 사이트 안에서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싸이트다.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을 통해 남성복과 여성복, 보수와 진보, 고전부터 동시대까지 다양한 취향(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 페이지를 보고 있으면 영어에 약한 당신도 어디 가서 “뉴욕타임즈 자주 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2.하이프비스트
하이프비스트, 하이스노바이어티, 프레쉬니스 등의 웹 매거진에선 요즘 패션 힙스터들이 어떤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매일 갱신되는 뉴스들 속에서 다분히 전위적이지만,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나오는 옷들과는 또 다른 취향을 가진 옷과 잡화들을 확인할 수 있다. 참신함을 갖추면서도 현실성까지 갖춘 코디네이션을 체크하자.
3. 패션빈즈
세련된 남성복과 취향을 소개한다. 현실적인 동시에 세련된 취향을 패션빈즈에서 만나 보라. 멋진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옷들이 가득하다. 특히 캐주얼한 매력과 클래식한 멋의 접점을 갖춘 곳이니, 이곳의 스타일링을 참조하면 직장에서도, 직장 밖에서도 환영 받을 것이다.
4. 스타일닷컴
병신체로 유명하지만 그 갭만 뚫고 들어갈 수 있다면 유익한 정보가 많은 여성지 보그(Vogue), 서정이 담긴 남성지 지큐(GQ) 등 하이패션 관련 기사와 정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닷컴도 관점을 넓히고 안목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컨텐츠가 한글이다.
5. 사토리얼리스트
‘스트리트 스냅’은 앞서서 소개한 컬렉션 런웨이나 신제품 발매정보와는 달리, 실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입고 사는지를 담은 사진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입는지, 그리고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착장을 멋지다고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당신의 선택이 보다 안전해질 수 있게끔 이끈다.
스트리트 스냅 사진작가 스콧 슈만(Scott Schuman)의 블로그로 시작해 오늘날에는 하나의 패션 관련 매체로 기능하고 있는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 전 세계 의 거리에서 만난 멋쟁이들의 사진이 모이는 자리다. 다양한 취향과 다양한 멋, 그리고 다양한 코디네이트를 참조할 수 있다.
6. 무신사
스트리트 스냅을 우리나라로 범위를 좁혀보자. 무신사(MUSINSA)는 전국 각지의 옷 잘 입는다는 사람들, 개성이 또렷하다는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오는 싸이트이다. 필자도 종종 오른다. 필자는 필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멋있다.
7. 인스타그램과 텀블러
어느 정도 스타일의 취향을 정했다면, 그 취향에 속하는 특정 다수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SNS를 팔로잉하자. 사진에 특화된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텀블러(TUMBLR)는 이슈를 시각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패션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싸이트이다. 권지용 같은 이들의 페이지에선 요즘 옷 잘 입는다는 이들의 취향을 구경할 수 있다. 당신의 취향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 줄 디테일한 정보들, 패션과 스타일링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는 사람들의 동향을 읽을 수 있다.
8. 피츄인
아무리 탁월한 이론이라고 할지라도, 결국은 실험이라는 검증대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완벽한 실험 조건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뮬레이션은 이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어준다.
<매트릭스>의 세계처럼, 가상을 현실로 끌어올 수 있다면 어떨까? 인터파크에서 만든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인 피츄인(fitUin)은 이 불가능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참신한 어플이다.
모델의 사진, 혹은 본인의 전신 사진을 두고 실제 스토어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취향, 디자인의 옷들을 입혀볼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성인과 소아 모두 시도할 수 있고 다양한 아이템들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얼굴과 몸매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들을 한 자리에서 착용해보고 터치로 순식간에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 것까지 가능한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할 정도의 저력은 바로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놀라운 상상력에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 패션 피플이라면, 자신이 만든 옷을 따로 저장해 모델에 직접 입혀보는 시뮬레이션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 패션 모델, 패션 아이템 수집까지, 패션 올인원 시뮬레이터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패션을 위한 시도와 반성, 그리고 성찰
이렇게 당신의 취향을 결정하는 일이 끝났다. 옷을 사는 일이 아닌, 단순히 누군가를 따라 하는 일이 아닌, 그저 철학이 결여된 시도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당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결정하는 일이 끝났다. 이 과정을 거친다면 최소한 무턱대고 옷을 사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패션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패션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고, 그 과정을 통해 당신 자신의 캐릭터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옷 잘 입기’의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스타일링에도 반성과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번 정립한 취향이더라도 다시 분석해보자.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주관과 객관의 조율이 제대로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고수하기에 충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 고민들 속에서 진정 멋진 당신이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