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진지한 궁서체로 지지하는 ㅍㅍㅅㅅ가 늘 탐독하는 민족정론 보수지 조선일보에서 또 한 번 역작을 내놓았다. 퇴임을 앞둔 가카찡(본명 이명박)을 2시간 10분 동안 인터뷰하고 이를 2월 5일자 신문 4~6면에 걸쳐 실었다. 간발의 차이로 가카 인터뷰를 놓친 ㅍㅍㅅㅅ는 대신 시류에 편승하여 대한민국의 대공영을 꿈꾸는 민족정론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해부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이젠 中과도 사석서 통일 얘기… 그들은 김정은을 ‘젊은 사람’ 지칭” (4면)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盧·金 대화록 봤다… 國格 떨어질 내용이라 밝히기가 참…” (4면)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나는 통일 수도로 개성 쪽 생각했지만, 이젠 의미없어… 세종시 정상화가 중요” (4면)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두번의 경제위기 극복… 지금은 아니라도 세상의 판단 있을거라 생각” (5면)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임기중 가장 가슴 아팠던 건 천안함 폭침… 北 연평도 도발땐, 공군 뒀다 뭐하냐고 했다” (6면)
남북정상 대화록, “밝혀지는 건 안 좋지만 어쨌든 나쁜 거임”
4면 인터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의견이다. 그는 대화록을 “보았다”면서도 그 내용은 “안 밝혀지는 게 낫다”고 이야기한다. “국격이 떨어지는 내용”이며 “밝혀지면 국민에게도 안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말로만 안 밝힌다 뿐이지 오히려 뭔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하긴 하지만, 이것은 모두 독자의 부덕의 소치일 뿐. 전임자의 흠을 덮고 가려는 가카의 넓은 바다와 같은 너그러움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국격을 높이는 정상 간 대화의 좋은 예
개성을 행정수도로!
한편 가카는 행정수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그는 “우리가 살아있을 때 남북통일이 되겠구나라고 생각됐다”면서, 개성이 통일 한국의 수도가 되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서울과 평양, 인천공항까지의 접근성이 모두 뛰어날 뿐 아니라, 국유지이기 때문에 수도 건설에 돈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 가카의 이 야심은 아마 관습헌법에 따라 수도는 서울특별시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좌절되었을 테지만 말이다.
다만 가카의 지혜가 범인이 범접할 수 없는 완벽한 것임을 생각해 볼 때, 한 가지 가설을 제시해 볼 수 있겠다. 고려 시대 법전을 가져와서 관습헌법으로 삼아 버린다면? 아아, 어리석은 노무현처럼 세종시 같은 역사적 맥락도 없는 땅을 가져오는 대신 더 옛날 법전을 들이밀어 관습헌법을 분쇄하려는 가카의 혜안이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미완의 꿈 대운하, 강을 하수구처럼 쓰는 나라 없어
5면에서는 미완의 꿈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변호가 특히 눈에 띈다. 그는 대운하 사업의 당위성에 대해 “강 자체를 생산적인 데 쓰지 않고 하수구처럼 쓰는 나라는 없다”면서도, 국민의 뜻을 받들 줄 아는 겸손한 대통령답게 “이제 와서 뭐라 말할 수는 없다”고 자신의 뜻을 양보하신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감사 결과를 낸 데 대해서도 열변을 토한다. 그는 “공무원들은 물일을 이해 못 한다”며 격앙했다. 뭐 대통령 본인도 공무원인 것 같지만 그건 별로 상관없다. 아마 그래서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물일을 이해 못 하는 공무원 대신 ooo라든가 xxx에 공사를 맡기… 읍읍!
측근 사면 논란, “사실 진짜 측근은 안 했다”
임기 중 발생한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가카께서는 말씀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이뤄진 특별사면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그는 억울하게 논란이 된 특별사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논란이 된 최시중 씨 사면에 대해, “최시중씨 같은 사람은 그 (임기 시작되기) 이전의 문제”라며 권력형 사면이 아님을 강조한다. 뭐, 원래부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인데다 대선 전부터 이상득 등과 함께 이명박의 최측근 모임 ‘6인회’ 멤버이기도 했고, 한국갤럽 회장이기도 했지만 뭐 이런 건 권력이 아니라 하시니 권력이 아닌 것이다.
또한 측근 사면에 대해서도, 가카께서는 “사실 진짜 측근은 안 했다”고 주장한다. 세간의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최시중마저도 진짜 측근이 아님을 넌지시 드러내신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측근은 누구인가. 적어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나는 인물은 아님이 분명하다. 아마 ‘비선’으로 대표되는 박근혜의 용인술보다도 더욱 비밀스러운, 실로 아무도 몰라서 자기 자신조차도 모르는 측근이 곁에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역시 가카의 용인술은 굉장하다.
다만 친인척 배제 원칙에 대해서는 차마 말씀하시지 못하는데, 이는 사돈가인 효성그룹의 인사가 사면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친인척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경제인으로서의 공을 생각하여 사면하셨으면서도, 인륜을 차마 거스르지 못하고 본인 입으로는 “친인척 사면이 아니다”라고 단언하지 못하시는 이 모습을 보라! 실로 가족애로 단단히 무장한 성인의 그 모습인 것이다.
민간인 사찰 문제… 시간을 달리는 가카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연다. 자신은 전혀 몰랐으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치적 거물을 사찰한 것도 아니고 신문에 난 거 파일링한 것”에 불과하다 말한다. 사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임했던 가카가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도무지 말이 안 됨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가카의 주장은 100% 사실일 것임이 틀림없다. 사찰이 아니라, 그저 신문 내용을 파일링했을 뿐이다.
뭐, OOO씨가 김종익 씨(전 국민은행 영등포지점장)의 철천지원수라는 내용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문에 실렸을 것 같지 않은 내용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취재 결과 이 내용은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즉 사찰 당시보다 미래의 신문에서 파일링해왔음이 드러났다. 안 해 본 게 없는 가카께서는 시간여행에도 능통하신 것이다.
차기 정부 인사까지 신경쓰시는 가카
그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때문에 인사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인사를 위해 자료를 필요로 했음에도 불구, ‘모든 자료를 대통령 기록원에 넘겼다’고 해서 막막했다는 것이다. 뭐 당시 상황에 대한 이명박 측 관계자와 노무현 측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얘기는 서로 달라도 적어도 그렇게 단순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가카께서 대운하처럼 시원시원한 것을 좋아하시니 우리도 그냥 시원시원하게 파악하기로 하자.
반면 가카께서는 다행히도, 이번에는 2만 명에 달하는 자료가 있어 다음 정부에 전부 넘겨줬다고 한다. 가카의 혜안 덕분에 아마 다음 정부 인사는 이번 정부에 비해 훨씬 나아질 것임이 분명하며, 이 모든 것이 가카의 은공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떠나는 사람에겐 박수를 쳐 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하물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남기고, 위대한 다음 정권의 기반을 닦고 떠나가는 가카에게는 더욱 큰 박수를 쳐 드리는 것이 도리다. 부디 가카의 큰 뜻을 몰라보고 그간 그를 비난했던 종북 좌파가 그 칼을 거두고, 떠나가는 보수의 큰 어른을 위해 축복을 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