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는 카페에만 있는 음료가 아니다. 직접 만들 줄 아는 커피라곤 봉지째 저어만든 믹스커피뿐인 아저씨라도 에스프레소 머신만 있다면 나이스 미들 카페 마스터가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이라곤 오직 몇 가지 요령, 그리고 좋은 에스프레소 머신 뿐이다.
1. 일단 집에서 마시는 건 정말 좋은 일임을 알자
일단 싸다. 커피 원두의 원가를 알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 두려워질 것이다. 에스프레소 한 샷에 필요한 원두는 불과 7g. 원두 200g을 구매하면 몇 잔이 나올지는 스스로 계산해 보라. 원두를 조금씩 사면 신선한 에스프레소를 매일 마실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커피의 질은 신선도가 깡패다. 아무리 비싼 생두를 마이스터급 로스터가 볶았다 한들, 갓 볶은 커피를 당해내기는 힘들다. 거기다 아침에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 잔은 여러모로 당신의 두뇌를 활기차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에스프레소는 아메리카노에 비해 카페인 흡수율이 몇 배는 높기 때문이다.
광고주께서 브랜드 노출을 원하셔서 크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텍스트를 넣었습니다. 세코는 에스프레소의 원산지인 이태리 브랜드입니다.
2. 업소용 머신과 가정용 머신의 차이를 알자
일반적으로 업소에서 사용하는 상업용 머신들은 대용량 보일러, 균일한 추출 압력 유지, 강력한 스티밍 성능 등 가정용의 에스프레소 머신과는 기본적으로 레벨이 다른 성능을 가지고 있다. 소박한 엔트리급 상업용 모델이라도 가정용 머신보다 훨씬 뛰어나다. 제일 차이가 나는 것은 연속추출의 안정성으로 가게에서 연속적으로 커피를 내릴 때 필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가정용 머신이라도 하이엔드급으로 가면 연속 추출성을 제외한 나머지 성능은 아주 이상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물론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가성비는 떨어질 테지만 비싼 기계는 비싼 값을 한다. 그 차이는 싼 기계를 사용해서 밖에 느낄 수 없을 테니 아쉬운 일이지만…
3. 크레마에 주목하라
내가 뽑은 에스프레소가 제대로인가를 보는 간단한 기준이 있다. 어디선가 이름 한 번 들어봤을 크레마가 그것. 흔히 ‘타이거 스킨’이라고 부르는 호랑이 가죽무늬가 나오면 좋은 에스프레소라고 판단한다. 물론 나쁜 원두로도 크레마를 뽑아내는 편법이 존재하지만 집에서 마시는 원두에 그런 노력을 들일 필요는 없다. 경험을 쌓다가 어느날 만난 타이거 스킨이 주는 감동은 크고 아름다울 것이다.
4. 캡슐 머신 vs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vs 핸드메이드 에스프레소 머신
탕수육 부먹 vs 찍먹 만큼이나 답안나오는 문제다. 왜냐면 취향과 습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자신이 좋은 커피를 위해 약간의 시간을 희생할 각오가 있는지만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있다면 핸드메이드 에스프레소 머신, 조금 자신이 없다면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다 귀찮다면 캡슐 머신을 택하라. 후자가 될 수록 돈은 늘어나고 선택지는 줄어든다. 선택은 당신의 몫.
5. 같은 머신으로 더 맛있는 커피 내리기
다른 무엇보다 먼저, 씻어라. 자주, 꼼꼼하게 씻어라. 커피의 성분들은 추출기구에 아주 잘 들러붙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추출기구에 남은 커피 성분들은 다음 번 내리는 커피의 맛을 야금야금 망쳐놓을 것이다. 좋은 카페의 기준 또한 청결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두 번째로는 메뉴얼 준수다. 14g을 넣으라고 하면 저울로 재서 14g만 넣고, 200ml를 넣으라고 하면 계량컵으로 측정해 넣는 것이 최고다. 커피 머신은 정량에 맞게 넣었을 때 최적의 맛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경험 많은 바리스타는 온도와 습도를 생각해 조절하곤 하지만 솔직히 가정용에선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규칙적인 사용은 기계의 수명은 물론 당신의 커피 애정 또한 오래가도록 돕는다.
6. 좋은 커피 그라인더를 사라
분쇄된 커피는 단 몇 분만에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라인더가 없다면, 집에서는 절대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없다. 기껏 좋은 원두를 구입해놓고 구비해놓은 그라인더가 없어 갈아서 가져간다는 건 비극이다.
그리고 질 좋은 그라인더는 균일한 커피맛을 보장해준다. 분쇄된 커피입자가 고른 가, 열이 지나치게 발생해 그라인딩 중 향이 날아가지는 않는가 등을 생각하면 좋다. 사족이지만 에스프레소에 사용할 원두를 핸드밀로 분쇄하려 하지 않는 게 좋다. 팔뚝에 힘이 넘쳐나서 낭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7. 로부스타를 조금 섞어라
커피를 조금 공부하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라는 커피 품종을 알게 된다. 로부스타는 쓴맛이 강한 품종이고 아라비카는 향이 우수한 고급으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좋은 커피는 모두 아라비카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나 에스프레소의 경우 바디감을 살리기 위해 약간의 로부스타를 섞는 것은 멋진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