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던전이 있었으니…
최근 카카오게임샵이 열리며 바야흐로 모바일 게임 스토어는 앱스토어 – 구글 플레이스토어 – 카카오게임샵의 삼두체제가 형성됐다. 이런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나름 고난의 세월이 있었다.
어릴 때 우리가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무사여행을 떠나야 했다. 던전으로… 그곳은 실로 무서운 곳이었다. 게임 하나를 사거나 교환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두려운 이들을 넘어야만 했다.
위나라 조조의 절대적 카리스마: 잡스와 iOS 앱스토어의 등장
시대는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시대가 열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위나라의 문을 연 조조는 외쳤다.
만약 천하에 내가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왕이라 칭했겠는가?
이는 한나라 황실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내세운 말이지만, 실은 넌지시 자신의 위대함을 띄운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 잡스는 실로 조조 같은 인물이었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전체 판세뿐 아니라 디테일을 읽는 지략도 굉장했으며, 결정적으로 성질이 더러운 자신의 판단을 믿고, 그것을 성공시킨 단 한 사람의 불세출의 영웅이었다.
조조의 성공 이면에는 그 나름의 열린 자세도 있었다. 그는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정무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애플의 앱스토어도 모두에게 개방된 생태계였다. 누구나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구입할 수 있고, 심지어 누구나 게임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애플의 갑질에 언제든 잘려나갈 수 있다 이 덕택에 뛰어난 개발자들간 치열한 경쟁이 일어났고, 빠른 속도로 앱스토어에 게임 앱이 모였다. 이는 아이폰이 한국에 등장하자마자 빠르게 보급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렇게 시장은 손쉽게 잡스의 왕국으로 통일되는 듯했다.
오나라의 풍부한 자원: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반격
비록 안드로이드의 시작은 허접했지만 구글은 오나라처럼 자원이 무척이나 풍부한 곳이었다.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그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하여 구글은 장기적 시각을 전개한다. 바로 질이 아닌 양으로의 승부, 그리고 오나라가 그러했듯 주변국과의 관계를 굳건히 한 것이다. 최대한 많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택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오나라가 그러했듯, 주변국(모토롤라?!)을 하나씩 먹어치우고 있다
그리고 삼성은 구글의 믿음에 부응한다. 오히려 구글의 기대를 넘어 더욱 강력한 스마트폰 브랜드로 성장한다. 한국에서야 언론에서 삼성을 극찬하면 갤레기, 기레기 세트가 등장하지만, 실제로 삼성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며, 한국의 안드로이드 시장을 성장시켜 갔다.
촉나라와 같은 위태로움: 한국의 수장 카카오
삼국지에서 촉나라는 위, 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나라였다. 그럼에도 촉나라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천하가 내린 요새와 같은 지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택에 골목골목만 잘 막으면 얼마든지 대군과도 전투가 가능했다. 여기에 관우, 장비, 조자룡, 제갈량 등 엄청난 장수들이 있었던 것 역시 힘을 더해줬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 시장은 인터넷 시절부터 세계시장과 매우 무관하게 돌아갔다. 액티브엑스 세계인의 MSN메신저, 구글, 아마존이 아닌 네이트온, 네이버, 옥션과 지마켓이 들어섰다. 이처럼 와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바이버가 아닌 카카오톡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여기에 관우, 장비 격이라 할 수 있는 애니팡, 쿠키런 등 게임들이 연달아 터지며 카카오는 한국의 게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모바일 삼국지의 초기: 결국은 甲이 대세
앱스토어 마켓의 전쟁이 시작한지 7년이 지났다. 아직까지 승부가 끝났다고 하기에는 힘들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기에 애플과 구글, 두 플랫폼은 여전히 박빙을 다투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차이가 크다. 다운로드는 구글이 많지만 애플이 영업이익 면에서는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여유만만하다. 안드로이드 점유율만 늘려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장기적으로 애플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톡은 비교적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두 거대 사업자가 한국을 홀시하는 사이에, 한국 게임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하지만 정작 뒤에서 웃는 이들은 애플과 구글이었다. 이들은 카카오를 통한 어떤 게임이 성공하든 아무 관심이 없었다. 카카오가 먹는 비율은 21%이지만, 구글과 애플이 먹는 비율은 30%였다. 결국 게임회사들이 박터지게 싸우고, 카카오가 마케팅비를 아무리 써도, 결국 카카오 역시 구글과 애플이라는 플랫폼에 얹혀있는 사업자였기 때문이다.
모바일 삼국지의 미래: 군웅할거의 도래와 카카오의 역습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샵을 별도로 독립시키며, 구글과 애플에 30%를 지급하지 않고 65%의 이익을 게임사에 돌리는 마케팅으로 맞서고 있다. 10%는 아예 유저들을 위한 페이백으로 지급하고 있다.
카카오의 새로운 도전은 과거 소니가 보였던 행보와 유사하다. 소니는 닌텐도에 부품을 공급하던 회사였지만, 닌텐도의 과도한 갑질에 맞서 플레이스테이션을 내놓는다. 이때 소니는 닌텐도와 달리 게임 제작사에게 가격과 개발환경에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며 공생의 장을 마련하여 닌텐도를 제쳤다.
카카오도 소니와 마찬가지로 개발사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플랫폼 전쟁이 독점으로 치우치지 않을 경우 이처럼 개발사와 유저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구글과 애플을 넘기는 힘들다. 다만, 플랫폼간의 치열한 경쟁과 위기는 개발사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시대를 알리는 서막일 수 있다. 카카오게임샵의 도전은 성공 여하를 떠나, 플랫폼과 개발사의 새로운 공생시대를 위한 의미 있는 실험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