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오랫만에 북포럼에 갔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저자님의 두 번째 글쓰기 책 <회장님의 글쓰기> 북포럼이 있다고 해서 설레는 맘으로 말이지요. 그 날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강연자막 서비스인 ‘쉐어타이핑’도 처음 접했고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대통령의 글쓰기> 북포럼 때는 참석하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꼭 참석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압구정역 안국빌딩까지 달려갔습니다. 보통은 실물과 저자 사진은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무섭도록 똑같으시더군요. ^^
패널들의 짖궂은 질문도 요리조리 잘 피하시는 강원국 저자님. 대통령의 글쓰기와 달리 회장님의 글쓰기는 글쓰기 책이라기 보다는 처세술에 더 가깝다고합니다. 직장에서 글쓰기란 결국 나를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북포럼의 상징인 ‘좋아요 공’을 몇 개 손에 쥐고 시작합니다. 앞 자리에 앉으면 이 공이 무한 리필됩니다. (자꾸 공이 튀어서 제게로 돌아와요..) 직장생활은 곧 말하기와 글쓰기 입니다. 이 두 가지를 잘하는 것은 곧 상사와의 관계를 좋게 하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초가 되죠.
내 상사는 사이코라서 말하기도 싫고, 내가 쓴 글을 트집만 잡아요.
라고 불만이 있기 마련인데, 강원국 저자님은 모든 상사는 출근하는 순간 사이코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직장내에서의 ‘경쟁’이 상사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하네요. 사실 직장을 벗어나면 호인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좋은 글을 상대를 위하는 글입니다. 상사를 이해해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죠. 상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걸 기대하는지, 현재 심리상태가 어떤지를 모르고서는 만족시키는 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연민을 가지고 상사를 바라보세요, 글솜씨보다는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정말 좋은 글이 나옵니다.
내 일만 잘하면 성공하는 건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이고, 결국은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실력없이 관계만 좋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구요, 실력을 바탕으로 관계로 원활해야 성공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력만 있고 관계가 소원한 사람은 실수를 했을 때 한 번에 내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장에서의 글쓰기라면 대부분은 보고서일텐데요,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숫자와 친해져야 합니다. 보고서를 이해하기 어렵게 작성하거나 장황하게 쓰는 건 결국 회사에서는 손해입니다. 효율적인 보고서는 개인으로선 업무시간을 단축시키는 결과가, 회사로서는 성과를 가져오는 결과를 도출합니다.
보고서를 잘 쓰려면 ‘WHY’를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상사가 왜 이걸 시키는가, 상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단계가 정리가 되면 무엇을 찾아야할 지가 명확해집니다. 보고서는 다시 이걸 잘 요약하면 되는 것이죠.
직장에서는 요약능력이 곧 글쓰기 능력이고, 지시하는 바의 맥락을 찾는 것이 요령입니다.
보고서도 회사내에서 원하는 틀이 있게 마련입니다. 또는 반복해서 쓰다보면 자신만의 틀이 생깁니다. 이 틀이 없는 사람은 장황해지고 우왕좌왕하게 마련이지요. 틀만 갖추어지면 각 항목에 필요한 바를 적어 넣기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자면 <1.현황, 2.문제점, 3.대책, 4. 기대효과> 같은 순서와 항목을 말합니다.
보고서를 잘 쓰는 사람은 우선 글을 쉽게 씁니다. 상사정도의 위치면 사실 단어만 말해도 어떤 것인지 알수 있습니다. 구구절절 앞 뒤 잡생각을 붙여넣으면 결국 나쁜 글이 되는 거죠. 그래서 때론 시간을 촉박하게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핵심만 적을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평소에 많은 생각을 해야합니다. 다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생각하는 요령은 <질문과 답하기>입니다. 인터뷰를 하듯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해 보는 것입니다. 독서를 통해 얻는 지식은 사실 검색을 통해서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은 평소에 자기 안에 담아두지 않으면 꺼내쓸 수가 없습니다. 질문과 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자신만의 틀이 생기고, 훈련이 됩니다.
글을 쓰는 방법은 생각나는 것을 우선 적습니다.이 과정은 전체 글쓰기의 10%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정하는 과정이 90%입니다. 글을 못쓰는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글을 동시에 완성하려고 합니다. 수정없이 완벽한 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직장생활이 재밌으려면 직장이 곧 유토피아가 되어야 한다고 강원국 저자는 말합니다.
유토피아의 핵심은 공유입니다. 성과급의 분배등으로 돈이 공유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상사든 동료든 정보의 공유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보를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쥐고 있는 것은 오히려 비리를 키우게 됩니다. 얘기를 듣는 순간 청자도 담당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보안이 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정보가 음성화(뒷담)가 되면 오히려 불신만 깊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을 공유해야 합니다.
직장내의 글쓰기는 상당 수 처세와 관련이 있습니다. <회장님의 글쓰기>에서 1~3장까지는 이런 처세와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글쓰기는 4장 부터라고 하니 참고하시구요.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떠나서 그냥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없나요? 어떻게 첫 줄을 시작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다음 5가지를 제시하셨습니다.
1. 생각나는 걸 그냥 문장으로 쓰세요. 꾸미려고 하지말고 일단 떠오르는 대로 쓰세요.
2.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의 핵심메시지 한 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3. 쓰려는 글의 소재와 생각을 주욱 나열해 보세요.
4. 관련해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다시 분류해 봅니다.
5. 이 모든 게 어려우면 우선 말로 먼저 해봅니다. 녹음도 좋구요. 글쓰기는 힘들어도 말로는 잘 풀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구술은 그럴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날 bookforum full 영상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1시간 43분)
[북포럼 375회]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저자와의 온오프 생방송 토크
원문 : 내가 그린 그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