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하 화랑관)’이라는 웹툰 본적있어요?
Q. 안녕하세요, 돌배 작가님 ‘화랑관’ 매주 잘 보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화랑관’ 이야기를 시작하였나요?
A. 2009년 회사에서는 레이오프 되고,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등 힘든 일들이 한번에 몰려온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까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운동하는 동안만이라도 고민을 잊어보고자 무턱대고 태권도에 등록였습니다. 그런데 얼떨결에 시작한 태권도가 너무 재밌었고, 태권도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태권도의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Q. 한국에서는 비슷한 종류의 운동해보신 경험이 있었나요?
A. 전혀 없었어요. 심지어 달리기도 하위권이었습니다.
Q. 보통 굳게 마음을 먹고 운동을 시작해도, ‘재미’를 못 느끼면 1~2달 안에 관두기 마련인데, 태권도에서는 어떤 ‘재미’를 찾아나요?
A. 지금까지 살아왔던 공간과 다른 느낌이 신기했습니다. 태권도장에 들어서기 전 관장님과 태극기를 향해 인사하고, 그 공간에 발을 딛으면 마음이 경건해지고 같이 수련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우려나왔어요. 태권도장 안에만 존재하는 문화가 좋았고, 그 안에 속해서 한단계 한단계 성취해나간다는 점이 기분 좋았습니다.
Q. 에피소드 중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절도있는 말투와 몸가짐으로 소통하는 태권도에 감명받아 점점 심취해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작가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군요.
A. 네 맞습니다. 회사나 개인 생활에서는 자세나 정신이 흐트러지는 걸 다잡아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곳에서는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점점 빠져든것 같아요.
Q. 언제 그리고 어떻게 ‘화랑관’을 연재하기 시작했나요?
A. 2011년부터 네이버 베스트 도전란에 올리기 시작하다가, 2013년 11월에 네이버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아 정식으로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베스트 도전에 연재를 시작할 때만해도 재미로 가볍게 시작해서 구체적인 에피소드별 스토리는 없었어요. 큰 흐름만 잡아놨고 각각의 이벤트들은 연재를 시작하면서 계속 구상하기 시작했지요.
Q. 단편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등 같이 이야기를 전달할 여러가지 미디엄이 있는데, 왜 웹툰을 선택했나요?
A. 중, 고등학교때부터 만화를 계속 그려왔고, 항상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오래동안 다뤄온 미디엄인지라, 만화라는 포맷이 제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 할 수 있는 포멧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지와 글자를 적절히 이용할 수도 있고, 단 한사람만 있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컨텐츠라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만화가가 꿈이라고 하셨는데, 대학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셨습니다. 만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당시에 생각해도 만화로 밥벌어 먹고 사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던것 같습니다. 그나마 만화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컨텐츠가 애니메이션이어서 애니메이션과를 선택하였습니다. 결국은 전혀 다른 미디엄이었지만 계속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이 만화 그리기에 심취했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지면만화만 존재했고, 지금은 마우스 휠로 다음 장면을 넘기는 웹툰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는 연출과 웹툰 연출의 차이는 어떤식으로 극복했나요?
A. 전 사실 지금도 모든 작업을 지면 만화방식으로 끝내고, 웹툰용으로 다시 편집합니다. 이렇게 작업하는 이유는 여전히 종이책 만화를 더 좋아해, 언젠가 제 만화도 출판되길 바라며 전통만화의 형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Q. 댓글을 보면 ‘힐링 툰’이라는 말이 많이 보이는데, 어떤 부분이 사람들에게 힐링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처음에는 저도 이유를 잘 몰랐는데, 댓글을 읽다보니 ‘등장인물들이 모두 착하다.’라는 말이 들어오더군요. 대체 독자분들 주변에 어떤 나쁜 사람들이 있기에…(웃음) 착한 등장인물들이 그런 느낌을 준게 아닐까요?
Q. 많은 만화, 드라마, 영화에 어떠한 형태로든 악역이 등장하긴하지요.
A. 아 맞아요. 헌데 저는 이 만화를 시작할 때 무조건 현실적으로 진행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약간 못된 캐릭터라도 제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 정도로만 설정했습니다.
Q. 현실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만화를 끌고가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A. 판타지, 스릴러, 코미디등 다양한 장르를 다 좋아하긴 하는데, 현실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얼마나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화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스스로에게 준 과제라고도 볼 수 있지요.
Q. 개인적으로는 너무 드라마틱하지 않고 납득가는 정도의 현실적인 인간관계, 스토리 라인, 그리고 그림체가 어우러져 몽실몽실한 느낌의 만화가 된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치 작가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그러한 느낌의 연장선에서 힐링툰이라는 이야기도 어느정도 공감이가고요. 실존하는 주변인에게서 영향받은 캐릭터가 있나요?
A. 실제 주변 사람들의 성격이나 직업을 이곳 저곳 반영했습니다. 예를들어 통통한 외모때문에 자신감이 없는 캐릭터가 있는데, 현실 인물도 태권도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외모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힘들어했었는데, 검은띠까지 따는 과정동안 외모 컴플랙스를 극복했습니다. 이런한 현실 세계 경험들을 캐릭터에 녹이려했습니다.
Q. 게이 코드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럽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현실 인물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한 설정인지, 아니면 어떤한 특정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실제로 킥복싱을 가르치는 강사분이 게이입니다. 굉장히 쾌활한 성격이어서 친하게 지내는데, 이분의 특징을 반영한 캐릭터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캐릭터와 스토리의 다양성을 위해 게이 코드를 적용한 부분도 있습니다.
Q. ‘화랑관’을 보면 여러가지 연애방식이 등장합니다. 작가님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연애 방식은 어떤 커플이었나요?
A. 프랑소와와 에밀리에가 나오는 재혼한 커플 에피소드가 가장 맘에 듭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고, 몇번의 실패 후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에피소드여서 애착이갑니다.
A. 장점은 하나가 실패하면 돌아갈 구석이 있다는 점?(웃음) 힘든점은 아무래도 두 가지 외에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다는 점인것 같습니다.
Q.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계신 ‘Kabam‘이라는 회사에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A. ‘Kabam’은 모바일 게임회사로 캐주얼 게임보다는 ‘Kingdoms of Camelot’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Dragons of Atlantis’와 같은 MMSG 미드코어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알리바바에게 1200억원 정도 투자받아서, 850여명정도 규모의 큰 모바일 게임회사가 되었습니다.
Q. 게임 제작에서 게임 애니메이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캐릭터, 물건 그리고 때로는 이팩트등을 위해 각각의 성격에 맞는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경우 클로즈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온몸을 이용해 액션이나 액팅을 만들어내고, 각각의 동작들, 예를 들어 숨쉬기, 달리기, 공격 등의 움직임은 반복되도록 만들야합니다. 예전보다는 게임 엔진이 많이 좋아져 점점 게임 애니메이션의 제한도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단기 그리고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지금 연재하고 있는 ‘화랑관’이 단행본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단기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2~3 개이상 작품을 연재하면서 장수하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빨리 완전히 만화가로만 살아가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원문 : Skim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