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김성근빠, 또하나는 김성근까이다.
김성근빠는 논리가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야신’이라는 이름에서부터 그 이미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사실 김성근이 팀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시절은 쌍방울 정도이다. SK는 전해 수치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뿐, 원래부터 강팀이었고 조범현 감독이 형성한 풀은 젊고 싱싱해 혹사를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또한 ‘야신’에 상당한 신화가 섞인 것도 사실이다. 4시즌 3회 우승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김응룡이야말로 진정한 야신이어야 할 것이다. LG트윈스가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한국시리즈로 올라간 것도 대단한 성과이지만, 그렇다면 아예 4위에서 우승까지 한 김인식이야말로 진정한 야신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수비다. 한화는 작년 실책이 가장 많은 팀이었다. 하지만 실책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에 대한 집념이 클수록 실책 역시 쉽사리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책은 수비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수비를 더 잘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DER, 즉 범타처리율이다. 이는 인플레이 코스로 간 공 중 어느 정도가 아웃이 됐는지에 대한 수치이다. 즉 인플레이 코스로 간 공 중 얼마나 안타가 되는지를 알아보는 BABIP의 역이라 볼 수 있다. 야구공은 둥글기에 장기적으로는 실책보다 DER이 훨씬 더 정확한 수비 지표가 된다.
작년 한화는 DER 최하위였다. 하지만 7경기를 치룬 한화는 당당히 DER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필 글이 늦게 실려 현시점은 2위) 즉 한화는 1년만에, 정확히는 3개월만에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못하는 팀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김성근의 위대함이다.
펑고가 쓸데 없다고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 그 비웃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DER은 보여주고 있다. 숫자는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김성근 감독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