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선 전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추진운동본부'(이하 박노추) 발기를 논의한다는 소식(관련 기사)을 들었을 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마침 본지 또한 그네겅듀야말로 김대중 정도로 비할 수 없이 노벨평화상에 가장 어울리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노추는 그네겅듀께서 왜 노벨평화상에 어울리는지 그 이유를 잘못 제시하였다. DMZ 평화공원과 유라시아 철도연결이라는, 아직 하지도 않았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며, 할 생각도 없어 보이는 구상을 이유로 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정 전 의원의 충심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며, 왜 그네겅듀께서 노벨평화상에 어울리는지 그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발기인들의 숙고를 바란다.
1.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못했던 사법의 다양성 인정
그네겅듀께선 “인혁당 사건에는 두 가지 판결이 있다”란 명언을 남기셨다. 삼심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이로써 모든 사건에 세 가지 판결을 갖게 되었으며, 적당히 구미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판결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인류는 다툼이 사라지고 역사에도 평화가 깃들 것이다.
2. 정의의 편에 서서 악을 배제
1989년 박경재 씨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시 육영재단 이사장은 10.26이 없었더라도 박정희는 결국 국민 저항에 맞닥뜨리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국민이 그렇게 악인들이에요? 왜 그렇게 저항을 하고 그래요?”
여기에서 우리는 정의의 편에 서서 악을 배제함으로써 화끈하게 평화를 실천하는 독수리 5형제 식 평화주의를 엿볼 수 있다.
3. 정권 최대의 비극, 세월호 사태의 빠른 수습
사건 1년째 진상조사가 표류중이자, 때를 즈음하여 세월호 피해자들의 보상금 규모가 언론에 흘러나왔고 그네겅듀께서는 진상교사 요구를 대충 뭉개셨다. 카카오톡으로는 세월호 피해자들이 억지를 부린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지만 평소 유언비어에 칼을 갈던 그네겅듀께선 침묵하셨다.
이렇게 세월호 사태를 빠르게 (그까이꺼 대충 정신으로) 수습하심으로써 평화를 추구하셨다.
4. 혈압 상승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던 액티브 엑스 보안프로그램 폐지
뭐 하나만 사려면 노란 팝업을 띄우며 국민의 고혈압 유병률에 큰 역할을 하던 액티브 엑스 보안 프로그램을 폐지하셨다. 중국 사람들이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국민 건강권을 손수 챙김으로써 평화에 이바지하셨다.
물론 앞으로는 EXE 깔림. 맥이라고 좋아하지 마라 PKG 깔림.
5. 적폐 해소
그네겅듀께서 늘 적폐 해소를 목놓아 부르짖는데 대체 무슨 적폐를 해소하고 계신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말만 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그네겅듀께서는 적폐의 상징이라 할 만한 인물들을 쏙쏙 골라내 내각에 지명함으로써, 그에게 비난이 집중되도록 유도하고 한국 사회에서 떨궈버리는 계책을 쓰셨다. 이렇게 적폐가 해소됨으로써 한국 사회에는 평화가 깃들었다.
가끔 잘못해서 실제 임명돼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함정.
6.국정원 셀프 개혁
그네겅듀께서는 선거 개입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정원을 개혁하시는 대신 그냥 두셨다. 이는 아무리 봐도 그네겅듀께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좋아하셨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런 게 아니고, 너무나도 평화적인 성격 때문에 직접 칼을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무원 연금이라든가 철도 노조라든가 전교조라든가 하는 것들에는 칼을 잘 빼드신다. 이것은 2에서 본 것과 같이 정의의 편에서 악을 배제하는 것은 폭력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7. 이명박과의 평화
감사원의 감사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로 수십 조를 날렸다는 얘기도 있고, 20조를 쓴 사대강 사업은 오히려 사대강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네겅듀께서는 야당의 조사 요구를 묵살하고 계신데, 이는 평화주의자로서 이명박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8. 외국말 연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그네겅듀의 업적으로 외교를 든다. 외교에서 딱히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외교를 드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외국말로 연설하여 외국인과 평화롭게 지내는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인 것 같다.
9. 해경 해체
세월호 대국민 담화에서 그네겅듀께서는 갑자기 해경 해체를 선언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해경을 해체한다고 해서 딱히 뭐가 달라지는지도 모르겠고 그 이후에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을 없애버려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을 것이다.
10. 국사편찬위, 방통위, 방심위, KBS 등을 뉴라이트에 내줌
그네겅듀께서는 국사편찬위, 방통위, 방심위 KBS 등 국민의 귀를 관리하는 기관을 뉴라이트로 채우셨다. 이는 다양한 사관을 뉴라이트 하나로 통합하여 사관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이다.
다양한 사관 중에서도 최악으로 일컬어지는 뉴라이트로 하신 것은 어째서일까? 아무렇게나 정하다 보니 복불복으로 뽑힌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네겅듀께서 무능하시다거나 그 자신이 뉴라이트라거나 하는 식으로, 그분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해석만이 나오기 때문이다.
11. 친박연대
친박연대는 정작 그네겅듀 본인은 당적이 다른 당에 있는데 그네겅듀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모여 다른 당을 만든 괴상한 당이었다. 이는 당내에서 친이와 싸우지 말고 아예 나가서 평화롭게 지내라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특유의 평화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친박연대는 이런 그네겅듀의 뜻을 충실히 따랐다. 기존 선거는 싸움을 방불케하는 흑색선전이 난무했으며, 이는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친박연대는 15억원을 주고받아 평화롭게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뽑았다.
12. 장외투쟁과 시위, 파업 반대
그네겅듀께서는 시위, 파업 등이 일어나면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매우 싫어하셨다. 또 장외 투쟁에 대해서는 국민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국회로 돌아와 민생에 전념할 것을 주문하셨다. 이는 투쟁, 시위, 파업 등이 그네겅듀께서 말씀하시는 평화와는 상반된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의 장외 투쟁은 괜찮은데, 이는 그 자신이 곧 평화의 아바타이기 때문이다. 그네겅듀께서 장외 투쟁을 하고 계실 때는 장외 투쟁중인 그네겅듀가 아니라 국회에 있는 놈들이 시위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