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4년 12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도대체 왜, SW 교육을 해야하는가. 왜 그렇게 정부든, 기업이든 이 교육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가. 돈이 몰리기 때문인가. 이걸 떠나서 아이들에게 왜 쓸모가 있나. 어떤 가치가 있나.
지난 몇 개월 SW 교육 분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면서 이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정부 관료, 기업 담당자, 전문가, 교육자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했다. 다들 아이들 중심으로, 선생님 중심으로 교육현장에 파고들어 제대로 SW 교육을 하고 싶어해서였다. 뭐, 모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21세기 핵심 역량 강화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대인관계 능력, 문화예술 향유 능력, 문제해결 능력, 누리꾼 시민의식, 미디어 활용 능력을 강화. - 아이들이 부딪혀야할 미래
-영국 산업시대(18세기)에 수학, 과학을 배웠듯 정보화 시대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IoT. 모든 사물에 IT를 접목하는 패러다임의 전환
-앞으론 일을 할 때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IT가 접목될 것. 교육 수요와 공급은 시대에 따라 - 창의력, 사고력, 논리력 강화
-뇌구조를 앱으로 만들 만큼 관심있어 하면서. 애들한테 이런 힘을 길러준다는데. 제대로만 하면야! - 다양한 학문과의 연계/ 그리고 산업에서, 실생활에서
-학문적으론 물리학. 중성자 부딪히는 가속기에선 데이터가 1년에 1제타바이트(1000TB) 나온다. 이걸 전세계 컴퓨터에서 처리한다. 서울대, 경북대에도 있다.
-‘빈패킹 알고리즘’이다. 어떤 공간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박스를 쌓는 프로세스와 방법론이다. 이걸 물류에도 쓸 수 있다는 거. 물류창고에는 다양한 박스와 물품이 들어온다. 이걸 얼마나 많이, 잘 쌓아두느냐가 비용으로 이어진다.
와. 쓸모 많다. 그래 배우고 싶고 배워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때쯤, 문득 위의 이유들을 떠올릴 때 누굴 떠올렸나. 주커버그?, 래리 페이지?, 스티브 잡스? 팀 쿡? 이들의 공통점은…남자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 박의빈 최고기술경영자가 ‘여자기 때문에’ 주목받는 건 역설적으로 그 때문이다. 그러니까 해결책 없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건 “어? IT 기업에서 여자가?” 라는 남성중심적인 사고 또는 편견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지 않았을까. ‘여자애들은 수학 못하잖아~ 과학 못하잖아~’ 말고.
갑자기 글래스도어(Glassdoor, 직장 평가 사이트. 취업사이트 아님-_-)에서 보도자료가 오기 시작했다. 팀 쿡의 본문을 번역하고 난 뒤부터였나. 아무튼 그러다 11월 말에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받았다.
글래스도어가 ‘성별 차이에 따른 25개 IT기업의 봉급 차이’를 조사해 공개했다. 승진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됐는지, 임직원에거 보상은 공평하게 됐는지, 직원 만족도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 점수도 DB화 했다.
남녀 봉급 차이
글래스도어는 봉급의 중앙값(평균과는 다르다 통계집단의 변량을 쭉 늘어놓고 중앙에 위치하는 값이다)과 성에 따른 직원 평균 만족도를 냈다. 회사들 중 대부분이 남녀 같은 역할인데 남자 쪽 봉급이 더 높았다. 각 포지션의 평균 근속 년수를 알아보기 위해 중요한 수치다. 2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남자들이 이 롤을 먼저 맡게 됐을까? 그리고 만약 더 많은 여성들이 기술 교육을 더 많이 받고 이 인더스트리에서 경력을 더 쌓는다면 이 차이가 줄어들까?
이 리포트의 하이라이트는 MS의 개발엔지니어의 기본 샐러리의 중앙값에 6000달러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여성 근속연수 3.2년에 9만4967달러 / 남성 근속연수 3.3년에 10만1006달러)
그런데 이 회사들 중 일부는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 봉급이 남성보다 높았다. 예를 들어 구글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3.5년 근속연수 가진 여성 개발자의 연봉은 11만7740 달러였다. 반면 3.9년 근속연수의 남성은 11만 3548달러를 받았다. 4000달러 차이다.
‘역차별’일까? 그런들 어떠하리. 역차별이란 단어 자체를 기득권이 만들어낸 건데 말이다. 난 이 단어를 오히려 좋아한다.
남녀 직원 만족도 차이
글래스도어는 성별로 직무 만족도도 조사했다.
그 결과 25개 기준 기업들 중 4개 기업에서만 여성이 자기 직업과 회사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에픽 시스템즈, HP, 인텔남자는 15개 기업에서 만족도가 더 높게 나왔다.
아마존, 애플, 시스코, 시트릭스, 이베이, 페이스북, 구글, 인튜이트, 링크드인, MS, NI, 넷앱, 락스페이스, 세일즈포스닷컴, 징가나머지 6개 기업에선 남녀가 비슷했다.
델, IBM, 오라클, 퀄컴, 트위터, 야후여기서 여성의 만족도가 약간 더 낮은 이유를 4가지로 찾아봤다. 첫째, 선임의 리더십, 문화와 가치, 경력 기회, 일과 일상의 밸런스였다. 아래 표를 보면 직원 만족도 차이를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I have not observed women getting promoted and women from technical fields are rarely being hired. Teams remain disproportionately male even compared to recent statistics from Google and other competitors. Little effort is made to proactively recruit women in technical positions.” — Microsoft Employee (Redmond, WA)
“난 여성이 승진하는 걸 본적이 없을 뿐더러 이 직종으로 채용되는 것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구글이나 다른 회사와는 달리 팀은 여전히 거의 남자뿐이죠. 기술직들에선 여성들 채용을 위한 노력을 특별히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아요” -MS 직원
“Foster more diversity in hiring and in the leadership ranks. A female leader (VP level) in the R&D org would be a good start.” — Twitter Employee (location, N/A)
“고용이나 리더들 중 여성들이 더 많이 나와야한다고 봐요. R&D조직에서 VP 레벨의 여성 리더들이 나오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은데요.” -트위터 직원
그렇게 쓸모 있다는 프로그래밍을 배운 여자아이들이 나와서 받는 대우는 위와 같았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렇게 종합적인 자료조차 없다. IT 기업의 여성 비중은 9:1 정도 되지 않을까? 여성 임원이 있기는 할까?(아, 그나마 박의빈 라인 CTO가 있다지만 라인은 스스로도 일본 기업이고 싶어하니까. 일본으로 푸시해 주자.)
자, 그래도 이렇게 얽혀 있는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교육에 있다. 잠재적인 직원을 양성하는 수단은 교육이기 때문에. 일단 다시 ‘교육열성국인 한국을 본받자’고 헛소리하는 오바마 아저씨의 미국을 보자. (전반적으로 다양성이라곤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실태를 정녕 봐야 알까. 아줌마가 가서 무슨 숫자를 디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디 파토비(Hadi Partovi) 코드닷오알지 공동창업자가 올해 10월 리코드(Recode)에 ‘테크 산업에서의 젠더 차이를 풀어내는 방법’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남성이 점령하다시피 한 IT 기업들에서 고용편향이 나타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며 “‘브로그래머(Brogrammer)’라고 비꼬는 기업 문화 내에서 여성이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걸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은 교육 파이프라인의 제도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교육으로 SW교육을 끌어와 기회를 더 많이 준 거라고 덧붙였다.
“2013년 코드닷오알지를 시작했을 때 미국 학교의 90%가 컴과를 안 가르치고 있었어요. 컴과가 대부분 교외의 몇몇 학교나 부유한 이웃들이 배우는 과목이었다면 다른 인종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의 대형 학교 100개가 있는 지역의 30%엔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칸-아메리칸 인구가 살고 있어요. 인종적으로 다양한 지역이나 시골 지역에선 컴과를 가르치지를 않으니까 뭐 그냥 못 배운 거죠. 근데 이제 공교육으로 SW를 끌어오게 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친구들도 기회를 잡는 거죠.”
올해 코드닷오알지의 고등학교 교육 코스에 등록한 학생들 구성을 보자. 여학생 34%, 아프리칸-아메리칸, 히스패닉, 다른 인종 그룹은 60%였다.
“4만 개의 교실에서 150만명의 여학생이 코드스튜디오에 가입했습니다. 코드스튜디오 학생 중 40%가 여학생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여학생들에게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고자 했어요.”
우리나라도 비슷한 길을 밟아가는 것 같다. ‘소프트웨어야 놀자’와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담당자는 모두 캠프나 프로그램할 때 남녀 비율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야 놀자’ 관계자는 “요즘은 컴퓨터 갖고 노는 게 남자애들이나 여자애들이나 다 똑같아요. 그런 차이 없어요”라고 했다. 주소아 관계자도 “학년마다 다르지만 초등학생은 비율 비슷해요”라고 한다.
올해 7월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는 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특화 교육 과정을 실시했다.
10월에 만난 조용남 광안초등학교 선생님도 성별 차이에 대해 한마디 하셨다. 비율 차이보단 실제로 가르치는 내용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거다. 남자애들은 게임, 여자애들은 스토리텔링. 그러니 툴도 달라진다는 게 핵심이었다.
또 10월에 ‘케이걸스데이’ 행사가 있었다. 2000명 정도의 여중고생과 여대생들이 참가했다. 이 행사는 독일의 ‘걸스데이’를 벤치마킹해 실시했다. 여학생들이 이공계 진로를 탐색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산업 기술 현장에 초청해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독일의 ‘걸스데이’는 2001년 처음 시작됐다. 2013년엔 11만 여명의 10대 청소년이 9200여 개 기업과 기관을 방문했다.
더 나아가 MS는 12월 ‘핑크코딩파티’를 연다. 여자 아이들만을 위한 코딩 파티다.
SW교육에서의 성별의 중요한 이유는그 필요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글 첫머리에도 이야기했지만 미래의 아이들에게 정보화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도구를 주는 것과 나아가 경쟁력을 길러주자는 취지다. 남자들에게만 해당될 리는 없다.
근데 교육 현장에서 ‘여자아이들은 수학과 과학을 못하고 그러니 이과로 갈 수 없고 수능을 제대로 못 칠테니 컴과는 너희들에겐 맞지 않는구나’라는 무책임한 말과 인식, 편견으로 회피하긴 힘들다. 교육 파이프라인의 인풋을 그런 식으로 막으면 아웃풋은 결국 또 위와 같은 현실을 맞게 된다. 악순환이다.
현실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는다. 그러니 교육이 중요한 거고 덕분에 나타나는 결과를 기대한다. 마술은 없으니까.
한국에서 여학생들, 여성을 위해 열리는 다양한 행사 소식에 일단 박수를 보내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원문: Med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