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ck이란 단어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연준의장 옐런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작년초입니다.
그 의미를 간단히 설명하면,
“인플레 없이 도달할 수 있는 최선(최저)의 인플레 수준과 현재 인플레 수준의 차이”
다시 말하면, “인플레를 자극하지 않고 얼마나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 Slack이란 단어가 정말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는 멋진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능력(capa)이 충분한 사람은 위기가 와도 여유있게 대처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조급함을 느끼며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짜증을 내곤 하죠. Slack이란 단어가 그 사람의 행동과 생각중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과거 금리가 높은 시대(고성장)의 우리나라에는 덤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여유가 있었지만, 금리가 점점 낮아지며 저성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나 살기 바뻐서 (학생들은 취업걱정, 중년은 노후 걱정 등) 남을 돌 볼 여유는 점점 없어지고 있죠.
갑자기 슬랙(Slack)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유는 미국/유럽/중국의 경제 상황이 가진 각기 다른 여유(slack)가 시장을 이해하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 미국: 남들은 안좋다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덜 좋다고 이야기한다
미국은 최근 나뻐진 경제지표(제조업/재고부담)에도 불구, 여전히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체력(고용시장과 소비심리 중심)을 가졌습니다. 인플레 지표를 제외한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 당장 금리를 올려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미국의 여유가 다른 모든 나라에게는 금리 인상 우려라는 공포를 줍니다.
2) 유럽: 더 나빠지기도 어렵겠다. 자포자기
유럽의 경제 상황은 이미 충분히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더 나뻐질게 뭐있냐”는 식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자가 오히려 더 여유로운 것처럼 유럽은 심리지표를 중심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물론 실물지표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죠.
3) 중국: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우린 돈도 많고, 금리도 높아
주말동안 발표된 수출데이터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다시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금리를 더이상 내릴 수 없어서 양적완화까지 하고 있는 미국/유럽/일본과는 다릅니다.중국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산술적 여유가 있어언제든 강력한 부양책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마지막 참전국이 될 중국이 금융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르죠.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사람들이 자기나라에 와서 돈을 써주길 바랄 정도로 막강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중동(사우디 등): 유가가 반토막이 났지만, 난 왜이렇게 여유가 있지?
유가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동을 걱정하죠. 그런데 아래 그림처럼 왠지 그들은 여유가 있어보입니다.
중동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생필품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가까운 유럽에서 수입을 합니다. (유로화가 필요) 기름을 팔아서 받는 돈은 대부분 달러죠. 즉, 달러를 받고, 유로화로 쓰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반토막이 나는 동안 달러는 유로화 대비 25%나 강해졌습니다. 물론 그들도 힘들겠지만, 환율의 움직임이 그들에게 상대적인 여유를 주고 있습니다.
5) 한국: 안타까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반면, 우리는 여유가 없습니다. 지난주 여권에서는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친기업적인 정당인 새누리당에서 조차(설사 그것이 쇼맨쉽이었다하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기업에게 더 잘해주기 어려울 만큼(No Slack) 많은 혜택을 줘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세계가 환율전쟁을 하고 있지만, 한은총재님께서는 선비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몇주동안, 인플레 기대심리의 변화를 바탕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모였왔습니다.
이른바 “Short Covering Driven Market”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 동안 많은 장애물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너무 잘나와서 금리인상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그리스 문제 역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을 준비를 마쳤을 뿐 아니라, 중국 수출 급감으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쉽지 않은 한주의 시작이 될 것 같네요.
원문: Mangyst가 보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