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대선으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교육감 선거는 묻혔다. 물론 별로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아이들이지 않은가? 그 아이들이 훌륭하게 우리를 떠받힐 연금을 낼 수 있게 자라나기 위해서는 보육이 우선이다. 하지만 부모들조차 보육의 개념과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정리글을 준비했다.
보육
국어사전에는 ‘어린아이들을 돌보아 기름’이라고 되어 있고, 영어사전에는 childcare, day care로 되어 있다. 그런데 국어사전과 영어사전 둘 다 틀렸다.(…) 한국의 보육 개념은 childcare가 아니라 educare로 정의된다. 교육education과 돌봄care의 합성어다. 따라서 보육시설, 즉 어린이집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2006년 표준교육과정이 공포돼 보육시설에서 이를 기반으로 많은 어린이집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탁아소, 보육원 그리고 어린이집
흔히 보육시설, 또는 어린이집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탁아소나 보육원, 어린이집 등을 같은 개념으로 떠올리는데, 이것들은 각각 다르므로 괜히 헷갈려서 보육원이나 탁아소라고 잘못 말하는 쪽팔리는 짓은 하지 않도록 하자. 탁아소는 care의 개념만 있다. 보육원은 부모가 없는 고아나 수감자, 입영자들을 위한 특수기관이다.
따라서 보육시설을 보낸다는 말을 잘못해서 아이를 보육원에 보낸다고 하면 내 손으로 아이를 갖다 버리겠다는 뜻이 돼버리므로 주의하자.(…)
어린이집은 단순히 아이들을 ‘맡겨놓는’ 곳이 아니라 교육하는 곳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대상 연령이 다르다. 어린이집은 0~5세, 유치원은 3~7세의 아이에 해당한다. 3~5세까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대상연령이 겹치는데, 정부에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차이점을 상쇄하기 위해 ‘누리과정’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일원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관리하는 탓에 일원화하기에는 쉽지 않다. 특히 보육 예산은 점점 늘어날 것이므로 각 부처에선 절대 뺏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어린이집의 6가지 종류
현재 한국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0% 확률의 추첨으로 선택받은 아이들이다. 나머지 90%의 아이들은 설립주체가 다른 어린이집에 다닌다.
어린이집은 설립주체와 규모에 따라 국공립, 민간, 가정, 법인, 직장, 부모협동 어린이집으로 나뉜다. 부모협동 어린이집은 극소수이고 법인, 직장 어린이집도 소수에 그치기 때문에 80%의 아이들은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다. 민간과 가정은 수용인원(20인 이하는 가정 어린이집)에도 차이가 있지만, 가정 어린이집은 신고제, 민간 어린이집은 인가제라는 차이도 있다. 잘 모르겠으면 건물 따로 있는 곳은 민간, 아파트나 복지회관 같은 데 끼어 있는 곳은 가정이라고 대충 이해하도록 하자.
어린이집 시설수 및 아동수 현황
2011년 보육통계 PDF
서울형, 공공형, 창원형 어린이집
서울형 어린이집은 2009년 오세훈 시장 시절에 ‘여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도를 운용해 국공립 어린이집 외에도 보육시스템을 평가하겠다고 만들어놨는데 평가만 하고 인증간판만 줬지 지원금은 안 줬다.(…) 어린이집에선 내 쌩돈 내가면서 인증받아도 간판 하나 더 생기는, 말 그대로 별 의미 없는 스펙 하나 다는 꼴이었다. 한편 국공립 어린이집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새로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뿐더러 아이들이 인구가 점점 불규칙하게 줄어든다는 장기적인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오세훈이 생각해 낸 꼼수가 바로 서울형 어린이집이다. 평가인증에 통과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몇 가지 평가과정을 더 추가해 통과하면 교사와 시설장의 인건비를 지원해주겠다는 발상이었다. 서울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만으로 워킹맘들에게 서울시가 공인하는 어린이집을 늘렸다는 생색을 낼 수 있고, 시설장은 제일 골칫거리인 인건비를 지원받으니 좋고, 교사는 월급 올라 좋고, 엄마들은 믿고 보낼 어린이집이 늘어난 것 같아 좋고. 어쨌거나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좋은 평가도 있었고, 정부에서도 공공형 어린이집이라는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서울형 어린이집은 결국 민간이 주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돈을 더 남겨먹으려 하는 놈들이 있게 마련이고, 실제로 이런저런 비리를 저질러 적발된 숫자가 꽤 돼서 공신력이 떨어져버렸다.
한편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받을 수 있는 보육비를 제한하도록 했고, 대신 어린이집 시설장들이 이에 반발하는 것을 막으려고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추가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민간 어린이집들은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2.5배가량 많은 특별활동비를 거둬들이는 쾌거를 이뤘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현재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다니는 80%의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정 부분 보육의 질을 높인다는 성과는 이뤘지만, 퀄리티 유지가 안 된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결국 박원순 시장은 민간 주체에 지원하는 서울형 어린이집 방식 대신 직접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는 방식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현재 박원순 시장의 계획은 2014년까지 연차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280개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창원형 어린이집은 민간주체를 지원하는 방식 대신 지자체가 직접 시설을 운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용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얻기도 했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누구에게 지원하느냐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지금 당장 효과가 있는 서울형/공공형이냐, 전체 아동인구가 줄어드는 문제와 시설투자비가 많다는 단점에도 공신력과 만족도가 더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냐. 참고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민간 어린이집 인수를 통해 국공립을 확충한다는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다.
서울형어린이집 지원내용 및 운영기준
서울시 ‘비리 어린이집’ 적발 기사
어린이집 인증제 문제 기사
서울형 어린이집 비용 문제 기사
보육바우처
지원주체를 어린이집(시설), 보육교사, 부모 등으로 돌려막기 하듯 했던 지난날의 정책과는 달리, 보육바우처는 실질적으로 보육 서비스를 받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바우처제도는 외국의 사례연구들을 토대로 정책을 설계했다.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아이사랑카드’라는 걸 발급해주고 어린이집에 돈을 낼 때 이 카드로 결제하면 자동으로 아동연령별/부모소득별 차등지급되는 정부지원금과 부모부담금을 계산해 어린이집에 이체하는 방식이다. 어린이집의 서류작업을 줄이고 아이를 기준으로 보육지원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문제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점이다. 현재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 양육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지원금이 많지만 양육수당은 지원금이 적어진다. 직접 아이를 기르는 아이들에게는 불공평한 셈이다. 그래서 전업주부들의 경우도 직접 키우기보다 어린이집에 보내도록 유도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맞벌이 가정을 우선 지원하고 표준적인 보육 프로그램이 구비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바우처 방식을 선호하는 듯한 인상이다. 실제로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지금은 어린이집에 보내겠다는 부모가 많지만, 현재 10-20만 원에 머무르는 양육수당이 30만 원 이상으로 오를 경우 맞벌이를 포기하고 직접 키우겠다는 부모가 꽤 많았다. 정부로서는 여성들이 양육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것보다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을 택하는 듯하다.
보육전자바우처 보육정책과 담당자와의 Q&A
‘보편 무상보육’으로 선별지원안 3개월만에 폐기
0~2세, 소득구분 없이 바우처 형태 지원•3~4세, 5세 누리과정처럼 전계층 혜택
“책정된 양육 보조금으로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양육수당 증액 시 집에서 키우겠다” 63.8%
보육사각지대
서울, 인천, 부산 등은 그나마 국공립 어린이집이 상대적으로 많고 민간주체의 어린이집도 숫자가 일정 이상 확보된 상태여서 보육의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수도권 임대아파트 등의 젊은 부부가 많은 대규모단지와 농어촌 지역의 보육사각지대다. 이런 지역에서는 국공립은 물론 민간-가정 어린이집도 태부족한 현실이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수요가 존재할 때 생겨날 수 있는 것인데, 인구밀도가 적고 아이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은 지역에서는 국공립을 짓는 것도 효율적 재정투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하지만 보육의 특성상 효율성보다는 접근성, 보편성 등의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경기도 농촌지역의 보육교사 기피 문제 기사
전라북도 읍면지역 보육 사각지대 기사
임대아파트 보육시설 부족 문제 기사
아이돌보미
아이돌보미 지원 사업은 12세 이하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돌봄(care)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베이비시터의 개념과 비슷하다. 가정에 파견된 돌보미는 부모가 올 때까지 임시로 맡아 돌보고 놀아주는 일, 식사와 간식을 챙겨주고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 등하굣길을 따라가 주는 일을 한다. 시간제(월40시간)와 종일제로 나뉘는데, 종일제는 생후 12개월까지만 된다. 즉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제 서비스만 가능한 셈. 한마디로 어린이집/유치원의 보조 서비스 개념에 가깝다.
출퇴근이 늦어지거나 해서 어린이집/유치원 출 퇴원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려다 줄 수 없는 부모들이 이용하기 좋은 서비스다. 그러나 돌보미들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폭행, 업무소홀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 초기에는 제대로 개념이 잡히지 않아 부모들이 돌보미에게 집안일을 떠맡기려는 식의 시행착오가 있기도 했다.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안내
아이돌보미 폭행사건 관련 기사
정부 돌봄 서비스 현황 기사
참고논문
서울형어린이집과 비서울형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 만족도에 관한 비교연구
서울형 어린이집 보육서비스 효과성 분석
서울형 어린이집 가정보육시설 경영상의 운영실태
서울형 어린이집 전환에 따른 보육시설 시설장의 경험
민간어린이집의 운영실태 분석 – 서울형 어린이집과 일반형 어린이집 비교
공공형자율형 어린이집 공인제도 실시에 관한 보육시설종사자의 인식비교
보육정책의 공적지원 강화에 관한 연구
유아의 연령에 따른 민간보육시설의 특별활동 실태 및 학부모 인식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