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핀테크 열풍으로 회고되는 닷컴버블의 기억
최근 핀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핀테크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매체들은 해외 핀테크 업체들의 사례를 선보이며 핀테크 혁명이 가져오는 금융시장의 변화와 함께 전통 금융업의 붕괴가 코 앞에 다가온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벤처가 붐을 일으키며 굴뚝업체들의 퇴출과 e-경제로의 진입이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얘기하던 때의 데자뷰 현상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트렌드는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CNBC는 ’14년 총 27개 산업에 걸쳐 50개의 혁신적 스타트업을 발표했는데 이 중 25%인 12개가 핀테크 업체로 선정되었다. 가히 핀테크의 물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전세계 핀테크 기업으로 쏠리는 VC(Venture Capital)들의 자금 규모가 ’13년 3조원 규모에 이르며 ’08년 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현재의 핀테크 물결이 과거의 닷컴버블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API·소스코드 공유, 클라우드 환경 등으로 인해 인력과 기술 확보에 대한 노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아지고 쉬어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이러한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의 폭증 현상을 마치 5억년전 캄브리아기의 생명체 대번성 현상에 빗대어 표현할 정도로 핀테크에 대한 시각은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닷컴버블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은 왜일까? 과거 닷컴기업들은 구글, 아마존 같은 아주 성공적인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이용자들의 행태 변화에 커다란 갭이 존재했을 뿐 아니라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속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커다란 기대감으로 VC의 투자를 받았던 일부 해외 핀테크 기업들도 최근 적자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POS로 잘 알려진 스퀘어도 2013년까지 3년 연속 순손실을 내고 IPO(기업 공개)를 연기했으며 온라인전문은행인 피도르은행 또한 2013년을 제외하면 최근까지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와는 차별적인 금융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
국내 금융권에서도 핀테크라는 단어는 이미 핫이슈로 떠 오른 상황이다. 천송이 코트로 촉발된 대통령의 질책과 다음카카오의 간편결제 도입, 알리페이와 같은 중국 결제사업자의 국내 진출 확대 등으로 인해 각 은행 및 금융기관들은 핀테크 부서를 만들고 대응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정부 또한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IT 기반의 융합형 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캣치프레이즈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고 향후 금융업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관련 규제를 빠르게 완화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의무화폐지, PG(Payment Gateway의 약자로서 일반 소호 쇼핑몰을 위해 쇼핑몰의 신용카드 가맹점 신청을 대행)사 카드정보 저장 허용 등, 하부 감독규정의 개선에서부터 금산분리, 금융실명제 등 파급 효과가 큰 굵직한 제도 또한 완화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관련된 규제가 다양한 법에 걸쳐 산재해 있고 열거식으로 되어 있어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제도적 장벽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환경의 차이를 감안한 활성화 및 관련 규제 정비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사실 해외에서 잘 알려진 핀테크 기업들은 낮은 수수료와 수일씩 걸리는 이체 및 송금시간을 실시간으로 줄임으로써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측면이 크다.
해외 고객들은 계좌이용 수수료, 당좌차월수수료, 체크리턴 수수료 등 많은 수수료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수수료 수익 중 예대관련 수수료 수익 비중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2배에 가까운 22.9%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이러한 고유 업무에 따른 대고객수수료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며 대부분 무료인 경우가 많다.
한편 은행 간 계좌이체시스템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실시간으로 자행 및 타행간 이체가 가능하다. 이러한 지급결제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는 영국, 일본 등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을 보더라도 타행간 계좌이체는 1~2일 이상 걸리며 자행 간 계좌이체도 타인에게 보내는 경우는 몇 시간이 걸린다. 수수료 또한 수달러에서 수십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경쟁 촉진과 금융업 활성화 측면의 고민이 병행될 필요
한때 음반 산업이 불법 복제와 디지털 트렌드로 사양산업화 되면서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전체 음반 산업 규모는 오히려 과거보다 성장했다. 유료 콘텐츠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어지면서 불법 다운로드가 줄었고 이로 인해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제값 주기라는 선순환적인 흐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이러한 인식 변화는 아직 요원하다. 맥킨지의 국내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50%만이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88%는 여전히 금융업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갖는 공공적 서비스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편적으로 국내 PB(Private Banking)를 보더라도 자문서비스의 경우 해외와 달리 여전히 무료 서비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핀테크가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해결해줘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핀테크의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온라인 거래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핀테크의 성공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제값을 주고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선진적인 인식의 변화를 단기간에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지나친 가격 제한 정책과 규제는 금융의 공공적 성격만을 강화해 시장 활성화와 성장성 제고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카드 및 은행 수수료에 대한 가격제한 정책으로 수수료체계의 개선이 어려운 편이다.
따라서 다양한 금융서비스의 가격 체계에 대한 자율적인 시장 조성을 허락하되 대형 IT기업 및 핀테크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산업으로서의 발전을 꾀하는 상생적 정책 방안이 더욱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금융기관 또한 핀테크 기업과의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투명한 가격체계와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원문 : Korea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