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지만 탄탄한 팩트를 밑바닥까지 찾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1인으로서 한국의 선진화된 공시시스템인 DART에서 옐로모바일의 관련 자료를 찾았다. 작년 12월에 올라온 기업가치평가보고서. 옐로모바일이 1조 공룡벤처로 ‘둔갑?’한 근거가 바로 여기있었다.
옐로모바일 기업가치평가 주체는 대영회계법인. 일단 빅4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빅4가 아닌 이유는 ‘특별히’ 있다고 본다.) 가치평가 방법론은 현금흐름할인(DCF)방식으로 잉여현금흐름(FCF)와 잔존가치(Terminal Value)를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11.6%로 할인해서 기업가치 1조원으로 평가(주식가치 9621억원), 1주당가치는 211만원이다.
당기순손실에 영업이익도 낮은 회사가 1조?
그럼 어떻게 당기순손실에 영업이익도 안나오는 회사를 1조원으로 평가했을까?
실제 이 가치평가로 재벌가 자제분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받았으니, 내돈으로 내가 투자했는데 어때서? 이러면 할말 없지만… 일단 독자들에게는 이 1조원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를 설명 하는게 속칭 ‘공룡벤처’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도움되겠다 싶어서 좀 시니컬하게 해부해보겠다. 아래 분석에는 필자의 주관과 감정이 마구 섞여있어도 이해 바란다.
일단 들어가기 앞서서 현금흐름할인(DCF)에 대해 간단히 상식적인 차원에서 직관적이고 쉽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집값을 비교할 때 가장 편한 방법은 네이버부동산에서 동네 시세파악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시세파악은 통상 상대가치평가인 PER, PBR, EV/EBITDA와 같은 재무지표를 활용한다. DCF를 사용하는 것은 네이버에 동네 시세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신도시의 시세를 추정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DCF의 함정: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집으로 따지면 매년 예상되는 월세 합계금액의 합계를 집값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DCF방식은 본질적인 약점이 있다. 무수한 추정치에 근거한 모델이고 결론이라서! 하지만, 비상장사인 경우에 비교대상기업이 존재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좀 따분하게 설명하자면…
-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예상되는 매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매년 주주와 채권자에게 귀속되기 위해 창출되는 현금을 매년 추정하고, 이들 현금을 현재가치화(할인)해서 그 합계를 합산하는 것인데,
- 매년 그럼 얼마나 성장할지, 그리고 5~6년 이후 존재하는 잔존가치는 과연 얼마일지, 할인율은 얼마로 할지에 따라서 기업의 가치는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 매출 성장률의 경우, 과거 평균 성장률이 아니라 예상 성장률에 근거한다면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고, 잔존가치의 경우 전체 기업가치 중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그 모델의 신뢰성은 떨어진다고 보면 맞다.
옐로모바일, 1조 가치가 정당하려면, 역사상 최고 성장 기록해야
그럼 옐로모바일이 1조원 가치 기업이 된 과정을 살펴보자. 즉, 어떤 가정사항들을 넣어서 회계법인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대상주식의 공정가치 평가”했다고 얘기하는지 지켜보자.
옐로모바일 DCF모델에 따르면 잉여현금흐름은 ‘15년 215억에서 출발해서 5년후인 ‘19년에는 6배가넘는 1,293억원으로 급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훠우! 엄청난 성장이다. 스토리라인 깊숙히 들어가보자!
키워드는 성장률이다. DCF모델에 가정된 사업부별 매년 성장률은 이렇다.
만약 현실에서 옐로모바일이 이렇게 된다면 단군이래 최고의 사업성과 성장성을 기록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거다. 판타스틱한 성장률에 당신도 막 올라타고 싶지 않은가? 저런 성장세로 가면 금방 한국판 샤오미, 텐센트된다. 이런 목표와 기대치와 현재의 옐로모바일의 현재 단면은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고, 꿈과 현실의 괴리감은 인터스텔라급이다.
이런 ‘미친’ 성장률에 근거해서 미래 매출성장세를 예측하는 가치평가보고서는 ‘19년도 옐로모바일의 연결기준 매출액을 1조원으로 예상한다. 5년만에 3배 이상 성장하는게 기본 시나리오! 참으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이성적 결과다.
역사상 보기 힘들었던 잔존가치
더 무지막지한 것은 ‘19년시점의 기업의 향후 잔존가치는 1.34조원! 사실 이 DCF의 대부분 가치(70% 이상)는 잔존가치(terminal value; 평가기간 이후의 기업이 가지는 현금흐름의 가치) 에서 온다. 즉, ‘19년 이후 미래의 모르겠지만, 영원한 시간동안 회사가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총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다.
이정도면 무협지 소설이다. 5년후 매출 3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도 우주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데, 5년 이후의 기간에 대한 가치가 기업가치의 2/3이상이라면? 거기에는 4차원적 상상력이 필요로한다. 식스센스 정도는 갖춰야 이 가치가 느껴지리라.
여기에 분석자는 꼼꼼하게 마케팅 및 관리 비용은 “예상되는” 시너지 발생으로 팍팍 감소하는걸 기본가정으로 깐다. 이거는 가치를 부풀리려고 작정하지 않으면 넣을 수 없는 가정이다. 무슨 시너지를 본적도 없으면서 벌써 숫자에 적용한다. 여러 회사가 함께 모여서 잡음이 발생하는 비용은 예측하지 않나?
옐로모바일 재무제표 : 무형자산과 부채만 급증
자, 이제 금감원 공시자료중 재무제표를 보자. 항상 건조한 팩트는 숫자로 딱 떨어져서 나오니까. 사실은 끝까지 훑어봐야 제맛!
혹시나가 역시나다. 이합집산 기업들은 합쳐져도 시너지는 안보이고 지분평가로만 회사가 커온것이다. 일단 최소한 작년 3분기 까지는. 회사는 스스로 인정한다. 영업권 손상차손, 부채비율 급증하는 위험에 대해 자진납세한다.(증권신고서 위험고지 부분에 기재)
회사의 주요 재무지표를 보자.
물론 3~4월에 발간될 ‘14년 전체연도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봐야 모든게 정확할테지만, 그냥 딱봐도 이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좋지 않다. 대부분 무형자산 급증에 자산부채총계는 늘었고, 부채의 증가속도도 가히 무서울 정도다.
왜 기자들은 공룡벤처 운운하면서 기대감이다 새로운 사업모델이다 이러면서 공시된 오픈자료를 꼼꼼히 까지 않을까?
인수한 회사는 40여개 넘어서 DART화면에서 스크롤압박이 느껴질 정도인데, 이익나는 회사는 몇개 없다. 모바일산업 초기라 그렇다고 친절히 설명되어 있지만, 초기라 망하는 회사도 많다고 한마디로 되받아주고 싶다. 1조원 가치를 증명하려면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그냥 꿈을 먹고 살거면 소설가로 데뷔하라고.
작년 투자유치 받은 기업가치 창출하려면 PER 25배기준 순이익이 500억원은 나와야하는데 어떻게 모든 비용을 감당하고 순이익을 창출할지 의문이다.
2000년도 코스닥 작전주의 전설, 리타워텍이 오버랩된다.
주식교환방식 인수합병으로 주가 200배 띄우고 리먼브라더스에서 받은 1조원대 대출은 투자로 위장시키고 실적은 안나오니 상장폐지하고, 하버드출신 회장은 미국도피하고 무죄판결받고 지금은 재기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잘하고 있다.
당시 주식투자했던 수많은 눈먼 개미투자자들은 가정파괴에 신불자로 전락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과도한 욕망에 눈이 멀었던 것인데, 당시 리타워텍의 공허한 확장과 인수/개발 방식의 모델에 대해서 기대어린 기사를 써댔던 언론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한국판 ‘폰지사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옐로모바일의 1조원 공룡벤처의 그림자에서도 리타워텍의 모습이 투영된다.
물론, 사업모델도 다르고 10여년전과 지금은 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공시자료속 행간에 느껴지는 강력한 욕망의 냄새는 그리 다르지 않다. 최근 공룡벤처라고 칭하며 유력 일간지에서도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우려어린 시각으로 몇자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