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고탱 (고탱의 비디오 운영자) / 선바 (선바의 예술세계 운영자) / 인터뷰어: 리승환 (ㅍㅍㅅㅅ 운영자)
리: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됐나요?
선바: 1년 반 전, 전역하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동영상을 직접 자기이름으로 찍어 올리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퍼오는 영상이 많았는데,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고탱: 저는 아직 1년도 안 됐어요. 하지만 선바보다 훨씬 잘 나가고 있지요.
고탱: 페이스북에 제 이름으로 올린 건 1년이 안 됐지만, 2010년에 유튜브를 처음 접하고 이미 영상 제작을 시작했어요. 동영상으로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고, 화면과 목소리를 통해 소통한다는 것이 정말 재밌어 보였거든요.
그 이후로 수 해 동안 꾸준히 취미로서 영상을 제작해왔어요. 혼자 방안에 카메라 세워놓고 얘기도 해보고, 해외여행을 가면 동영상으로 블로깅도 하고요. 그러던 중 작년 초에 페이스북을 통해 업로드한 병맛 영상이 제 페이스북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들에게 좋아요를 받고 쭉쭉 펴졌습니다. 그 후로 유머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죠. 뚜루루루루룹.
고탱: 신기했죠. 공중파 방송을 탄 것도 아닌데 길거리를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SNS의 파급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몸소 느낀거죠.
한번은 홍대에서 6천원짜리 값비싼 커피를 눈물을 머금고 주문했는데 영수증을 받아보니 3천원만 결제되어 있더라고요. 의아해하면서 점원을 쳐다보니 눈인사를 건네며 페북에서 동영상 잘 보고 있다는 응원의 말을 전해왔습니다. 그 순간 생각했죠. 아, 하길 잘했다.
리: 3천원에 무너지는 값싼 남자군요.
고탱: ……
리. 광고 해달라는 쪽지도 많이 들어올 텐데, 어떤가요?
선바: 보통은 거절해요. 이유는 토토라거나 사다리라거나 정체 모를 불법의 냄새가 나는 광고가 많이 들어와서(…) 평소에 좋게 생각하고있거나 알고있는 곳에서 광고가 들어오면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합니다.
리: 보통 어떻게 해달라는 쪽지가 오나요?
고탱: 단가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름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단가를 제시하기보다 저랑 과연 함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먼저 여쭤보는 경우가 많아요.
리: 열심히 메시지 오는 것에 비해 광고를 별로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탱: 죄다 사다리에 도박에 성인이라(…) 최근에는 치킨마루와 함께 협찬 형식의 공동작업을 했습니다. 이틀 동안 치킨만큼은 실컷 먹게 해주셨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선바: 님이 물어다 줬잖…
리: 광고를 받는 기준은 뭔가요?
고탱: 돈보다도 같이 재미있는 걸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 쪽을 존중해요. 이번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먼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주셔서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됐어요. 그리고 제안을 받기 바로 며칠 전에 배송관련하여 제가 직접 겪은 에피소드가 있어서 그 내용으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리: 영상 광고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진행 중 어려움은 없던가요?
고탱: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좋았습니다. 작업을 같이 진행하기로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옥션에서 택배가 오더라고요. 묵직한게 와서 뭔가하고 받아봤는데 스마트배송 박스가 크기별로 열 박스 넘게 왔어요. 택배로 박스를 몇 개씩이나 받으니 황당했지만,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미리미리 챙겨주셔서 구상한 대로 재밌게 찍었어요.
선바: 아무래도 자꾸 영상이 빠꾸를 당해서 무한 수정하게 된 일은 귀찮기 그지 없었죠. 대기업 일이고, 또 남의 돈 받고 하는 일이니 당연하다 생각해요.
고탱: 저도 재미로 하는 일만은 아닌지라, 계속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스마트배송 영상은 족히 120번은 돌려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바의 예술세계를 운영하는 선바랑 아이디어 회의도 같이하고, 영상 촬영, 편집까지 같이해서 즐거웠어요. 둘 다 업로드를 마치고 나서 조촐하게 소고기 회식을 했는데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브로맨스가 피어오를… 아 아닙니다.
리: 돈은 얼마나 받나요. 혹시 최소 기준선이나 이런 게 있나요?
고탱: 비용 부분에서는 최소 기준선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제 채널의 성격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 콘텐츠가 나올 것이냐가 중요하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같이 제작해보고 싶다고 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채널 성격이랑 워낙 잘 맞아요. 반대로 유머로 풀어내기 어려운 소재는 제게도 리스크가 있어서 소극적인 거절의 의미로 비용을 높게 책정합니다.
리: 이거 하는 게 광고효과가 있을 것 같나요?
선바: 일단 조회수가 저는 15만, 고탱 형은 50만 정도 나오니, 그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네요.
고탱: 당연히 있겠죠. 구독자분들이 제 영상을 눈 감고 보는 게 아니라면요.
리: 1인 제작자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자 하나요?
선바: 제작자들이 독립적으로 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해요. 그래야 한국의 1인 미디어 문화도 더 건전하게 정착할 수 있고요.
고탱: 사업적인 구상보다는 제작자들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어요. SNS광고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이 어린 제작자들에게 헐값으로 콘텐츠를 사들이고, MCN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불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를 많이 전해 들어요.
쉐어하우스의 사례
리: 수많은 채널들 중 여러분이 젤 주목하는 쪽은?
선바: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인터넷세계라, 하루하루 다르기 때문에 콕 찝어서 이야기하기는 힘들어요. 어떤 특정 세력이기 보단 전체적인 흐름을 주목하는 편이에요. 어떤 코드가 어떤 타겟에 잘 먹히는지.
고탱: 누가 제일 잘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느냐에 주목합니다.
지난 주에는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본 적이 있는데 구독자가 많은 건 아니지만 벌써 몇 개월째 비디오라는 형태로 블로깅을 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편집도 잘하더라고요. 자막도 막 여기저기서 날아다니고. 지금 어린 친구들은 벌써 자기 영상을 찍고 스스로 편집하는 게 자연스러운가 봐요. 지금 인기 있는 사람을 보기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제작에 뛰어들 지를 유심히 봅니다.
선바: 재미에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광고와 광고 아닌 것의 경계에 서있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그러려는 이유는 그게 성공하면 참신한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고탱: 광고를 집행하려는 쪽에서 제 채널에 광고를 단순히 태우려고 하는지, 혹은 같이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무엇보다도 재밌어야죠.
리: 팬들 반응은 어떤가요. 광고라 지랄하지 않나요?
선바: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입니다. “광고 존나 열심히 만드네ㅋㅋㅋㅋㅋㅋ”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 평소보다 열심히 하기도 했고요. 광고라서 지랄하는 댓글은 한 개도 못 본 것 같아요. 이게 광고냐 아니냐보다 이게 재미있냐 아니냐가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고탱: 사실 걱정을 상당히 많이 했어요. 저부터도 제가 좋아하는 제작자가 광고 콘텐츠를 만들면 재미가 있든 없든 괜히 서운하거든요. 이번 이베이코리아 스마트배송 영상은 사실 ‘대놓고 광고’ 이기 때문에 믿고 구독하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댓글을 보다가 진심으로 감동했어요. ‘광고해도 밉지가 않다’, ‘광고도 존나 웃기게 찍네 ㅋㅋㅋㅋ’, ‘광고 많이 하세요 그래야 고탱의 비디오도 오래오래 보죠’ 같은 댓글이 대부분이라 고맙더라고요.
리: 평소 엄청난 공유에 비해 광고 컨텐츠는 공유가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어이 생각하세요?
선바: 제생각은 이렇습니다. 이게 광고이기 때문에 공유수가 적다기보다는 이게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과 어필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공유수가 부족한 거죠. 광고를 만들더라도 어필할 수 있게 만든다면 공유 수는 많이 오를 겁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도 재밌는 광고들은 어지간한 바이럴 영상보다도 훨씬 높은 조회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고탱: 꼭 그렇지는 않아요. 평균 이상의 공유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죠. 결국에는 콘텐츠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광고를 집행하고자 하는 쪽과 협업이 잘 이루어져야 하죠. 광고주가 갑이라는 생각보다, 양쪽이 적극적으로 콜라보이레이션을 해야 공유할만한 콘텐츠가 나와요.
리: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주시죠.
선바: 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길이 모시겠습니다.
고탱: 위대하신 리승환 수령님의 컨퍼런스 자료가 앞으로 광고가 나아갈 길을 잘 제시한 것 같으니, 다들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ps. 고탱, 선바와 옥션 광고를 기획한 홍윤희 부장 멘트
: 고탱과 선바를 만나서 느낀 것. 사고가 자유로운 친구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개그맨들이 아이큐가 높다고 하잖아요? 직업적 개그맨도 아닌데 생활속 작은 것을 끄집어내서 유머 코드로 만드는 ‘일반인’이 어떻게 가능한지가 궁금했습니다. 특히 요즘 ‘창의적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어릴때 뭐했냐고. 그랬더니 둘 다 “놀았는데요?” 하더라구요. 어떻게 놀았느냐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고탱씨가 “음… 주로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어요”라고 하더라구요. 특이한 사항은, 좀 조용하거나 약간 왕따당하는 성향이 있는 친구들을 일부러 끼워서 같이 놀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 배려심이 강해서구나’라고 지레짐작했죠.
근데 고탱씨가 “조용한 친구들이 막상 같이 끼워서 놀면 제일 재미있게 놀아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랑 함께 놀았어요” 하더라구요. 창의인재로부터 창조경제가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1인 제작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두분! 정말 수고하셨고 감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