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모두 사견이며 자료는 통계청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얘기를 들으면 대체로 인구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주도산업의 국제경쟁력이라든가 최근 경제의 대내불균형 논의의 핵심에 서 있는 재벌구조, 그리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노동생산성 문제 등 물론 걱정을 자아내는 주제는 많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때나 언론 기사를 보면 단연 미래인구변화와 그 파급영향이 강도 면에서 수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출산율은 중진국은 물론 선진국을 포함해도 낮은 편에 속하며 인구 고령화는 가장 빠르다. 생산가능인구는 곧 급속히 감소할 것이며 전체 인구도 곧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물리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다.
대략 이런 것이 걱정의 시작이고 끝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대체로 이런 인구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소득이나 주거행태의 변화, 가계소득 증가의 정체, 낮은 금리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대체로 미래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는 인구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국가경제의 미래를 전망하고 대처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처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과 종말론적 예언을 쏟아내면서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취한다든가 그런 과장된 미래 시나리오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부나 정치권, 그리고 사회 전체에 대해 악담 같은 비난을 퍼붓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건강한 문제 접근 방법은 되지 못한다. 더구나 미래 전망이라는 것은 꼭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장래인구추계는 5년마다 수정ㆍ발표된다. 전망의 큰 줄기는 갑자기 바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전망치가 항상 맞아들어가거나 발표 때마다 더 나쁘게 수정되는 것도 아니다. 아래 그림은 정부가 2001, 2006, 2011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시 수정된 주요 내용의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수정의 의미를 그림 설명으로 덧붙인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인구는 대략 향후 10-20년 이후 정점에 다다른 뒤 서서히 감소할 것이다. 특히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는 대신 수명 연장 등으로 인해 고령인구는 감소폭이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총부양비는 2060년이면 100명당 101을 기록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의 활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이 그림에서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인구 전망이라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어렵다. 또 여러 가지 사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정될 때마다 꽤 많은 변경이 필요하다. 이 그림은 2001, 2006, 2011년 발표된 장래인구추계 가운데 2030년 기점 인구증가율 추정치를 모은 것이다. 2001년과 2006년 전망시는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2030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1년 전망시 소폭이지만 플러스로 돌아선 것을 알 수 있다.)
(수정 이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를 말한다. 이 전망치는 2001년 추계시 2030년에 1.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고 2006년 전망시는 1.28로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1년 추계에서는 1.41로 대폭 상향조정됐다. 정부와 전체 사회의 노력, 그리고 국민 각자의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출산율이 과거 걱정보다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변화와 수명 연장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한국의 전체 인구가 정점에 다다르는 시기에 대한 전망도 변화하고 있다. 2001년에는 한국의 전체 인구가 2023년에 5068만명에 이른 뒤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고 2006년에는 이보다 일찍 2018년 인구가 4934만명으로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011년 추계시 인구 정점 시기는 2030년으로, 정점시 인구는 5216만명으로 대폭 수정됐다.)
(물론 출산률이 회복되고 수명이 연장돼 인구가 당초 생각보다 많아진다면 우선 총부양비(15-64세 인구에 대한 나머지 전체 인구의 비율)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보장 등 각종 공적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총부양비는 2001년 및 2006년 전망시 2030에 각각 100명당 55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1년 전망시에는 58.5까지 상향조정됐다.)
(장래 인구 추계 수정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비록 크지는 않지만 국제인구순이동 수가 최근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이나 역이민 등으로 입국자가 출국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인구 유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한국의 경제 활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인구의 국제순이동 전망은 그야말로 정확히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현재 추이를 바탕으로 할 뿐이다. 즉, 순유입이 더욱 활성화되면 향후 전망 수정도 큰 폭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 장래인구추계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추계 직전 몇년간의 동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지만 20년, 30년 혹은 그보다 먼 장래의 인구를 추정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점술가의 예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추계가 수정될 때마다 덜 심각해지는 부문도 있고 더 어려워지는 부문도 있다.
또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고 여기에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인구 문제는 악화될 수도 있고 개선될 수도 있다. 물론 2016년 추계시 전망 내용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2011년 추계 수정 내용 가운데 긍정적인 것은 한국 정부와 국민 모두 인구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인구가 곧 대폭 감소할 것이며 결국 국가가 소멸될 것이라는 식의 종말론적 경고는 아무리 봐도 건설적인 경고라고 할 수 없다.
원문: Korea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