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주변에서 들어봤을 법하지만 사실은 아닌, 인체에 관한 10가지 도시전설에 대해 설명하겠다. 읽어서 사실과 허구를 잘 분간하고, 주변에도 널리 퍼뜨림으로써 진리와 정의가 구현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해보자.
1. 자전거를 타면 남성 성 기능이 저하된다?
자전거를 타는 남성들이라면 자전거를 1시간 정도 탔을 때 전립선 쪽이 저릿저릿하고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경험을 한두 번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한다. 심한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발기부전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자전거를 타면 성 기능이 저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일시적인 증상은 피팅을 잘 하고 자전거를 타는 중간중간에 스트레칭을 잘해주고 패드가 달린 바지를 착용하며 엉덩이에 맞는 안장을 구비하면 거의 다 예방된다. 사실 모든 건전한 운동이 다 그렇듯 자전거를 타면 오히려 성 기능이 향상된다.
성 기능 저하 위험에 처한 남성들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 데스크탑 앞에 앉아, 혹은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 일어나서 잠깐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
2. 머리카락을 통해 대부분의 체온 손실이 일어난다?
머리카락은 신체에서 질량 및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넓은 부분에 속하므로 머리카락을 통해 체온 손실이 많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은 은근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된다.
일단 포유동물의 몸에 난 털은 체온 유지의 기능도 수행한다. 물론 머리도 신체 부위이니만큼 약 10%의 체온 손실이 머리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흔히 말하는 것처럼 40~50% 이상의 체온이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속설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추측이 있다.
첫 번째는 1970년대 미군 생존 지침서에 나온 “열의 40~45%가 머리를 통해 빠져나간다”는 내용이다. 이는 50년대에 실시한 실험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사실 전신에 방한복을 착용한 상태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므로 당연히 일반적인 경우에는 적용이 안 된다.
두 번째는 갓난아기의 체온 관리 지침이 와전되었다는 추측이다. 갓난아기는 성인에 비해 신체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므로 머리를 통한 체온 손실이 확실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사실이 맞으므로 겨울에 아기 머리는 따뜻하게 유지해주도록 하자.
3.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
육류를 불로 굽거나 훈제하면 단백질 반응으로 인해 ‘아크릴아미드’라는 화학 물질이 생성되는데, 아크릴아미드는 UN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A군 발암물질, 즉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된 바 있다. 이 아크릴아미드는 “고기가 타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육류를 불로 굽거나 훈제하면” 생성된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렇다면 고기를 절대 구워 먹지 말라는 말인가? 걱정 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고기의 양을 생각하면 포함된 아크릴아미드는 극소량이므로 겁먹을 필요 없다. 발암의 위험에 확실히 노출되려면 약 2톤의 구운 생선을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고 보면 된다.
의외로 위험한 것은 탄 고기를 먹는 것보다도 고기 굽는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다. 손상에 끊임없이 재생하는 위와 달리 폐는 손상된다고 해서 곧바로 재생하지 않는다. 흡연이나 마찬가지로 고기 굽는 연기를 많이 흡입하면 폐암의 위험에 노출된다. 아무리 고기 굽는 냄새가 좋더라도 적당히 맡자.
4. 삼킨 껌은 뱃속에 몇 년이고 남는다?
어릴 때 껌을 실수로 삼키고 나서 위장에 껌이 달라붙을까 봐 어린 마음에 걱정했던 분들도 있을 것이다. 염려할 것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필라델피아 보호 네트워크 아동 병원(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Care Network)의 데이빗 폴랙(David Pollack)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들이 껌이나 그와 비슷한 크기의 다른 물체들을 삼키면 액체들과 함께 위장관을 따라 며칠 내로 빠져나옵니다.
껌이 소화 계통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증 혹은 신체의 손상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것 없다. 실수로 삼켰다고 불안해 할 것 없다. 그렇다고 껌을 굳이 삼기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일단 삼키는 느낌부터가 상당히 불쾌하지 않은가?
5. 체내의 실리콘 보형물이 폭발할 수 있다?
우리는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시대에 산다. 이에 따라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약해진 기압 때문에 실리콘 보형물이 터졌다든지 태닝을 하다가 열을 심하게 받아 폭발했다든지 하는 괴소문이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허나 고등학교 시절 화학을 배웠다면 알겠지만 실리콘은 열전도율 및 열팽창률이 지극히 낮은 물질이다. 인간이 생존 가능한 범위의 온도 및 기압 변화로 인해 실리콘 보형물이 터질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단 타격과 같은 물리적 충격에 의해 터지는 경우는 있으니 해당 사항이 있는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자.
6. 시체닦이 알바가 있다?
소위 고소득 알바 중에 시체닦이 알바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하다. 공포심을 덜기 위해 소주부터 한두 병 마시고, 시체를 다 닦기 전까지는 못 나오도록 문도 잠가놓는다. 시체를 닦다가 배를 눌러서 위장의 내용물이 역류한다든지 시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든지 하는 깨알 같은 디테일은 덤이다.
일단 사망자의 유족이 한 번이라도 되어본 사람은 이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유족은 시신의 염습 및 입관 과정 동안 함께하며 이 모든 과정은 전문 장례 지도사와 장의사가 거행한다. 문화적 배경을 통해 생각해보면 한국 같은 유교 사회에서 염습처럼 엄숙한 의식을 전문가가 아닌 일개 알바에게 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사품으로 창문닦이 알바도 있는데 이 역시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이므로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1990년도 이전이라면 집을 알 수 없는 무연고자의 시체 정도는 알바를 구해서 염했을 수도 있다. 전문 장례 시설이 들어서고 장례 지도사 자격증이라는 것이 생긴 게 1990년대의 일이며, 그 전에는 염습 과정이 보통 고인의 자택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문으로 알려진 시체닦이 알바 같이 공포심을 유발하는 작업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7. 죠리퐁은 여성가족부가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까놓고 말하자. 이 글을 읽는 남자 대부분은 여성가족부가 별로 맘에 들지 않으실 것이다. 솔직히 여가부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죠리퐁의 생김새가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소나타3는 헤드라이트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누드빼빼로는 누드라는 이유로 각각 판매 금지했다고 말했을 때 여가부라면 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리라.
하지만 아무리 여가부가 밉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좀만 생각해보면 죠리퐁은 그냥 밀을 튀겨 만든 과자이므로 모양 때문에 판매 금지를 요청할 바에는 밀 재배부터 금지 요청을 넣을 것이다. 농림부도 아닌 여가부가 그럴 깜냥이 되겠는가?
여가부가 있기 전에는 YWCA가 죠리퐁 판매금지 루머의 주인공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헛소문의 주인공이 생기지 않는, 진정한 남녀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8. 장기를 도둑맞을 수도 있다?
미녀와 바에서 술 한잔 걸치다가 다음 날 아침에 배에 수술 자국이 난 몸으로 얼음이 가득 찬 욕조에서 깨어났다는 이야기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외에도 외국인들이 장기를 훔쳐서 밀매한다는 각종 흉흉한 괴담들이 성행한다.
그러나 장기 이식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식했을 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혈액형을 비롯한 기증자의 생물학적 정보를 파악해야 하며 이것이 파악이 안 된 장기는 사실 있어봤자 쓸모가 없다. 그 외에도 전문적으로 장기를 적출하고 수술 부위를 봉할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과 사람의 몸을 나를 건장한 어깨들도 필요하다. 이렇게 많은 인력이 움직이면 너무 눈에 띄지 않겠는가?
또한 밀매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장기 매매보다는 마약 밀매 같은 쪽이 오히려 운반 및 저장이 더 용이하고 더 많이 남는 장사이다. 그렇다고 해도 장기밀매 자체는 실제로 이루어지긴 한다. 사채를 갚지 못했거나 불법으로 장기라도 안 팔면 안 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는 파는 경우는 실제로 있다.
9. HPV 백신을 맞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신 맞기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걱정할 것 없다. 이는 일본에서만 제기된 이슈다.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이상 반응과 백신의 인과 관계를 조사하고 해당 증상과 백신의 인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일본 후생성과 우리나라 식약처도 인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일본만 전 세계에서 HPV 백신 접종률이 감소한 나라로 기록됐다. 같은 기간 캐나다, 이탈리아 등은 10% 이상 증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이상 반응이 심인성(정신적, 심리적 원인으로 생기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주사를 맞을 때의 통증이 심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중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집단 접종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11월 대만에서는 독감 예방 주사를 맞다가 46명이 응급실로 실려 갔으나 모두 백신과의 인과관계는 없었다. 집단 접종 과정에서의 긴장과 불안이 육체적 이상 증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구미권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도 일찍부터 HPV 백신을 접종한다. HPV 백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국가 백신 접종 프로그램 등을 통해 1억 7,500만 도즈 이상의 HPV 백신이 배포됐다. 비용이 비싸다는 지적도 있지만 암에 걸렸을 때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와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비용이다.
10. 놀라게 하면 딸꾹질이 멈춘다?
딸꾹질에 대처하는 다양한 민간요법, 어릴 때 다들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놀라게 한다든지, 코를 막고 물을 먹는다든지. 또한 개중에는 딸꾹질을 한다는 이유로 부엌에서 무언가를 훔쳐 먹었다는 의혹을 산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별별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난무하는 이유는 딸꾹질이 일어나는 원인 자체가 의학적으로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갑자기 놀라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며 특히 심장이 약한 노약자나 아동의 경우에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을 조금씩 마셔서 자연스럽게 트림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그냥 30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된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도록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