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Market Watch에 실린 Brett Arends의 칼럼을 번역한 글입니다.
일본을 사라. 유럽을 사라. 기술주를 사라. 에너지 부문을 피하라. 러시아를 피하라.
이 말은 새해가 다가오면서 “빅 머니(Big Money)”가 주장한 것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에서 기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설문조사는 거의 4,5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150명 이상의 전 세계 전문 펀드 매니저들을 인터뷰한 것이다.
펀드 매니저들, 내년 유럽 주식 강세, 미국/일본 주식 및 상품 약세 전망 – BofA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빅 머니 전문가들은 완전히 옳을 가능성보다 완전히 틀릴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리 본능과 전문가의 자기-보존 같은 일반적인 요인에 사로잡혀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시장을 이기려는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들이 바로 자신이 이기려는 시장 자체이며 돈이 시장을 움직이고, 그 돈 대부분은 그들이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들 전부가 돼지 떼처럼 흥분해 돼지고기 선물로 달려가면, 이 선물 가격은 이미 높게 올라버리는 것이다. 이런 뉴스를 듣게 되면, 돼지고기 선물을 팔아 이익을 얻고, 다른 뭔가를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 설문조사는 매월 펀드 매니저들에게 시장 방향 전망과 현재 포트폴리오 상황을 묻는다. 여기서 그들이 밝힌 포트폴리오 비중이 기본 벤치마크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새해가 다가오면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펀드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상황은 극단적으로 다양함을 보여준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원자재 및 천연자원 주식에 반대하는 컨센서스가 갑자기 커졌다는 점이다. 펀드 매니저들이 이들 주식을 싫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재 펀드 매니저들은 적어도 지난 12년 동안 어느 때보다 천연자원 주식 비중을 낮추고 있다. 그들은 2008년-2009년 금융 시장 붕괴가 최악의 상황에 있을 때보다도 더 원유, 천연가스, 구리, 철광석, 석탄 등에 약세적 전망을 보이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이런 상황을 “항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이 말은 모든 이들이 포기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없는 순간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이 정말로 항복의 순간이었는지는 나중에 가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물론 유가 붕괴와 괘를 같이하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은 순식간에 에너지 주식과 천연자원 주식을 던져버렸다.
펀드 매니저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자산에는 러시아 주식(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흥 시장, 유틸리티 주식이 포함되며, 주요 주식 시장 중에서는 홍콩과 런던이 해당된다.
한편, 펀드 매니저들은 갑자기 유럽 주식을 큰 관심을 보였다. 전적으로 유로존의 “양적 완화” 전망 하나로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베 신조 총리의 압도적인 재선 승리로 인해 경기 부양이 재개될 거라는 전망으로 일본 주식에 대한 선호도도 깊어졌다.
또한 펀드 매니저들은 기술 주식 및 (즉, 기본 필수품보다는 명품에 지출하는) “재량적” 소비 지출에서 혜택을 입는 주식을 유망 주식으로 꼽고 있다.
역발상 투자자들은 다른 방법으로 베팅하려 생각할 것이다. 즉, 일본, 유럽 및 기술주에 대한 비중을 날카롭게 살펴보는 한편, 천연자원, 유틸리티, 신흥 시장, 홍콩, 런던, 심지어 러시아까지도 매수를 고려할 것이라는 말이다.
컨센서스와 반대로 베팅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쉬울지도 모른다. 천연자원 주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호황을 누려왔고, 장기적으로 더 하락하게 될 출발점에 놓여있을 가능성도 높다.
이 설문조사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펀드 매니저들이 2015년 일반적으로 주식에 대해 강세적 전망을 나타내고 있으며, 채권에 대해서는 약세적 전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들은 또 가장 큰 경제적 위험으로 디플레이션 또는 물가 하락을 꼽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주식에게는 아주 나쁜 상황이 되겠지만, 채권에게는 좋은 상황이 될 것이다. 누군가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지 않고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