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한국에서 의료계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직종이다. 그저 대충대충 진료하며 환자 돌리기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먼저 한국의 현재 건강보험체계 안에서, 의사들은 비보험 진료를 하지 않으면 그리 큰 돈을 벌지 못한다. 그들은 돈이 되지 않아도, 직업 정신으로 여러분의 건강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또 사람들이 주로 의사에게 불만으로 돌리는 게, 제대로 문진도 하지 않고 적당히 매뉴얼적으로 진단을 내려 준다는 것이다. 한국 의료체계의 문제 때문에 의사들이 타 국가에 비해 좀 빠르게 환자를 돌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병원비는 매우 싸고, 덕택에 큰 병이 아니라도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처방은 사실상 한정되어 있다. 또 의사는 결국 기술직종이고, 매뉴얼대로 행할 수밖에 없음도 이해하자.
아무튼 한국의 병원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좋은 편이다. 굳이 식코(SICKO) 같은 영화를 들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조금만 아프면 몇 백은 그냥 깨지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의사를 믿자.
그래도 한국 의료계를 믿기 힘든 분들을 위해 영국 국민건강보험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권고 연령별 예방 접종 목록이다. (영국이 아무리 민영화 문제가 세다고 하지만, 의료 제도는 잘 갖춰진 축이다.) 어차피 어릴 때야 부모님이 애지중지하니 모든 백신을 맞을 테니, 취학 이후의 백신으로만 모았다.
1. 12-13세경 (여성만 해당):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다. 9세 이상부터 성인까지 접종할 수 있으며, 특히 12-13세 여아들은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의무접종하고 있다. 6개월~2년 격차를 두고 2회 접종을 맞으면, 여성암 발병율에서 탑5를 차지하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2. 13-15세: 수막구균 C혈청군(Men C) 백신
수막구균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혈청군은 5가지가 있다. 나이, 지역, 시기에 따라 우세한 혈청군이 다르며, 수막구균 C 혈청군은 여러 국가에서 흔한 혈청형에 속한다. 이 세균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으로는 수막염이 가장 흔하다. 한때 한국에서도 종종 이슈가 됐다가 요즘에는 중국에서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간 거래가 잦아지며, 여전히 한국은 안전지대가 아님을 기억하자. 한국에서는 4가지 혈청형이 포함된 수막구균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3. 13-18세경: 3종 예방 (Td/IPV)
1번의 백신 접종으로 파상풍, 디프테리아 및 소아마비 예방 효과를 같이 볼 수 있다. 파상풍, 디프테리아, 소아마비는 총 5회를 접종해준다. 영국에서는 유아 시기인 2,3,4개월에 3회를 접종하고, 3세에 1회, 청소년 시기에 1회를 더 접종해야 하는 예방접종이다. 한국에서는 유아 시기에 기초접종하고, 소아 시기에 추가접종을 하며, 성인이 된 이후에는 파상풍, 디프테리아 예방을 위해 10년마다 예방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4. 65세 이상: 독감 (Flu) 백신
인류가 아직까지 이겨내지 못한 병은 에이즈, 에볼라보다 독감에 가깝다. 워낙에 종류가 다양하고, 때에 따라서는 동물로부터 옮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다양한 독감이 존재한다. 고령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령자라면 “매년” 접종을 받기를 권한다.
5. 65세 이상: 폐렴구균 백신(PPSV23)
폐렴의 원인 중 하나이다. 게다가 때로는 부비동염, 중이염, 뇌막염까지 일으킬 수 있기에 꼭 예방접종을 맞을 필요가 있다. 특히 폐질환, 암환자, 당뇨병 등 대사질환 환자,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꼭 맞아야 한다.
6. 70세 (미투여 시 78, 79세 투여 권고): 대상포진
역시 아직까지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지만, 의외로 발병률이 높은 질병이다. 일단 맞아두면 대상포진의 발생이 절반으로, 고통을 겪을 확률이 1/3까지 떨어진다. 목숨을 잃을 정도의 질병은 아니지만, 앓으면 엄청나게 고생하니 잊어서는 안 될 주사이다. (얼마나 힘든지는 검색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7. 기타: 여행자용 백신
이는 A형 간염 백신, 장티푸스 백신 및 콜레라 백신을 포함한다. 남의 나라를 가기 전에는, 그 지역에 어떤 병이 있는지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적합한 백신을 맞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오지로 나갈 경우에는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