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겠다. 나는 밀크라는 그룹의 팬이었다. 아마 다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인데, M. I. L. K 라는 이름으로 등장해서 한 장의 앨범을 내고, Come to me, Crystal, Sad letter라는 3곡을 남기고 사라졌다.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아주 평범한 그룹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 런. 데…
사실 이 그룹은 BM entertainmet에서 등장했으나, 사실상 SM의 그룹이나 다름 없었다. 프로듀서가 문희준이라는 게 슬쩍 에러이긴 했지만, 당시 걸그룹 중 상당히 외모도 예쁘고, 리드보컬 서현진의 노래 실력도 괜찮아서 그럭저럭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그룹은 배유미의 무단 이탈로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들 그럭저럭 먹고 사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아무튼 밀크 빠의 입장에서 볼 때 슈가는 무척이나 거슬리는 존재였다. 밀크는 SM의 핏줄 답게 ‘준비된 아이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에 비해 슈가는 급조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정작 승리자는 슈가였다. 단기전에서도, 장기전에서도.
슈가가 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재일교포 아유미의 존재였다. 아유미는 “아이돌 그룹이 뜨는 건 예능에 달렸다”는 공식을 가장 먼저 확립한 아이돌이다. 그녀의 어설픈 한국어 발음은 귀여움의 대명사로 부각됐고, 슈가는 듣보잡에서 전국민 그룹으로 자리잡았다.
1집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슈가는 2집 shine을 통해 화려하게 비상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멤버들의 매력도 발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황정음과 박수진은 아유미보다 훨씬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혜승 지못미
슈가는 자체 활동보다, 이후가 더욱 흥미로운 그룹이다. 물론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 1세대 아이돌 그룹 모두 개인활동으로 이어졌지만, 슈가는 탄생부터 이후 활동 모두가 흥미로운 그룹이라는 데에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그룹은 잊혀졌지만, 개인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들의 필로그래피를 간단하게 살펴 보자.
1. 아유미
지금은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아무튼 당시 슈가의 아유미는 정말 엔진 같은 존재, LOL에서 하드캐리하는 존재, 한마디로 포미닛의 현아 같은 존재였다. 당시 아유미는 신동엽과 한국 속담을 맞추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한다. 신동엽을 짝사랑하는 컨셉을 통해 사랑스러움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슈가의 인기는 계속되지 않았다. 3집 이후 얼굴마담 박수진이 나가는 멤버 교체가 있었고, 이후 슈가의 인기는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해체였다. 사실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한 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그것을 올리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발빠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기획사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절, 아유미는 SM으로 이적한다. 그리고 “큐티하니”를 들고 나오고 어설픈 한국어 발음은 여기서도 빛을 발하며, 다시 한 번 인기몰이를 한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 곡 특유의 멜로디와, 일본식 아이돌 류의 복장은 한국 음악계에 신선함을 가져다 주었다.
SM을 벗어난 아유미는 일본 시장으로 본격 진출한다. 슈가 시절 이미 아유미의 일본어를 활용해 일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으나, 이번에는 일본 최대 기획사 에이벡스와 손을 잡고 “아이코닉”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삭발까지 하며 충격적인 비주얼로 등장하며 또한번 이슈가 됐다.
J-pop이 맛이 간 데 비해 아유미는 한국에서 빡센 육성 시스템을 맛본지라, “실력형 아티스트”로 화려하게 데뷔하지만… 정작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충성뿐 아니라, 각트와도 연애했기 때문에 인생의 승리자라 할 수 있다.
2. 박수진
대개 아이돌은 ‘비주얼 담당’이 한명씩 있다. S.E.S의 유진, 핑클의 성유리, 베이비복스의 윤은혜가 그 담당이었으며, 신기하게, 혹은 당연하게 그들이 연기전업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박수진도 마찬가지 케이스에 속한다.
슈가 시절에는 1집에서는 병풍 역할이었으나 2집 샤인에서부터 그 비주얼이 빛을 발한다. 워낙 작은 얼굴에 목 사이즈와 얼굴 사이즈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특히 나이에 비해 젖살이 일찍 빠지며 (빠질 젖살이나 있나 싶을 정도로 말랐긴 했지만) 성숙한 매력으로 여성들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여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끄는 우월한 외모는 그녀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바로 “테이스티 로드”가 그것이다. 올리브TV의 이 프로그램은 분위기 있는 카페, 음식점 소개의 끝판왕으로 오르며 그녀를 순식간에 워너비의 위치로 올려놓게 된다. 여기에 우월한 미모와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몸매 관리, 뷰티 관련 서적을 낸 것도 그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에서 성생활을 하는 여성 10명 중 8명이 50세 이전에 한 번 이상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에 감염되었고, 우리나라 여성에서는 3명 중 1명이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여성층(18~29세)에서는 2명 중 1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 그러니까 박수진 몸매에만 너무 빠지지 말고, 예방접종 맞자.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도 딱히 글에 눈이 가지는 않을 것 같지는 않지만.
3. 황정음
가수 활동 시절 이미 투탑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 아유미와 박수진과 달리 황정음은 속된 말로 듣보잡이었다. 그래서 아이돌 출신임에도, 그 경력의 도움을 거의 못 받았다.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대중에게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후 인생성공 스토리를 쓰기 시작한다. 그녀의 인생 터닝포인트 3개는 1.sg워너비 김용준이랑 오래오래 연애함 2. 오래 연애한 기믹으로 우결 출연해서 인지도를 쌓음 3.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거의 장엄함이 느껴지는 푼수 슬랩스틱 연기를 선보임… 이렇게 하여 그녀는…
황정음의 길은 여러모로 윤은혜의 길과 비슷했다. 그들에게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은 연예계 입성이 조금 더 쉬웠다 정도의 후광이고, 성유리니 윤계상이니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도 못 받았다. 즉, 그녀의 삶은 아이돌의 성공 연대기라기보다는 연예인 개인의 입지전적 성공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물론 그녀의 하이킥 이후의 작품 고르는 눈이 뛰어난 것도, 지금의 성공에 큰 몫을 했을 것이다.
4. 혜승
한예원이라는 예명으로 연기자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JTBC 드라마 <귀부인>에 출연한다고 한다.
결론: 그래도 언제 뜰지 모른다. 주변 사람 하나하나에게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