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면발니에 걸리면 반드시 털을 밀어야 한다? NO
군대 간 남자분들이라면 이름 한번은 들어보셨을 것이고, 재수가 좀 없었다면 같은 부대에 감염자가 있었을 것이다. 감염될 시 사타구니가 가렵게 된다.
예전에는 사면발니에 걸리면 치료를 위해 음모를 제모해야 했기 때문에, “아랫도리에 털이 없는 여성과 관계하면 3년간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나돌기도 했다. 물론, 요즘은 의학의 발달 덕분에 웬만하면 털을 밀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하다.
사면발니의 전염 경로는 성행위 시 피부 접촉 그 자체이며, 털에서 털로 옮겨 다니는 기생충이기 때문에, 콘돔을 비롯한 어떤 피임도구로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다른 부위의 털로도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참사를 막고 싶은 환자들은 환부에 손을 댔다면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하자.
또한 직접 접촉이 아닌 침구류 및 피복류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경우 사용한 모든 침구 및 의복을 세탁하고, 최소 하루 동안 일광 소독을 하는 등 주변 청결에 신경을 써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재감염을 막아야 한다.
혹시라도, 사면발니에 걸렸다면 린덴이나 유라신과 같은 강력한 로션형 신경계 약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빨리 전문의와 상의하여 처방을 받도록 하자.
2. 헤르페스는 완치가 가능하다? NO
단순포진이라고도 불리는 바이러스성 피부 질환으로, 몸이 약해져서 면역력이 저하되면 입술이나 성기 주변에 물집이 잡히게 된다.
한번 감염되면 완치되지 않으며,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 혹은 영아의 경우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병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헤르페스 환자들은 주변 사람과 접촉을 할 시 주의하도록 하자.
하지만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성인의 경우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면역력을 강화시키면 증상뿐만 아니라 전염 역시 크게 억제할 수 있다.
3. 매독은 성관계로만 전염된다? NO
매독은 성병 중에서도 전염성이 강한 편에 속한다. 피부 및 점막을 통해 감염되므로 질, 항문 및 구강 성교로도 감염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키스로 전염된 사례도 있을 정도이다.
매독은 시기에 따라 1기, 2기, 3기로 나뉘며, 2기 이후에 3기가 아닌 잠복 매독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1기에는 성기에 약간의 궤양이 발생할 뿐, 통증이 없는지라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2기에 들어서도 단순 습진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잠복 매독이라면 평생 외부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멀고먼 훗날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성기에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병원으로 향하길 바란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목욕탕에 잘못 간 것일 수도 있으니.
매독 증상이 의심된다면 염치불구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거나, 정 부담된다면 성병 전문 비뇨기과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기준으로 감염률이 높은 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니 주의할 것.
4. 자궁경부암 치료 후에는 성관계가 불가능하다? NO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는 (사실 다수의 병명이 원래는 꽤 길지만) 생식기 인유두종 바이러스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암인데도 성병인 골치 아픈 병이다. 성기에 사마귀가 생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사실 외적 증상을 남기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외적 증상이 없다고 해서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HPV로 인해 유발되는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가가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나라들의 HPV백신 접종률을 살펴보면 미국은 57% (13-17세), 영국은 75.4%(12세-20세) , 호주(12-17세)는 무려 80%에 달한다. (1차 접종 완료 기준) 최근 일본에서 HPV 백신 부작용 사례에 관한 보도가 있은 후 백신 접종률이 급감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며, 실제로 2012년 4분기와 2013년 4분기의 HPV 백신 국내 매출을 비교하면 약 43%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자궁경부암에 걸렸다고 해서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을 꺾을 이유는 없다. 암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매우 적은 부위만을 도려내기 때문에 거의 문제가 없으며, 비록 후기로 간다고 해도 꾸준한 치료와 함께 신체의 자생 능력으로 1~2년이 지나면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
이 바이러스는 남성은 보균자여도 아무 이상을 일으키지 않으나 여성이 옮을 경우 가볍게는 질염에서 크게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이므로 남성들도 자궁경부암 백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여성들의 두려움을 적게 하기 위해 위의 설명을 썼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먼저 예방하고, 그럴 일이 없게 하는 것이다. 여성의 건강을 살펴주는 것이 진정한 남자의 길 아니겠는가.
5. 임질은 여자들만 걸린다? NO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데, 임질의 질은 성기를 의미하는 膣이 아니라 질병의 疾이다. 임균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인 임질은 대표적인 성병 중 하나로,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에 염증을 일으킨다.
남성의 경우 대표적인 증상은 급성 요도염이며, 임균 감염 후 2~7일이 되는 시점에 비뇨기의 통증과 함께 고름 성분의 분비물이 배출된다. 여성의 경우 감염 후 약 10일 내에 자궁경부염이 나타나며 질을 통해 고름이 배출되며 요도염이 동반될 수도 있다. 또한 균의 침범 부위에 따라 인두염, 직장염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수직 감염된 신생아의 경우 결막염이 주로 발생하며, 심할 경우에는 실명할 수도 있다
임질에 걸렸다면 기본적으로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며, 클라미디아 감염증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 추가적인 약물을 투여한다.
보너스. 에이즈는 성병이다? NO
이쯤 되면 왜 HIV를 통해 걸리는 에이즈는 성병에 포함이 안됐는지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이므로, 간략히 설명한다.
혈액, 정액 등 체액의 직접 접촉으로 전염되며, 대한민국 에이즈 전염 경로의 97.7%가 성행위이기 때문에 성병에 준하는 병으로 볼 수는 있지만, 성기 및 그 주변 부위에 직접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면역력 그 자체를 약화시키는 병이므로 완전한 의미의 성병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경우도 있으니 에이즈 환자라고 해서 편견부터 갖고 보는 것은 금물이다.
당뇨병이나 마찬가지로 신체의 특정 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건강 관리를 해줄 경우 일상 생활에 지장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하므로, 걸리면 죽는 병인 것인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여담으로, 말라리아와 달리 HIV는 모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는데, 이는 HIV가 복제하려면 인간 T세포가 필요하지만 모기는 T세포가 없으므로 HIV가 모기의 체내에서 번식하지 못하고 모기의 소화기에서 파괴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