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자유계약) 선수들의 몸값이 화제다. 그런데 포지션별로 몸값 상승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아래 현상들을 보자.
1. 비슷한 스펙, 오르지 않은 외야수들의 몸값
2013년의 이용규-이종욱과, 2014년의 김강민-박용택 중 어느 ‘콤보’가 더 마음에 드시는지?
나이는 2013년의 ‘이-이’콤보가 어리지만, 공격력과 건강은 후자가 압도적이었다. (수비력은 객관적 잣대가 없다) 그런데 FA 계약으로 번 돈은 1년 전 ‘이-이’ 콤보가 더 많다.
2. 비슷한 능력, 너무나 다른 계약액
아래 두 타자의 성적은 마치 쌍둥이 같다.
그런데 두 선수의 겨울은 매우 달랐다. 1년 전 A 선수, 즉 최준석이 4년 35억원의 준수한 계약을 맺은 반면, 올해 이성열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3. FA 계약액은 시장 상황이 좌우한다
최정은 이번에 지난해 강민호의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민호보다 15% 더 벌었다. 장원준은 지난해 장원삼의 투수 FA 최고액을 경신했다. 장원삼보다 40% 더 벌었다.
장원준/장원삼의 기량 차이는, 최정/강민호의 기량 차이보다 두 배 이상 큰 걸까? 기량이 아닌, ‘시장 상황’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4. 야수가 아닌 투수의 몸값만 급상승 중
‘야수 FA 최고 몸값’은 2005년 심정수(50억) 이후 2014년 최정(86억)까지 9년 동안 72% 증가했다. ‘구원투수 최고 몸값’은 불과 3년 사이에 81%가 높아졌다.
2011년의 정대현(36억)과 2014년의 안지만(65억)의 기량차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즉 투수들의 몸값이 야수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리그의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내년부터 각 팀들은 144경기를 휴식일 없이 치러야 한다. 투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수요가 급증하는 상품은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앞으로도 FA 시장에 투수의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내년에 FA 시장에 나올 수준급 선발투수는 우규민 한 명 뿐이다.
다른 길, 즉 육성을 택한 팀들도 있다. ‘그 돈을 투수 한 명에게 쓰느니, 유망주들을 키우는 게 낫다’.
5. 선발투수를 키우는 법을 잊은 한국 프로야구
문제는 그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거다. 한국 프로야구 팀들은 투수, 특히 선발투수를 키워내는 방법을 집단적으로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올 시즌, 생애 처음으로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해 리그 평균보다 낮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즉 9개팀이 평균 이상의 신예 선발투수를 1년 내내 단 한 명도 길러내지 못한 것이다. 작년에는 5명(유희관-이재학-송창현-신정락-백인식)이 위 기준을 충족하며 1군 선발투수의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중 올 시즌에도 선발투수로 남은 투수는 두 명 뿐이다.
2012년에 등장한 3명 (이용찬 윤희상 신재웅) 중 이후 선발로 남은 투수는 한 명 뿐이다. 2011년에는 아예 한 명도 없었다.
즉 지난 4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가 길러낸 ‘평균 이상의’ 선발투수는 단 3명 뿐인 것이다. 전체 리그를 통틀어 1년에 한 명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 팀에서 준수한 선발투수를 길러내는 건 ’10년에 한 번 벌어질까말까한’ 진기한 사건이 되는 것이다. 2008년 이후 9개 구단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무려 47%를 투수로 뽑아 ‘육성’한 결과가 이렇다.
‘2군 훈련 시설에 대한 투자’가 답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롯데가 김해 상동에 2군 훈련시설을 만든지도 벌써 7년이 지났다. 상동에서 길러낸 평균 이상의 선발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전용 2군 훈련장이 없는 NC는 이재학을 신인왕으로 만들었다.
즉 리빌딩 수단으로 ‘투수 육성’은, 지금까지는 투자 대비 효과가 극히 낮은 도박에 가까운 방법이다. 검증된 투수들에 대한 수요와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투수 육성의 방법을 처음으로 찾는 팀이 향후 한국프로야구의 ‘대세’가 될 것이다.
주: 이 글은 SBS 취재파일의 글을 필자 동의 하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