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난 1월 6일자 UK Top Singles 40 를 사무실에 틀어놓고 점심 먹으러 나갔다 왔는데, 들어오니 다들 큭큭대며 웃고 있었다. 그래서 왜 그런지 봤더니 음악 때문이었다. 마치 뭄바이의 클럽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흥겨우면서 특색 있는 이 정겨운 비트의 노래 때문에.
이 기묘하게도 매력적인 노래는 무하마드 샤히드 나지르(Muhammad Shahid Nazir)라는 런던에 사는 파키스탄인이 만든 노래다. 어렸을 적부터 볼리우드 영화를 즐겨 보았고 종교적인 음악을 해 온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학생 비자를 받아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으로 옮겨온 후 그는 동런던 업튼 파크의 퀸즈 파크의 생선 가게에서 생선 장수로 일을 잡아 생계를 꾸려나가게 되었다. 흔한 불법 체류자의 테크트리를 탄 셈.. 그러나 그는 가게 일을 맡으면서 배운 호객 행위에 어릴 적부터 자신이 익숙한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며 호객을 시작했다. 이 모습이 바이럴 비디오로 찍혀 유투브에 공유되자 영국의 누리꾼들 사이에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 왔고, TV 드라마에서 이를 패러디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근자감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 노래를 들고 그대로 ‘위대한 탄생’과 같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일종인 ‘X-Factor’에 출연했지만, 아쉽게도 낙방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고, 대박 끼를 눈치 챈 워너 뮤직이 재빨리 그를 영입한다. 역시 돈 잘 버는 놈들은 뭐가 돈이 되는지 잘 알아…
이 노래의 미친 매력은 우리네 시장판에서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호객 행위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꺾기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멜로디에 있는데, 전 세계 어느 호객 행위든 비슷한 멜로디에 비슷한 문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발굴을 해낸 셈이다. 심지어는 앨범 자켓조차 마트에서 “오늘만 이가격!” 문구가 적혀있는 스티커 모양.
‘시장’이라는 검증된 무대에서 이미 검증을 끝마친 준비된 후보나 다름없는 그의 노래는 청자들이 대놓고 댓글에 “OPPA PAKISTAN STYLE”이라고 쓸 정도로 강남 스타일의 뒤를 잇는 미친 중독성이 특징이면서도 파키스탄 악센트를 살려 영어로 노래하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왠지 다가가서 생선을 봐야 할 거 같은 마성의 손놀림 또한 매력.
지난 2012년 12월 학생 비자가 만료되면서 영국을 나가게 된 무하마드. 그의 에이전트는 세상에 생선장수 에이전트.. ”무하마드는 새해를 가족과 같이 보내고 곧 워킹 비자로 영국에 재 입국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무슨 월드스타비의 에이전트가 스타의 사생활을 밝힐 때 쓰는 멘트 그대로다. 말 그대로 들어올 땐 학생 비자, 나갈 땐 워킹 비자라는 엄청난 신분 상승을 한 셈.
그의 인기는 이제 싸이를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영국 찌라시 더 선(The Sun)은 이 노래의 폭발적인 인기를 다루면서 기사 제목으로 “싸이 조심해라, 라이벌이 생겼어!(Watch out Psy, you’ve got a rival)”라고 쓸 정도. 현재 1300만명이 조회한 유투브 비디오는 날로 입소문을 타고 유럽 전역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고 한다.
가사를 첨부하겠다. 우리 동네 시장에 가면 “무 사세요 무, 하나에 500원 세개에 천원!” 이러면서 호객 행위를 벌이고 있는 아저씨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새벽마다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Y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생선 사세요 리믹스”를 낸 셈.
Come on ladies, come on ladies
아가씨들, 아가씨들,
One pound fish, one pound fish
물고기가 1파운드, 물고기가 1파운드,
Have-a, have-a look
보고 가, 보-고- 가요!
One pound fish
물고기가 1파운드,
Very, very good, very, very cheap
아주, 아주 좋아, 아주, 아주 싸다,
One pound fish
물고기가 1파운드,
Six for five pound one pound each
6마리 사면 5파운드, 1마리 당 1파운드!
싸이가 월드 스타 되었단 소식에 ‘싸이는 팔자가 좋아 아빠 돈으로 놀고먹더니 이제 그 딴따라 경험으로 돈까지 버는 구나!’ 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이트 죽돌이, 죽순이를 보고 있으면 백날 놀아봤자 될 놈만 되는 구나 싶지만, 아무튼 싸이가 미국 유학 경험으로 영어가 되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은수저 안 물고 태어난 나는 평생 이렇게 직장인으로 상사 눈치나 봐야 할까?
공감과 재미가 돈을 만드는 세상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매주 로또 사서 토요일까지 희망에 부풀었다가 토요일 밤 되면 ‘현실은 시궁창이야!’ 하며 종잇조각 내던지지 말고 우리도 무하마드처럼 현업의 비애를 살려서 아트나 해보자. 그리고 안네처럼 일상을 블로그든 유튜브든 기록하자. 그러면 당신도 미래의 월드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