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디오 판독과 홈 충돌방지법
월드시리즈 7차전이 한창인 때, 포스트시즌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에릭 호스머가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자이언츠의 신인 2루수 조 패닉은 망설임없이 몸을 날려 그 타구를 잡았다. 이후 브랜든 크로포드에게 (실전에선 처음하는) 글러브토스, 2루를 밟고 있던 크로포드는 공을 받아 1루로 빠르게 뿌린다.
심판 판정은 2루 포스아웃, 1루는 세잎. 그러나 팬들이 보기에는 분명히 아웃 같았다. 아무리 봐줘도 동타임이었다. 억울하다.
2014시즌 이전,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감독과 심판의 쓸데없는 언쟁(거의 절대로 번복이 될리 없다.)이 벌어지거나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2014시즌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저 판정은 번복되었고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 7차전을 승리, 우승을 차지했다.
어떻게 그럴수 있었을까? 우리는 판정 이후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독이 올라와서 심판과 말을 한다. 이전 시즌보다는 확연히 덜 화가나보이는 모습이다. 이후, 심판들이 모여 열심히 무엇인가를 상의한다. 그리고 포수 뒤쪽으로 향해 가서, 헤드셋을 착용한다.
설마 스트레스를 억누르기위해 음악감상을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는 뉴욕에 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소속 REPLAY CENTER와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열리는 모든 경기를 수많은 모니터를 통해서 지켜보는 담당 직원이 상황을 분석해준다.
2014시즌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판정번복이 일어난 해이며, 동시에 역사상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판정을 번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해이다. 감독은 심판과 몸싸움을 하거나, 베이스를 뽑아던지는 대신 한 경기동안 주어진만큼 [챌린지 신청]을 할 수 있다.
판정에 기계가 도움을 주는 이런 시도는 메이저리그를 한단계 진보시켰다. 비록 한 시즌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 룰에 익숙해졌으며, 제도 도입 이전에 들리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나 합리적이니까.
그러나 빠르게 정착한 비디오 챌린지 제도와는 다르게 [홈 충돌 방지 규정]은 아직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홈 충돌 방지 규정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1) 포수가 홈을 커버하고 있으면 주자는 경로를 이탈해서 일부러 접촉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이 상황이 발생했을시에는 포수가 공을 떨어뜨리더라도 결과는 아웃이다. 그리고 루상에서 이동한 주자들은 충돌이 발생하기 이전의 루로 돌아가야한다.
(2) 포수는 공을 포구하기 전까지는 주자가 득점할 수 있는 경로를 막고 서있어서는 안된다.
규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마디로 말해 이 룰은 포수의 안전을 위해 마련되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주자들은 이 룰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으며 2014시즌에는 포수와 격렬하게 충돌하는 주자는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2)번 조항을 판정하기가 너무나 애매하다는데에 있다. 만약 야수의 송구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홈플레이트를 가려야하는 순간이 발생한다면?
2014시즌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각각 비슷한 상황속에서도 각기 다른 판정을 내렸고, 많은 이슈가 발생했다. 애매할 수 밖에 없는 제도이니만큼, 심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일관적인 판정이 나오게 될테니까. 득점이 발생하는 홈 플레이트에서의 판정은 다른 어떤 루보다도 예민한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2. 늘어나는 삼진, 빨라지는 구속
삼진은 지난 세기 대부분 상승추세를 보여 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일은 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총 삼진은 지난 8년 간 매년 증가했다. 그리고 매시즌마다 메이저리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마찬가지였다. 구속이 측정되기 시작한 이래로 투수들의 평균구속은 매년 높아졌고, 2014시즌 드디어 92.1마일을 돌파했다.
구속의 증가는 우완투수 그리고 선발투수의 경우보다 좌완투수 혹은 구원투수 쪽에서 더 명백하게 발견된다. 필자가 야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시대에 좌완 구원투수 파이어볼러는 빌리 와그너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빌리 와그너 같은 투수가 7회부터 나오거나, 좌타자 한명을 상대하고 내려간다. 많은 타자들은 좌완투수들의 구속 증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가 뛰던 시대엔 론 기드리만이 유일하게 95마일을 던지는 좌완이었죠. 근데 지금은 한 80명쯤 되는거 같네요.” ㅡ아이크 데이비스
평균구속의 증가와 삼진의 증가 간의 상관관계는 분명하다. 투수들이 더 빠른 공을 던지고 타자들은 이에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이제 6회쯤 올라와 90마일쯤 되는 공을 던지는 순수한 의미에 패전처리투수는 거의 멸종되었다.
게다가 분석가들에게서 제공되는 데이터와 비디오들은 투수들에게 타자들의 약점을 더 쉽게 알아낼 수 있게 해주었다. 능동적으로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투수들에 맞서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진의 증가를 단순히 투수 파트의 발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과거 역사에는 이미 극단적인 투고타저시대가 있었지만, 지금 정도로 삼진이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삼진 당하는건 주홍 글씨 같은 거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ㅡ조 매든
삼진은 더이상 타자에게 오점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세이버매트릭스에 의해 이제 삼진은 그냥 다른 아웃과 똑같은 아웃으로 취급된다. 게다가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난 것은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약물의 힘으로 6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하던 타자들을 보고 자란 세대의 타자들은 그들의 영웅들처럼 휘두르려고 든다.
반대로 세이버매트릭스에 의해 강조되는 볼넷, 그리고 플레이트 디서플린에 의해 요즘 타자들이 너무 기다리기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요즘 초구에 벨트 높이의 패스트볼이 난무하고 있어요. 그런데 방망이는 나가지 않습니다. 저 공은 타자가 유일하게 때려낼 수 있을 공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ㅡ프랭크 로빈슨
우리는 실제로 헛스윙 삼진보다 더 많은 비율로 루킹 삼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음에도 (특히 스트라이크 존의 낮은쪽) 타자들은 볼넷을 얻기 위해 기다리다가 삼진을 당하기도 한다.
투수들의 발전, 타자들의 성향변화 등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삼진의 물결이 홍수처럼 퍼져나간다. 우리는 바야흐로 삼진의 시대에 살고 있다.
3. 수비 시프트의 시대
테드 윌리엄스가 등장하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수비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의 우측으로 이동했다. 관중들은 놀라서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이후 인디언스의 젊은 감독 루 부드로는 기자들의 인터뷰 세례를 받아야했다.
타자들의 타구 방향에 맞추어 수비수들의 위치가 달라지는 독창적인 수비 포메이션, 즉 쉬프트는 일종의 도박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좌타자를 상대로한 [부드로 시프트]는 경기마다 보이는 흔한 광경이다.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리고 2013시즌, 메이저리그 수비수들은 역대 최고의 수비율을 기록하게 된다.(98.5%)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수비수들은 98.4%의 확률로 타자들을 아웃시키고 있으며, 잡아당겨치는 좌타자가 나오면 이제 일상적으로 그라운드의 우측으로 이동한다. 지난 몇 년간 탬파베이 레이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피츠버그 파이러츠 등이 시프트로 인해 많은 실점을 억제함에 따라 시프트는 이제 거의 모든 구단들에게 퍼져나갔다.
이런 상황은 당겨치는 좌타자들에게는 극단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조성했다. 이제 당겨치기만 하는 좌타자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심한 경우 좌타자들은 1시즌에 300차례가 넘게 쉬프트 상황에서 타격을 하게 된다. 그리고 쉬프트 상황이 되면 그들의 BABIP(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는 거의 1할에 가깝게 떨어진다. 그래서일까?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 타격에서 돋보이는 타자들은 대부분 우타자들이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발전, 그리고 실전에서의 성공으로 인해 쉬프트는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4. 호주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1999년부터 해외 개막전을 치루고 있다. 2014시즌 호주 시드니 개막전은 지난 1999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샌디에고 파드리스와의 맥시코 몬테레이 개막전을 시작으로 2001년 푸에트리코 산후안, 2000년, 2004년, 2008년, 2012년 일본 도쿄 이후 역대 4번째 장소이다.
시드니에 있는 크라켓 구장은 메이저리그와 인연이 깊다. 100년전인 1914년 1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이번 호주 개막전 이벤트는 100년 전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고 발표되었다.
호주에서 야구의 인기는 럭비와 크리켓에 비해 뒤쳐져 있는 상황, 그러나 지난 2010년 MLB가 리그운영비의 75%를 투자하며 프로야구(ABL)가 출범했고 6개팀의 전 경기는 미국 스포츠채널 FOX에서 생중계된다. 북반구 리그와 달리 11월부터 2월까지 리그가 진행되는 것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관심을 가질만한 매력적인 요소.
결국 올해 호주 개막전은 무관심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흥행에 성공했다. 46000석 규모의 야구장에 가득 들어찬 관중들은 마치 미국의 구장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경기 중간 파도타기 응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야구 축제였다.
호주에서 벌어진 개막전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류현진이 등판해서 국내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많은 수의 호주 교민들과 前 한화 이글스 ‘선배’ 구대성이 보는 앞에서 류현진은 5이닝 무실점 5삼진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이로써 LA 다저스는 호주 개막전에서 2연승, 역대 해외 개막전 사상 처음으로 2승을 기록한 구단이 됐다.
그러나 개막전에 나선 LA 다저스는 투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었다. LA 다저스의 허니컷 투수코치가 “호주 원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것 때문에 스프링캠프 기간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 스프링캠프는 162경기를 뛸 수 있게 준비하는 기간이다. 선발 투수들이 시범경기에 최소 5번은 등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니컷 코치가 강조한 것처럼, 남들보다 1주일 이른 개막전으로 인해 준비할 기간이 짧았던 것이 문제였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1차전에서 6 2/3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어깨와 등을 이어주는 대원근 부위에 염증이 발생, 5월 6일이 되어서야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류현진 또한 2차전에서 발목을 접지르며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것을 비롯, 4월 27일에는 견갑골 부위의 염증이 발생하며 약 4주간 휴식을 취해야 했다.
2014시즌 호주 개막전은 홍보와 비지니스의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며, 선수들 또한 MLB 사무국에서 특별 수당을 받으며 주머니가 두둑해졌지만 과연 해외개막전으로 인해 정규시즌에 안좋은 영향이 생긴다면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만약 LA 다저스가 지구우승을 거두지 않았더라면, 이른 개막전으로 인한 투수들의 부상은 좀 더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5. 국제 자유계약선수, 그리고 포스팅
2014시즌 전반기, 메이저리그에 신인상 제도가 도입된 지 67년만에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일본인 투수와 쿠바 출신 타자간의 역대 최고의 신인왕 쟁탈전이 벌어졌었다. 주인공들은 2012년 8월 26일부터 시작된 28연승을 거두며 라쿠텐 이글스를 우승으로 견인, 천문학적인 포스팅 금액으로 진출한 다나카 마사히로와 쿠바 역사상 최고의 타자, 쿠바산 본즈로 알려진 호세 어브레유였다.
비록 시즌 중반 다나카가 팔꿈치 인대 부상을 당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은 호세 어브레유가 다소 싱겁게 차지할 수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제 자유계약선수들의 돌풍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레이스를 통해서 우리는 메이저리그의 국제화와 더불어 다른 리그가 메이저리그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성공과 실패가 엇갈리던 국제자유계약 시장을 다시 깨운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 다르빗 슈였다. 일본리그 최고의 투수 다르빗 슈가 천문학적인 포스팅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LA 다저스 진출, 다나카 마사히로의 뉴욕 양키스 진출 등 구단들은 다시 국제계약 시장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투수진에서는 동양인 투수들이 각광 받는 반면 야수에 있어서는 쿠바 특급들이 주목받는다. 요하니스 세스페데스의 성공적인 정착 이후 야시엘 푸익, 호세 어브레유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후속 계약들이 놀라운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시즌 중반 러스니 카스티요가 7250만 달러를 받고 레드삭스 유니폼 입은데 이어 야스마니 토마스, 요안 몬카다 또한 이번 겨울 거액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것이 확정적이다.
아울러 이미 샌디에고 파드리스와 계약 협상 중인 김광현, 17일 포스팅 선언을 할 양현종, 유격수 홈런 신기록을 달성한 강정호 등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선수들의 행선지와 계약규모도 겨우내 관심을 모을 예정. 볼티모어에서 빅리그 진입을 노리는 윤석민까지 더하면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수도 있는 한국 선수는 무려 5명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