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든지, 100달러(한화로 약 10만 원)를 미국 ALS 협회에 기부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다음 세 명의 도전자를 지명하는 방식의 동영상 캠페인이 2014년 여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른바 루게릭 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이 바로 그것.
하지만 축제로 즐기는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국내에서는 연예인들이 홍보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웃고 떠들어도 되겠느냐는 등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해당 캠페인이 참여를 강요하는 행운의 편지 방식과 비슷하다는 비판과 함께 캠페인으로 모금된 1억 달러(한화로 1,025억 원) 중 27%만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됐다는 보도는 해당 캠페인의 순수성을 더욱 의심하게 했다.
글쓴이는 앞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이슈를 잊어버리고, 가장 성공한 소셜미디어 캠페인 사례로 꼽히는 프리허그 캠페인과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을 바라보려 한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시작, ‘프리허그 캠페인’
일반적으로 ‘소셜미디어’ 하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의 SNS 서비스를 떠오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소셜미디어의 특성이라고 판단되는 ‘공유’, ‘관리(Care)’, ‘진정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로는 ‘유튜브’를 꼽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 ‘유튜브’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그들 스스로 이를 확산하는 모습을 전 세계 차원에서 선행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Free Hug’라는 피켓을 들고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의 인물을 안아주는 ‘프리허그 캠페인’을 알고 있을 것이다. 프리허그 캠페인은 프리허그닷컴(free-hugs.com)의 설립자인 제이슨 헌터(Jason G. Hunter)가 평소 “그들이 중요한 사람이란 걸 모든 사람이 알게 하자”는 가르침을 주던 어머니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2001년에 최초로 시작한 캠페인이었다.
하지만 프리허그 캠페인의 확산은 한 청년에게 시작했다. 2004년, 호주 청년 후안 만(Juan Mann)은 시드니 도심 한가운데서 ‘프리허그 운동’을 시작했고, 2006년 호주의 밴드 ‘식 퍼피스(Sick Puppies)’가 이 모습을 편집해 ‘All The Same’의 뮤직비디오로 소개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세계 곳곳에 퍼져나갔다. 당시에 이 영상을 본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했고, 우리 주위에서도 여전히 프리허그 캠페인을 진행하는 기업과 단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자발적인 캠페인 확산 사례를 통해 마케터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유튜브의 확산 능력과 아울러 소셜미디어의 가능성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해당 영상을 7천6백만 명이 누적해서 시청한 것처럼 한 번 보고 사라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영속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까지 말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 소셜미디어 캠페인 성공 사례 관점으로 바라보기
‘프리허그 캠페인’과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은 가장 성공한 소셜미디어 캠페인 성공사례지만,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이 차이점이 소셜미디어 캠페인의 트렌드 변화를 고스란히 내포한다.
플랫폼 측면의 차이점은 확산 플랫폼이 유튜브에서 페이스북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주도권이 상당 부분 페이스북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은 페이스북 측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는데,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정체 중이던 페이스북 이용자 수 및 이용률이 증대하는 계기를 가져왔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두 캠페인 모두 ‘진정성’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확산을 유도했지만, 프리허그 캠페인의 확산은 일반인을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아이스버킷 챌린지 확산의 시발점은 소셜미디어 혹은 오프라인 사회에서 영향력을 지닌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소셜미디어 캠페인 확산에 인플루언서들의 참여가 얼마나 큰 확산력을 이끄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콜 투 액션(Call to Action)을 바탕으로 참여자가 콘텐츠 생산자이자 확산자가 되는 형태는 유사하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에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모습에서 웃고 즐길 수 있는 재미(Fun) 요소가 포함돼 있다. 이는 진정성에 더한 재미 요소가 자발적인 참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증명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의 성공을 증명하듯, 현재 SNS에서는 이 소셜미디어 캠페인의 확산 방식을 따온 유니세프의 ‘웨이크업 콜(#WakeUpCall) 캠페인’이 시작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웨이크업 콜 캠페인’은 내전으로 고통 받는 시리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잠에서 깬 직후의 모습을 찍어 SNS에 게재하고 캠페인을 이어갈 세 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것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의 적극적인 참여까지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과 닮은 이 캠페인이 올가을을 뜨겁게 달굴지 기대하는 바다.
소셜미디어 캠페인의 본질
소셜미디어가 전방위로 사람들에게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기업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계정 등을 만들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자신들의 브랜드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글쓴이의 대답은 “더는 일방적인 메시지로 사람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욱 현명해졌고, 다양한 채널에서 정보를 획득해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마케팅 및 캠페인들은 여전히 기업과 브랜드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소비자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소비자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성공하는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통합 커뮤니케이션, 페이스북 및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확산력 극대화, 영상에 기반을 둔 소비자의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 및 확산, 그리고 진정성 있고 재미있는 브랜드 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계획 및 실행 등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 마케팅 및 캠페인은 브랜드 중심의 푸시(Push)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참여를 유도하는 풀(Pull)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한다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 이 글은 월간 IM 1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