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의 발달과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 확산 속에 각종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성 언론사는 정통 보도의 자세를 지키는 대신 뉴스 소비자를 붇잡기 위해 분주히 변하고 있다. 긍정적 변화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 양상은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뉴스를 보고 돈을 내려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언론사는 그런 사람들에게 뉴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길드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社가 고객들에게 작성한 보고서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 번역해 소개한다. 보고서 원래 제목은 『Media Pessimism and the Echo Chamber: Be Aware of Market Psychology』다. 다소 의역이 포함돼 있으므로 비교를 위해, 혹은 다른 이유로 원문이 필요한 경우 블로그 운영자에게 연락하면 원문을 구할 수 있다.
미국 증시는 지난 9월과 10월 비교적 큰 등락을 보였다. 우선 처음 하락세를 보이며 10% 가까이 하락하더니 이후 다시 급속히 회복해 낙폭을 거의 만회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시장 움직임을 보며 깨닫게 되는 것은 확실한 정보가 없는 가운데 불안심리 만으로도 쉽게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조금만 사실에 기초해 차분한 분석을 해 보면 겁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언론이 시장의 변동성과 공포감을 크게 확대시키는 것이 아주 손쉽다는 점이다. 이러한 언론으로 인한 시장의 변동성 확대 현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 극심한 상황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입관에 부합하는 정보만 추구하고 받아들이려 하는 이른바 반향실(反響室, echo chambers) 효과가 강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얘기하자면 차분하고 분석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분석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며 언론이 조장하는 공포 분위기 속에도 자신이 도출한 결론을 쉽게 버리지 않는 진정한 투자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즉, 현실과 동떨어진 시장의 이상 심리가 있다는 점을 적기에 파악하고 있으면서 자신은 거기에 동화되지 않는 투자자라면 시장이 조정을 마치고 반등할 때 누구보다 재빠르게 투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어낼 수 있다.
1. 언론은 공포를 팔아 돈을 번다
최근 시장의 하락을 주도한 심리를 꼽자면 단연 에볼라 바이러스에 관한 공포를 들 수 있다. 즉, 에볼라 바이러스가 선진국에도 널리 퍼질 것이라는 공포, 혹은 새로운 전파 수단이 생겨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퍼질 것이라는 공포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시장참가자들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관광이 침체되고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모두 집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투매하는 바람에 항공사와 기타 운송업, 그리고 관광 관련 주식이 특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에볼라 감염과 관련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경쟁이 사람들의 이런 공포심을 조장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정도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정보는 처음부터 얼마든지 있었다. 바이러스학 이론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되기 시작할 가능성은 극도로 작다.
바이러스 유전자에 그런 획기적인 변화가 발생하려면 엄청난 양의 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으며 SARS 정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SARS 때도 엄청난 언론의 관심 속에 공포감이 크게 퍼졌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과장된 것으로 판명난 바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이런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이 빠른 곳은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등의 지역이다.
그런데 이들 서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의 경우 가족들이 모두 모여 죽은 이의 몸을 함께 닦고 배를 눌러 불순물을 밖으로 토해내게 하는 장례 관습이 있다. 결국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영돼 죽은 사람으로부터 감염 위험성이 가장 높은 순간에 가족 모두가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지리아가 에볼라 확산을 성공적으로 저지한 것도 또한 눈여겨 봐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며 에볼라가 극성을 부리는 국가들에 인접해 있다. 실례로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는 인구가 무려 2천100만명에 달하는 밀집지역이며 라이베리아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반 거리에 있다.
하지만 당국의 노력 끝에 의료체계가 인접국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는데도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는 8명에 그쳤고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에볼라 청정 지역으로 인정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지리아의 의료체계가 그토록 낙후돼 있지만 새로 개발된 관련 스마트폰 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앱을 이용해 누구든 의심나는 증상을 발견하면 곧바로 신고할 수 있으며 또 이 앱을 통해 누구든 에볼라 발생 보고 지역을 실시간으로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에볼라 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비교적 느리며 SARS와 같이 과거에 지속적이며 전세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다른 많은 질병과 비교해도 오히려 그 전파 능력이 약하다. 위험한 장례 관습이 행해지지 않는 지역이라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널리 퍼질 수 없다. 둘째, 나이지리아가 에볼라 퇴치에 성공했다. 나이지리아가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보다 훨씬 발전한 대부분의 나라는 이 질병에 대응할 여력이 훨씬 크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의 결론: 에볼라 바이러스는 세계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 만약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면 냉정한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매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도 좋다.
2. 반향실에서 나와라
언론 보도 행태에 따라 투자자들이 현혹되는 양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합리적인 공포심에 흔들리는 경우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뉴스의 발칸화(소국분할화, 어떤 나라나 지역이 서로 적대적이거나 비협조적인 여러개의 작은 나라나 지역으로 쪼개지는 현상을 일컫는 지정학적 용어로 인터넷 이용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록 자기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보다 상대를 적대하는 소국들로 분열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 현상이 심화돼 온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뉴스에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졌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더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된 이유를 두 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말로 독자적 확인을 거치고 사실에 기초해 작성한 보도는 줄어들고 단순히 이런 저련 견해에 휘둘리는 보도가 압도하고 있다.
뉴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현재와 같은 인터넷 뉴스 공급 체계에서는 전문기자와 심층보도 기자들을 유지할 예산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 기자들이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그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과거와 같은 정통 보도는 점점 사라지고 그 대신 뉴스라고 보도되는 것은 대부분 어떤 견해를 전달하는 것 뿐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목소리가 큰 견해가 가장 사실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뉴스 소비자들도 점점 더 자신들이 심정적 친밀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견해를 더욱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 때 그 인물들의 견해가 얼마나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를 검토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이렇게 살펴본 결과 뉴스의 양이 급증했지만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별로 없는 이유가 명확해 졌다. 즉 뉴스 소비자들이 점점 자신들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옹호하는 내용을 전달해 주는 언론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간한 퓨리포트의 다음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나 정부 관련 뉴스 습득 과정을 보면 최근에 진보 및 보수 성향의 독자들은 완전히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각자 자주 보고 신뢰하는 언론사는 거의 겹치지 않고 나뉘어져 있다. 온라인상에서 정치에 관해 대화할 때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향이 훨씬 많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과 성향이 다른 사람이 속한 “사고 지대”에 들어가 볼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인들의 약 30%가 페이스북에서 주로 뉴스를 접하고 있는데 페이스북은 사실 사용자가 이미 어떤 뉴스를 기다리고 있는지 파악한 것을 바탕으로 뉴스를 노출하고 있다. 즉, 오늘날 저널리즘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더욱 양극화되고 있으며 사실에 기초하기보다 견해에 기초한 보도를 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뜻하는 바는 바로 오늘날 많은 투자 결정이 사실은 불완전한 정보에 기초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쁘게 말하자면 사실을 완전히 무시한 결정이 내려진다고까지 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런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대세를 거슬러 생각할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뜻이 된다.
조금만 노력하면 어떤 것이 견해에 기초한 보도인지 진정한 보도인지, 어떤 것이 사실을 모르는 논평인지 사실에 기초한 논평인지 알 수 있으며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 틈에 머물지 않고 정치적 견해에 관계 없이 진정한 뉴스와 통찰력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심리적 동요에 함몰되지 않고 진실에 기초한 정확한 정보를 갖는 투자자라면 이런 시대에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결국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3. 투자자들에게 주는 3가지 제언
1) 언론은 공포와 선정주의를 팔아 돈을 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며 과장을 믿지 말고 냉정하고 명철한 판단력으로 리스크 요인을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2) 현명한 투자자라면 오늘날 언론이 제공하는 각종 기사가 지식이 아닌 견해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뉴스도 잘 가려서 습득할 필요가 있다.
3) 이미 자신이 생각한 것과 같은 내용의 보도를 하는 정보원만 접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출처의 뉴스를 적극적으로 보면서 정확한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민첩하고 영리한 두뇌를 가진 사람은 새로운 데이터를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원문 : Korea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