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는 종종 성공적인 UX디자인 프로젝트 사례가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없을까? 계속해서 UX디자인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치명적으로 실패를 부르는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UX디자인 리서치에 접근하는 방식 등 진행자(혹은 업체)의 실력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UX 디자인 프로젝트를 실패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특징에 있다. 바로 “디자인 의사결정을 의사결정권자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무리 실무자들이 UX 리서치를 수행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해도 ‘상무님’쯤 올라가면 그동안 뭐한건가 싶을 정도로 사용자의 의견과는 정 반대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런 현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를 많이 겪었다.
근엄하게 생긴 윗분이 등장하여 “그건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 뿐이잖아?”라고 하며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디자인 의사결정에 훼방을 놓는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들고가도 “다 좋은데 이 부분은 좀 바꿔봐” 라는 식으로 최소한 한가지는 엎어야 자신이 일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는 건지, 혹은 자신이 그 위치까지 오르며 쌓은 위대한 인사이트나 업적, 권위를 지키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일지도…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 자체가 실무자의 관점에서 실무에 깊게 관여하여 (그만큼 공부해야 한다. 당연한 거 아닌가. 골프치고 부동산 보러 다닐 시간에 보고서를 더 꼼꼼히 읽어두자) 올바른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이 결과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입니까? 여기에는 사용자가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여기서는 다릅니다. 어떤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까?”
“우리 비즈니스의 방향은 이러이러합니다. 여기에 입각해서 봤을 때 더 좋은 의견은 어떤 의견입니까?”
이런 식으로 실무자들이 갖지 못하는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관점을 넓혀주고, 의사를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보고를 받고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UX프로젝트를 실패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았던 결과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해 몇 가지 칼럼을 소개한다. 유의미한 것들만 일부분 번역해봤다.
1. 당신의 UX프로젝트가 맨날 실패하는 4가지 이유(원문 링크)
이 칼럼에서는 실패하는 UX프로젝트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 UX 전문가를 제대로 고용해야 한다: UX전문가 식별 방법
- 뛰어난 공감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그리고 호기심이 많다.
- 개인적인 취향이나 의사에 의해 디자인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 인터렉션이나 비주얼 디자인이 아닌 콘셉트, 구조, 정보 디자인에서 출발한다. 만약 그가 처음 보여주는 결과물이 그런 것들(인터렉션, 비주얼 디자인)이라면 그는 UX전문가가 아니다.
- 정확하고 확실하게 측정 가능한 자료를 신뢰하고 그것들을 기반으로 디자인 설계 방향과 테스트 프로토콜을 구축한다. 만약 그가 뭔가 쉽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그런 것들을 측정했는지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그는 UX전문가가 아니다.
2) 의사 결정권자가 팀원들이 자신의 일을 정확히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UX팀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몇 가지 규칙
- 디자인(프로젝트)를 끝내기 전에최종 사용자를 관찰하고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UT는 필수.
- 사용자가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를 만나도록 하게 하지 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맹신하려는 태도를 주의하라.
- 절대로 조직 관리자에 의해 디자인 의사 결정을 하지 마라. 디자인을 망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 당신은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UX팀을 고용했다. 사용자 리서치와 사용성 테스트로부터 올 변화(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에 대비해야 한다. 많은 유용한 제안을 거절하면 거절할수록 볼품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 탄생할 것이다.
- 디자인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지 마라(방해하지 마라). 여기 저기서 사소한 변경 사항과 간섭이 생기는 것은 거의 항상 새로운 사용성 문제를 만들어낸다.
- 프로젝트 시작 부분에서 모든 팀 구성원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정의한다
2. UX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원문 링크)
1)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엄청 안 좋은 실무자가 있음
UX프로젝트를 망하게 하고 싶다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안 좋은 직원에게 발표를 시켜라. 그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얼마나 쉽게 비루하게 만드는지 보게 될 것이다(필자: UX디자이너에게 언어적인 감각이 중요하다는 포스트를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듯).
UX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할 때 생각보다 많은 공격을 받게 되는데 가령 누군가가 “이 부분은 조사하지 않은 건가요?” 라고 했을 때 “다른 사실로 미루어보아 이러할 것입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추론 능력’이 중요하다.
2) 주제에 무지한 채로 회의에 참석
비단 UX프로젝트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젝트에서 그러하겠지만, 무의미한 회의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무능력한 상사일수록 회의에 들어와서 팩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실무자들의 이해 수준이 이렇게 높은데 이야기가 끝나고 결정된 사항을 ‘이건 뭔가요’ ‘저건 뭔가요’ 라는 식으로 물어봐서 이미 합의된 내용을 계속해서 리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자기는 일을 더 잘하려고 질문을 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뻔뻔하게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결론
오늘은 UX프로젝트 실패의 원인을 상사(의사결정권자)에게서 찾아봤다. 과거에 UX프로젝트는 아웃풋(Output)이 아니라 아웃컴(Outcome)에 집중해야 한다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아웃풋보다 아웃컴이 더 큰 개념이고 추상적인 것들을 포함한다.
가령 아웃풋을 기대하는 사람은 “UX프로젝트를 해서 얼마나 매출이 올랐습니까?” 따위를 질문할 것이다. 그러나 아웃컴을 기대하는 사람은 “UX프로젝트 결과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느끼고 있습니까?” 라고 물어볼 것이다.
UX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실무자의 역량 문제도 물론 있지만, 부족한 실무자의 역량을 키우고 말고 하는 것 또한 상사의 역할이다. 상사가 더 유능해야 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마음이 넓고 다른 사람을 잘 신뢰하며, 권위를 버릴 줄 알아야 좋은 UX디자인 프로젝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