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서 이스라엘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해서 비판 받는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이스라엘, 또다시 대량살상 무기 사용 비판 받아(종합), 연합뉴스
제가 문제시 하는 것은 용어를 정확하게 써야 하는 기사에서 특정 용어를 부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량 살상 무기’ 플레솃 탄은 대량(大量) 살상 무기가 아니라 대인(對人) 살상 무기입니다.
대량 살상 무기와 재래식 무기
대량 살상 무기, 영어 약어로 ‘WMD’로 씁니다.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 이런걸 대량 살상 무기라고 합니다. ‘NBC’가 곧 대량 살상 무기에요. 근데 이걸 투발하는 주요수단이 중장거리 미사일이니까 미사일도 끼워넣자 이런 이야긴데, 그런 움직임에 맞춰서 중장거리 미사일로 국제적으로 규제하는 겁니다. (세트 규제라고 함)
흔히 ‘재래식 무기’라고 하는데 대량살상무기가 아닌 무기를 ‘재래식 무기’라고 합니다.
위키백과 – 재래식 무기 항목
위키백과 – 대량 살상 무기 항목
플레솃 탄이 사람을 많이 죽일 순 있어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대량 살상 무기’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재래식 무기’에 해당하죠. 큰 분류에서 ‘재래식 무기’인 것이고 좀더 작은 분류에서 ‘대인 살상 무기’로 분류됩니다. 비살상 무기도 있죠. 근데 이건 살상 무기입니다.
많이 죽인다. 물론 저 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죽을 수 있습니다. 근데 그런 이유만으로 ‘대량 살상 무기’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어떤 국제 협약에서도 금지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세계인들이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흔한 ‘보통 무기’ 중 하나일 뿐.
기관총으로 쏘면 사람이 ‘적게’ 죽나요? 총알을 수천 발씩 쏠 수 있습니다.수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에 죽을 수 있어요. 근데 기관총을 두고 ‘대량살상무기’라고 하진 않죠. (* 그렇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대량 살상 무기’에 빗대어 표현한 것들이 대부분)
쇠구슬 700개가 터져나가면서 인명을 살상합니다. 사람이 여럿 모여 있으면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어요.
폭발과 함께 파편이 튀어나가면서 인명을 살상합니다. 역시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입니다. 사람을 죽일 수 없거나 죽이지 않기 위해 고안한 무기들을 ‘비살상 무기’라고 하죠. 고무탄, 테이저 건, 최루가스 따위. 그게 아닌 ‘살상 무기’들 대부분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애초에 사람을 어렵게 죽이는 무기를 전장에서 들고 다니고 있겠습니까?
이스라엘군이 전차포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지요. 전차포로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득 들어차 있는거죠. 벌들이 가득 들어앉아 있다가 일제히 공격하는 것 같이 보인다는 이유로, ‘벌집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건 미군이 개발한 전차용 캐니스터 탄 영상입니다.
플레솃 탄하고 비슷하면서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것도 작은 물체가 비산하면서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힙니다. 이런건 전차포로만 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직사화기로 발사합니다. 무반동총용도 있고 40mm 유탄발사기로도 쓸 수 있습니다.
원리는 동일해요. 불행하게도 흔한 ‘보통 무기’ 입니다. 근데 대인 살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무기입니다. 사람을 죽이는데는 충분해요. 그러나 장갑차량, 건물을 파괴할 수 는 없습니다. 그래서 전차전이나 시가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개활지에서 한꺼번에 몰려오는 적 보병집단을 공격하기에는 좋겠지요. 딱 거기까지 좋습니다.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충분한 거리계산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효율이 극히 떨어집니다.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인다고 일부 한국 언론들이 ‘대량 살상 무기’라고 불러주는 플레솃 탄이 그렇게 묘사되는 것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은 이유는 사용빈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끔찍해서? 그게 아니라 저 무기는 근접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교전거리가 멀어지는 전장에선 쓸모가 적고, 면적 장애물이 있으면 효용성이 극히 떨어지게 되죠. 개활지에서 대규모 병력이 접근하여 교전하는 일도 흔치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생산, 개발을 잘 안 하고 비축해놓은 걸 쓰는 게 대부분입니다. (미국은 당연히 계속 개발하죠)
플레솃 탄은 WMD가 아니다
플레솃 탄이 흔한 ‘보통 무기’라는 것은 인권단체에서도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저 무기를 보유하거나 사용하거나 하는 것 자체는 문제대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죠. 뭐 이스라엘에서는 합법적이지만 국제적으로는 어쩌구저쩌구 요상한 이야기를 하는데 위에 언급한 플레솃 탄들이 모두 이스라엘을 위해 제조되고 납품되는건 아닙니다.
전 세계가 애용(…)하고 있거든요.
‘대량 인명 살상용 무기’ 라고 했다가 ‘대량 살상 무기’ 라고 하네요. 물론 이스라엘은 진짜 ‘대량 살상 무기’ 가지고 있습니다. 핵무기도 있고 화학무기도 있고 아주 무시무시하죠.
근데 그 사용으로 비판받은 적은 없어요 (…;) 오히려 대량 살상 무기 사용으로 비판받은 적이 있는 나라는 화학무기로 자국민들을 살해한 주변 아랍국(이라크;시리아;)들이죠. 차라리 저렇게 ‘대량 인명 살상용 무기’라고 신조어를 만들어서 그 단어만 썼으면 모르겠습니다.
근데 제목이나 본문에 보면 ‘대량 살상 무기’라고 계속 쓰고 있단 말이죠. ‘대량 살상 무기’라는 것은 이라크를 공격하는 명분으로 사용되기도 해서 대중들에게 낯설지는 않은 표현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_-;;;
국내 언론 기사말고 서구 언론을 찾아봤는데, 저거 가지고 ‘대량 살상 무기’라고 쓰고 있는 건 못 봤습니다. ‘가디언’지의 기사가 관련기사의 모체가 되는 기사로 보이는데 클릭해 들어가서 읽어 보세요. ‘대량 살상 무기'(WMD)같은 표현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문제의 요지는 민간인의 유폭
있을 수 가 없죠. 인터뷰한 인권단체에서조차도 ‘대량 살상 무기’같은 말은 안 썼습니다. 저 문제를 제기한 인권단체에서는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게 아닙니다. 플레솃 탄이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지 않은 것도 인권단체에서도 알고 있고,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 부분에 관해 분명히 설명하고 있어요.
인권단체에서는 imprecise weapon을 썼다고 비판을 하는 겁니다.
imprecise weapon은 부정확한, 애매한, 모호한 무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지적하는 건, 피해 범위가 부정확하기 때문에 때문에 가자지구 ‘민간인’ 들이 공격에 휘말려, 그로 인해 죽고 다친다는 겁니다. 만약 ‘이스라엘군이 교전 중 상대편 군인을 상대로 플레솃 탄을 사용해서 적군을 살상했다.’ 고 가정하면요.
그게 반인권적이고 비인도적인 일까요? 똑같이 수많은 파편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수류탄 던지고 크레모아 터뜨려서 적군을 죽였습니다. 그게 반인권적이고 비인도적인 일이라고 비난받나요? 국제법상 아무 문제없는 정상적인 교전행위일 뿐입니다. 전쟁 중 대공미사일로 적 전투기를 격추합니다? 역시 정상적인 교전행위입니다.
지금 러시아랑 우크라이나 반군이 왜 욕을 먹습니까? 대공 미사일로 ‘민항기’를 격추했으니까 욕을 먹는 거에요. 이게 욕을 먹는 이유는 플레솃탄이 ‘무고한 민간인’에게 퍼부어졌다고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겁니다. 이건 이스라엘군이 잘못한 거 맞아요. 이스라엘 잘못했고, 욕 먹을만 하죠. 근데 그걸 전달하는 기사를 이상하게 해놨다는 겁니다.
지금 국제법적으로 그 사용이 아무 문제되지 않는 ‘무기’를 쓴 게 문제라는 겁니까? 수천 개의 화살이 쏟아지는게 문제에요? 아니면 민간인들이 그 무기 사용으로 피해를 받은 게 문제인 겁니까? 이런 경우에는 (교전세력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고)’무차별적’으로 사용했다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무기를 민간인 지구에 거리낌없이)’비인도적’으로 사용했다는 식으로 쓰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중국권을 살펴보니 이부분을’부정밀 무기’로 번역하기도 했더군요.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기본적으로 무유도무기인걸 가지고 ‘정밀’을 논하긴 좀; 음?…하마스 까삼 로켓을 까는 의미였을지도?;) 근데 일부 국내언론에서는 ‘매우 위험한 무기’라고 의역하질 않나 ‘대량 살상 무기’라고 완전히 다른 의미의 단어를 막 갖다쓰질 않나;
‘무차별’의 의미가 아닌 ‘인체손상도가 높고 많은 고통을 주는’ 의미로 ‘비인도적’이라고 평가하는 방식도 있기는 합니다. 그걸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잔학무기’ ‘잔인한 공격’ ‘치사능력이 높은 포탄’ 정도로 소개하기도 하고 국내 어딘가에서는 ‘반인권적 무기’, ‘반인륜적 무기’라고 해놨던데, 원 기사의 본래의 비판 의도는 ‘무차별적’ 공격에 더 가깝다고 보지만 ‘대량살상무기’라고 엉뚱한 소리하는 것보단 차라리 그렇게 이야기하는게 그나마 낫죠. (…)
원문 : 기침, 가래엔 용,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