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게 문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상상외로 많으시네요. 제 심경은 ‘답답’ 그 자체입니다. 교황님은 로마 가톨릭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이십니다. 의전시 국가원수급으로 대하는 것은 국제외교상 관례죠.
떠도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살펴보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1.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에 항거하시던 분이라 총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시다.
2. 그런 분에게 축포(?) 발사는 뭐하자는 거냐, 군사력 과시냐? 평화를 전하러 오신 분을 군대를 내세워 맞이하냐?
3. 교황님은 의장대 사열 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왜 했냐?
4. 이건 청와대에서 무례를 범한거다. 군사정부의 후예(?) 답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터무니 없는 소리입니다.
1. ‘총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계시다?
그렇죠. 군부독재에 항거하셨다거나 ‘전쟁’을 거부하신다거나, 그러한 분입니다. 실제로 그런 행적과 발언을 하셨으니까 따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총검’ 자체를 거부하시는 모습을 보이신다거나 그런 발언을 하신 적은 없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로마교황청 스위스 근위대인데, ‘총검’자체를 거부하신다고 하면 근위대를 멀리하거나 해체하시던가 하시겠죠?
총검으로 무고한 이를 핍박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표하시지만 ‘총검’ 자체를 거부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2. 군대를 내세워 군사력을 과시하는 축포?
축포 아니고 ‘예포’죠. 이런 분들은 현충일에 쏘는 ‘조포’도 ‘축포’라고 하실 분들… 예포는 군사력을 ‘과시’하는게 아니라 ‘교전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우호적인 행위입니다. 군대로 맞이한다? ‘의장대’는 그런 거 하려고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국가 경축행사, 외국 사절에 대하여 환영, 환송 의식를 하기 위해 조직된 부대.
한 나라의 ‘무력’을 과시하기위한 ‘군대의 상징’이 아니라 한 나라의 ‘예식’을 치르는 ‘국가의 부대’인 겁니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곡해하고 들면 한도 끝도 없죠.
로마교황청 스위스 근위대가 맞이합니다. 로마교황청에서 ‘군사력’ 과시를 하려고 ‘군대’로 맞이하는 건가요? 말도 안되는 소리죠.
3. 의장대 사열을 사양하셨는데, 왜 했냐?
이거야말로 허위날조죠. 아무리 기사를 뒤져봐도 ‘교황님’ 혹은 ‘교황청’에서 ‘의장대 사열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가 없습니다. 1의 연장선상에서 꽃피운 ‘망상’의 결과물일 뿐이죠. 교황청에서 직접적으로 밝힌 내용은 ‘불필요한 의전을 원치 않는다. 의전을 간소하게 해달라’ 인 것이지 ‘의장대 사열을 하지 말아달라’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의전을 간소하게 했습니다. 지난 바오로2세 때의 방한 때와 비교하여 어떠하였는지 이미 보도된 내용들이죠. 교황님이나 교황청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지 말아달라’라고 밝히신 것은 없습니다. 이쯤에서 ‘의장대사열이 곧 불필요한 의전 아니냐’고 억지를 부릴 것 같은데 이번 행사는 국가원수 환영행사로 ‘기본적으로 하는 행사’만 한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이나 ‘가봉’의 대통령이나 ‘국가원수’로서 대하는 의전은 ‘동등’해야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도 기본적인 행사는 같게 진행합니다. 의장대 사열같은 건 어느 나라나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일 뿐입니다. 방명록에 서명한다든가 하는 것과 같은 매우 ‘기본적’인 행사에요.
4. 청와대의 일방적 무례 아닌가?
전혀 그렇지가 않죠. 군사정부이건 민간정부이건 국가원수를 대하는 의전을 하는 것은 같습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무례를 범할 수 도 없는 게, 이런 ‘의전’은 행사 전에 실무진들이 미리 협의한 후에 양국 정상들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교황청 의전 실무진들과 청와대 의전 실무진들이 ‘의장대 사열’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이야기에요.
교황청과 청와대에서 서로 OK 한 내용이 어떻게 청와대에서 무례를 범한 게 됩니까? 교황님이 의전에 대해 불쾌하게 여기셨다고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무엄한 일이지요. 교황님을 대리하여 실무를 협의한 교황청 대사 등이 교황님의 뜻을 거스르고 일을 처리했다는 말인가요?
그랬다 치더라도 교황님을 대리해서 진행했고 교황께서 승인한 일인데, 그걸 ‘불쾌’하다고 겉으로 드러내신다고요? 그리고 ‘찰나’의 순간을 가지고 ‘불쾌’한 것인지 ‘유쾌’한 것인지 어떻게 압니까? 그야말로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자들이 꾸며내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21세기에도 관심법 타령을 하는 자들이 참 많죠.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각국 정상들과 의장대 사열하는 것을 찍은 사진들입니다.
역대 교황님들은 의장대를 사열하는 국제 외교 관례에 따르고 계시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선 2013년 선출되신 이후 아직 만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만 1년이 조금 넘는 동안 그 분께서 방문하신 나라는 ‘브라질’ ‘이스라엘’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 정도이고, 이번에 ‘대한민국’에 방문하신 것이 현재입니다.
요르단 방문하셨을 때도 요르단 의장대 사열을 받으셨으며,
이스라엘에 방문하셨을때도 이스라엘 의장대 사열을 받으셨습니다.
‘이스라엘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들!’ 이러실지도 모르겠는데… 팔레스타인 방문하셨을때도 역시 의장대 사열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교황님께서 대한민국에서 크게 불쾌하셨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나라에 방문하실 것이고 그 때도 의장대 사열 등을 여러 차례 받으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떤 편리한 사고방식에 따르면 그 때마다 결례를 범하는 게 되버리겠지만요.
현재 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교황님을 이용’ 하려는 수작일 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행위들이 오히려 무엄한 행동임을 분명히 깨달아야할 것입니다.
원문 : 기침,가래엔 용,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