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가 나올 때면, 꼭 거론되는 나라가 하나 있다(주로 우리나라, 그것도 인터넷).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봐라! 그 나라에선 여자도 군대를 간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자는 군대도 안 가면서 군가산점까지 빼앗아 갔다!
남자만 병역의무를 하는 건 억울하다! 권리를 말할 땐 양성평등이고, 의무를 말할 땐 약자보호만을 말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여자들도 군대를 보내야 한다!
꼭 10년 전에 아감 루드버그(Agam Rudberg : 한때 이스라엘의 이효리라 불리며,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 된 여자) 사건이 터지면서 이스라엘 여군에 대한 이야기가 퍼진 적이 있었다. 당시 사건의 전말을 보자면, 이스라엘의 톱스타였던 아감 루드버그는 징집연령이 됐지만(이스라엘은 18세에 군대에 가야한다), 연예활동을 이유로 차일피일 군입대를 미뤘다(더구나 이 여자 이중국적자였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아감 루드버그는 군대에 들어갔다(가서도 별별 희한한 짓을 다했다. 팔이 아프다며, 집총을 면제해 달라고 말했고, 결국 집총을 면제 받고 IDF의 홍보요원으로 활동하다 제대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유승준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이야기를 2003년도에 썼는데 아직도 이스라엘을 언급하며, 남녀공동징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이스라엘 여군’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 해보려고 글을 쓴다. 북한 여군을 이유로 남녀공동징병을 말한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이스라엘 여군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건 문제가 좀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간만에 웹서핑을 하다가 <이스라엘 여군>에 대한 환상(?)에 대한 이야기가 의외로 널리 퍼져있는 걸 보고, 이걸 한 번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남녀의 문제도 아니고, 남성연대에 대한 어떤 반감을 가져서도 아니다. 내가 페미니스트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페미니스트라니? 완전 개마초다!).
TAR-21 소총에 주목해서 봐봐. 뭐 그렇다고…니 패드 내려간거 보이지? 훈련이 빡센가 봐. 그래도 니패드도 주고…이스라엘군 역시 장비빨 하나는 죽여! 여담이지만, 인턴넷에서 떠도는 수많은 이스라엘 여군 사진들 보면 ‘홍보용’이란 느낌 안드냐? 후후…그런거야 IDF 애들이 참 머리 잘 썼어. 괜히 유대인이 아냐…이스라엘 여군이 다 쭉쭉빵이란 환상을 버리자구
일단, 몇 가지 ‘배경지식’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 이스라엘의 ‘특수한 상황’을 알아야지만 이스라엘 여군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먼저 읽어야 할 이야기>
① 이스라엘의 건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1차 중동전이라고 말해야겠는데, 이스라엘의 건국과 이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 1, 2, 3, 4차로 이어지는 4번의 중동전과 레바논 전쟁(5차 중동전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끼어든 소소한(?) 충돌들을 보면, 그야말로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겠다. 이중 가장 중요한…그러니까 이스라엘의 향후 ‘군사전략’을 결정 짓는 전쟁이 바로 1차 중동전. 바로 건국전쟁이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당시 인구와 사상자 수만 확인하면 된다. 1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의 인구수가 74만 명이었다. 그러나 1차 중동전을 치루면서 6천 명의 전사자가 발생하게 된다(민간인 포함. 하긴 군인, 민간인의 구분 자체가 모호했지만). 전체 인구의 1%가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사상자를 덜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됐고, 그 결과 이후의 전쟁 목표는 ‘기습’과 ‘선제타격’으로 결정이 난다. 한 방 맞으면, 회복하기 힘들기에 먼저 친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이스라엘이란 나라가 인구가 적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즉,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소리다. 여성들도 군대에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② 이스라엘군의 특수성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수는 약 600만 명 수준이다. 이런 나라에서 대규모 상비군을 유지할 수 없다. 한 나라에서 적정수준의 상비군 숫자의 마지노선이 3%이다(전체 인구대비로). 이 수준을 넘어서면, 사회의 정상적인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사회에 남아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인구가 군대에 감으로써 그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7% 수준의 상비군을 유지하는 북한은 병영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현재 10만 명 수준의 현역병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최강의 군대 중 하나라는(실전경험에 있어서는 미군과 거의 쌍벽을 이룰 것이다) 이스라엘 이지만, 현역병 숫자는 얼마 안 된다. 이스라엘은 예비군이 국방의 주축이라고 보면 된다. 전쟁이 발발하면, 순식간에 60만명으로 증편 돼 전장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단기결전과 속전속결에 집착한다(그만큼 예비군이 빡세다. 장교출신은 45일, 사병은 30일간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한다).
③ 현재 이스라엘 여성의 복무기간은 18개월로 줄어들었지만(남자는 3년이다), 병역면제를 위해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이는 남녀 공통의 현상이고, 너나 할 거 없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면제를 하려고 한다(입대를 하더라도 중간에 의병제대나 다른 사유를 만들어 병역기간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이스라엘 병역기피가 새로운게 입대 후에 ‘사유’를 만들어 ‘조기전역’을 하는 애들이 은근히 많다는 것이다. 이 ‘조기전역자’들을 색출하는 것도 일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는 병력확충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병역특례폐지법안을 내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④ 이스라엘 여군이 전투병과에서 활약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물론, 지금은 전투보직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긴 있지만, 이 역시도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⑤ 현재 이스라엘군의 징집률은 역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신세대의 자유로운 사고방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들의 부모들(전쟁경험 세대들)이 자식들의 병역기피를 부추기고(혹은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1. 여성은 보호받아야 한다?
민감한 주제다.
과연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일까?
군대라는 존재는 인간이 만들어낸 폭력의 극단이다. 군인은 현대사회가 가진 폭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다. 이곳에서도 남과 여의 차이가 존재할까? 중세시대 기사도 문학에서나 나올 법한 ‘레이디(lady : 중세시대 ’레이디‘는 무성無性의 존재였고, 남성의 보살핌이 필요한 결여된 존재였다)’에 대한 이야기가 현대사회, 그것도 군대에서도 성립되는 것일까? 사회라면 모를까, 군대에서는 어딘가 낯선 느낌이다. 남을 지키려 총을 들었는데(그렇다고 하니까), 오히려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애초에 군대에 가지 않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성운동가들에게는 민감하게 들리겠지만,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철저한 ‘전투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이다. 바로 이스라엘 여군의 ‘전투보직’ 복무에 관한 이야기다.
이스라엘에는 총 850종의 보직이 있다. 이 중 여성들은 약 280여종의 보직에 배치됐다(예전에 비해서 많이 늘어난 것이다). 그 대부분은 비전투 업무이다. 물론 전투보직으로 배치되는 경우도 가끔…아주 가끔 있지만, 이는 대부분 특수한 경우이고, 대부분 의무, 통신, 교관이나 조교로 복무하는 이유가 많다. 왜 그런 걸까?
–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한 배려?
– 전투임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하겠지만, 실제로 1, 2차 중동전까지 이스라엘 여군은 전투보직에 배치됐다. 그러다가 3차 중동전(기억이 가물가물한데, 3차인가, 4차 중동전 때부터 바뀌었다)때 이스라엘 군이 호되게 ‘한 번’ 당하게 된다.
여군을 전투보직으로 배치했는데, 동료 여군이 적군의 손에 전사하자. 남자 군인들이 이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실제 전투보고서 내용 그대로이다). 상관이 정지를 명하고, 돌격금지를 외쳤지만, 여군이 죽은 걸 본 남자들이 막무가내로 돌격을 하고, 적군에게 덤벼든 것이다.
같은 군인이지만, 여성에 대해 느끼는 남성들의 감정이 남달랐던 것이다. 전우(戰友)이기 이전에 여성이었던 것이다. 여성에 대한 보호본능과 부성애 등등의 복잡한 감정이 남성들의 이성을 마비시킨 것이었다. 여기에 전투상황이라는 극적인 환경까지 결합되면서 남자군인들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졌던 것이다. 결국 IDF(이스라엘 국방군)에서는 여성들에게 전투보직을 부여하는 걸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보직을 주게 됐다. 이건 여군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지만, 남자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2. 여군이기에 겪어야 하는 문제
일단 여군을 징집했을 때 들어가야 할 비용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당장 여성들만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화장실과 목욕탕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여성사병을 위한 막사를 다른 공간에 만들어야 한다. 그 비용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엄청난 개수비용과 건설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렇게 분리된 공간을 만들고, 운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렇다. 바로 성(性)과 관련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그렇게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자는 것이다). 성적 수치심도 이 성(性)에 관련된 부분이니 포함시키는 걸로 하겠다.
현재 이스라엘 군의 여성비율은 꽤 높다. 장성급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5%이고, 전체 이스라엘 군에서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이른다. 당연히 이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같은 성(性)들끼리 내무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범죄의 대상이 됐다. 90년대 IDF를 뒤흔든 조사보고서가 하나 있는데,
이스라엘 여군의 40%가 직접적인 성범죄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 성범죄에에는 강간, 집단강간과 같은 직접적인 성폭행도 있었고, 각종 성희롱과 성적인 모욕 등은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상관에 의해 자행되는 성상납 요구나 성폭행도 상당수 적발됐다.
현재 IDF(이스라엘 국방군) 차원에서 지속적인 범죄예방과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서만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현재도 군대내 성희롱과 성범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말들이 많은데, 여성징집 이후의 상황은 한 번 생각해 봤을까?
3. 이스라엘 여군에 대한… 아니, 이스라엘 군에 대한 환상!
3차 중동전, 4차 중동전 당시 미국 공항의 흔한 풍경 중 하나가, 이스라엘 유학생들이 전쟁이 터진 이스라엘을 위해 달려가겠다며, 공항에 달려오는 장면이다.
조국이 위험에 빠졌다. 한시라도 빨리 조국으로 돌아가 총을 들어야 한다!
비장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는 이스라엘 학생들! 이 모습을 보며, 세상은 이스라엘의 저력을 봤다며, 칭찬을 했다. 과연 그럴까?(그 당시 아랍권 학생들의 귀국 러쉬행렬도 있었은나, 언론보도로는 다뤄지지 않았다)
일단 그들은 이스라엘의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단기결전을 위주로 하는 나라이고,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이스라엘 땅에 도착하자마자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실제로 고국으로 간 학생들보다 외국에 체류하는 학생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모든 게 프로파간다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이들의 애국심을 폄하하고픈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3, 4차 중동전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이 지금은 부모로서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여기에 신세대들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까지 결합되면서, 이스라엘군은 심각한 징집률 저하에 고민하게 된다(그 이전에도 여성들은 병역면제를 위해 온갖 편법을 다 동원했다). 딱 두 가지만 말하겠다.
– 이스라엘 군대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그들의 불법병역면탈 비율은 우리나라의 몇 배나 된다.
– 이스라엘 여군들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이다! 어떤 사명감이나 양성평등, 여성주의에 입각해 군대에 가는 게 아니다. 이들도 군대가 가기 싫어 온갖 편법과 불법을 다 저지른다.
작년(2012년) 이스라엘의 수상 베냐민 네타냐후(Binyamin Netanyahu)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하나의 법안을 상정하려 덤벼들었다. 바로 ‘병역특례폐지법안’이다. 그 동안 면제대상이었던 정통파 유대교 신학생들과 이스라엘 내 아랍인들(이스라엘 내에도 아랍인들 꽤 많다. 기독교를 믿는 아랍인도 꽤 있다)을 다 군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법안의 골자는 모든 이스라엘인은 징집대상이라고 명시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1949년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였던 다비드 벤구리온(David Ben-Gurion, 열혈 시오니스트이자,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다. 이 녀석 이름을 딴 전차도 있다)이 병역면제의 길(?)을 하나 열어줬던 것이다.
정통파 유대교 신학생들은 유대교 율법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징집 면제를 시켜준다.
라고 한 것이다. 1949년 당시에 이 혜택을 받는 학생 수는 불과 400명 정도였는데, 2012년 현재 수 만 명의 학생들이 이 조항을 악용해 군 면제를 받았던 것이다. 그럼 여자들은 어떨까? 더 심하다. 흔한 방법 중 하나가 위장결혼, 위장이혼이다. 결혼을 할 경우에는 징집에서 면제가 되는 걸 이용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인이자, 세계적인 슈퍼모델이며, 맥심이 선정한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인 바르 라파엘리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18세가 돼 군대에 가야 할 상황이 되자. 라파엘리는 가족과 친한 측근을 내세워 결혼혼을 하게 된다. 그런 다음에 슬그머니 이혼을 한다. 그리곤 한마디 던진다.
군 입대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거의 대놓고 군대를 디스한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병역기피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남성 병역 면제비율은 25%를 넘어서고 있고, 설사 입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의무복무기간 3년을 다 채우지 않고, 중간에 편법을 써서 나오는 경우도 상당수다(전체의 20% 정도). 1980년대 병역 기피율이 12.1%인 것에 비하면…정말 엄청난 증가세다.
여성의 경우는 어떠할까? 2006~2009년까지의 IDF(이스라엘 국방군) 자료에 따르면, 현역 여성 입영대상자의 6~70%는 각종 편법을 활용해 병역을 면제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잡기 위해 이스라엘 국방부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고의적인 병역기피자를 추적하는 상황이다(국방부 장관이 흥신소를 고용해서 병역기피자를 조사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환상을 버리자. 그들도 우리처럼 군대 가기 싫어한다. 이스라엘 여성들이 특별나게 애국심이 뛰어나고, 충성심이 높은게 아니다.
4. 왜 그럴까?
한때는 이스라엘이란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줬던 이스라엘 군대가 왜 이렇게 됐을까? 자식이 군대 안가겠다면, 그 부모가 이를 꾸짖고 말려야 하는데(이스라엘 이라면 그럴 거 같지 않은가?)…문제의 심각성은 전쟁에 참전했던 부모들이 자식들이 군대 가는 걸 말린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레바논 전쟁이 결정타였다. TV로 중계되는 전쟁상황! 1~4차 중동전까지는 속전속결로 확 끝내버렸는데, 이건 좀 이야기가 달랐다. 도심 속에서의 게릴라 전!! 게다가 TV와 인터넷 같은 매체의 발달로 전사한 이스라엘군의 모습이 안방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는 것이다(레바논 헤즈볼라와는 정말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충돌을 보면서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실체도 없고, 폭탄테러 한 방에 육편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군대에 들어가고픈 생각이 싹 사라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젊은이들의 특성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권위에 대한 도전, 자유로움 기타 등등등…덕분에 전세계적으로 젊은 층의 투표율은 낮고, 징병제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인다. 왜 안 그렇겠는가? 이스라엘도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층 투표율 낮다고 욕하는데…다른 나라에 비해서 이번 18대 대선 투표율은…’꽤’ 높은 편이었다. 뭐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군대를 간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람인 것이다.
4. 왜 그럴까?결어(結語)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이스라엘처럼 우리도 여군을 징집해야 하는 게 아니냔 말을 듣고, 이스라엘 여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여성징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따른 연구보고가 진행중인데…글세 모르겠다.
(여성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남녀공동징병을 말하는 여성운동가들은 징집연령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란 말이 인상 깊다)
전쟁은 노인이 결정하고,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죽는 행위
란 말이 생각난다. 뭐…그렇다고…이야기가 길어졌다. 3줄 요약 해보자면,
첫째,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여성 징집을 했다.
둘째, 어쩔 수 없이 여성도 징집했지만, 문제도 많다.
셋째, 이스라엘 여자들도 군대 가기 싫어 한다.
정도가 되겠다. 부연하자면, 이 글의 목적은…한국 여자는 된장녀라 군대가기 싫어하고(의무를 지지 않고), 이스라엘 여자는 국가관이 투철해서 군대간다란 주장에 대한 일정수준의 ‘해명’이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아울러…남녀공동징병이 현실적으로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걸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건 기회 봐 가면서 쓰겠지만, ‘양성평등’이라는 의미로서 남녀공동징병은 찬성이지만, 효율성 면에서는 썩 그리 좋은 선택인 건 아니다.
이스라엘과 비교해 보면, 한국군 숫자…좀 많지(인구비율로 보자면 비슷한 수준이지만). 하긴 이 정도 규모의 나라에서 이정도 규모의 상비군을 그것도 ‘징집’으로 유지한다는 건…보통 나라가 아니지. 여기에 더해 이제 ‘여자’까지 군대에 끌고 간다는 건 좀…더구나 가뜩이나 출산기피 때문에 나라가 휘청이는데, 군대까지 보내버린다면 이거 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거야. 또, 이스라엘 같은 병역기피 논란이 터지지 말란 법도 없고 말야. ‘모성’을 정면으로 부정할 순 없기에 결혼하고, 임신을 하겠다고 나서면…그 여자를 어떻게 군대를 보내겠어?(단순히 애 낳고 오라고 하는 것도 말도 안되지, 수유기간은? 그 이후의 양육기간은?) 단순하게만 볼 문제는 아니야.
(단적인 예로 미국이 LA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버지니아급 잠수함에 여성 요원을 태워야 한다고 압박을 넣었던 적이 있다. 왜? ‘양성평등’을 위해서…미해군의 경우 장교들이 진급을 하다하다…결국 나중에 별을 달아보면, 거의가 항공모함 아니면, 잠수함에서 근무한 장교들로 채워지거든. 힘든만큼 인정을 받는 거지. 그런데 LA급은 남성들만 타는 걸로만 계산하고(그 당시 여성이 어떻게 탈 수 있었겠어?), 그렇게 만들어졌지. 이번에 다시 버지니아급 만들어졌을 때 미 상원(그 중에 여자의원들이)의원들이 바락바락 우겼지…여성들이 탈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이것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지.
비용과 효과면에서 본다면…한 번 고민을 해봐야 할 거야.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녀공동징병의 의미는,
우리만 고생하는 게 억울해! 네들도 한 번 X돼 봐라!
라는 성격이 강하지. 근데, 아직까지는(한 2025년 넘어가면, 그때는 좀 심각해져…병력자원이 부족해서) 이런 저차원적인 접근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좀 많아. 거기다가 엄하게 ‘이스라엘 여군’을 끌여다 붙이는 건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좀 있고…상황도 다르고, 이스라엘 여군의 투철한 양성평등의식은…좀 빼자구. 별로 그런 생각 없는 거 같더라구.
차라리 ‘국방세’같은 걸 걷거나, 여성들의 대체복무제를 고민한다면 모를까…남녀공동징병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봐.
양성평등의 입장에서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
뭐 이렇게 주장한다면…할 말 없지만, 효율성 면에서나 인적자원 부족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해야 할까?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결론은…
엄한 이스라엘 여군 끌어와서 한국 여자들 욕하는 건 좀 지양하자구. 이스라엘 여자들도 우리랑 같은 사람이라서, 우리랑 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은 이스라엘 징집군의 급여체계야.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지. 거의 150만원 수준? 거기에 위험지구에 배치되면 위험수당, 전투수당도 붙어. 여군의 경우에는 더 붙는 경우가 많아. 이스라엘 군의 병력수가 적은 것도 생각해 봐야겠지만, 우리랑 다르게 실제 군생활 중에 ‘전장’에 배치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야. 군 제대후 복지혜택도 꽤 좋아. 미국 수준은 아니어도 나름 대학등록금 걱정 안할 정도는 돼.
그럼에도 군대를 기피하지…아무리 돈이 좋아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청춘의 한 부분을 뚝 잘라서 땅에 파묻어 버려야 하니까…장비나 장병복지, 안에서의 교육, 장병의 목숨에 대한 ‘보호나 관리’를 보자면 우리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야. 걔들 장비만 봐도 알 수 있을 걸? 당장 봉급만 봐도 우리나라 군인들 ‘용돈’하고는 차원이 다르잖아? 징병제를 택한 대다수의 국가들을 보면, 그 나라의 평균임금의 1/3에서 1/4 선에서 군인보수체계가 형성되는데…우리나라는 좀 심각하게 ‘덜’ 주는 편이지. 병장월급이 10만원 대이면…이건 용돈이지. 아니, 용돈도 안 되겠다. 하긴 내가 군대 있을 때는 12,000원 받았다. 전방이라 위험수당인가, 생명수당인가 받았는데도…3만원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 나.
문제는 예산인데…그렇기 때문에 쉽게 말을 못하겠어. 어쨌든 꼬이긴 했어. 뭘 하나 콕 찍어 남녀공동징병이나 징병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여자를 군대 끌고가야 한다는 건…무리가 따르는 주문이지.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도, 전투력 면에서도, 군대 내 사건사고를 생각해서도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거야. 정 억울하다면…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 보는게 맞을 거 같아. 앞에서 말한 ‘국방세’나 ‘대체복무’같은 걸로 말야.
다시 말하지만, ‘엄한’ 이스라엘 여군 끌어다가 한국 여자랑 비교하는 건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어. 좀 후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