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의 마이클 코켄이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OECD에서 낮은 이유에 대해 쓴 글이 몇달 전 SNS와 포털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더니, 그 글이 허핑턴포스트에도 올라왔다. 내 페이스북 친구분들이 공유하여 커멘트 붙여서 재생산하고 계시길래 몇자 쓴다.
내가 짚고 싶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노동생산성은 무엇인가?
일단 노동생산성이란 경제학적 개념은 단위 투입 노동량 대비 생산량으로 정의된다. 고로 N만큼의 노동을 투입해서 2N이 나오냐 3N이 나오냐 이런거에서 앞자리 붙은 숫자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근데 왜 한국이 낮으냐? 한국사람이 게을러서? 근무시간에 잡담해서?? 절대 아니다. 한국사람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어딨다고(…)
생산함수에서 노동(N)이란 유일한 투입요소가 아니며, 생산함수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내생적 특성도 저마다 다르고, 무엇보다 노동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자본(K)이란 생산요소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을 크게 투자하여 생산설비를 고도화시킬 경우 같은 N을 투입하더라도 한국은 2~3N 나오는게 고작인데, 미국 같은 나라는 20N, 30N이 나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국군과 미군의 대조 Case를 살펴보면 되는데,한국군은 땅을 팔때 삽으로 파지만 미군은 포크레인으로 판다.
한국군 100명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노예처럼 저녁 6시까지 삽질을 해봐야 미국 공병 1개분대가 포크레인 2개 돌리면 미군 10명이 낮잠자고 휴가가고 근무시간에 야동을 보든, 저녁에 나가서 술을 먹든 한국군보다 노동생산성이 우수한 것이다.
호주 출신의 하얀 청년이 OECD의 노동생산성 통계를 가져다 놓지 않아서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하나, 내 상식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그렇게 낮을 것 같지는 않다.
보수 우파 성향의 교수들로 꽉꽉 채워진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미시경제학을 배운(재수강해서 두 번 배운) 나로서는 교수님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고대로 옮기면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근로자들이 미국의 근로자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데도 한국은 전체적인 자본축적이 미국보다 훨씬 낮으므로 노동생산성이 낮게 나온다”
물론 보수언론에서 죽도록 까이는 현대기아차 노조의 꿀단지 현기차 공장 몇군데가 도요타보다 생산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항상 노동생산성을 평가할때는 투입 노동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투입된 자본을 생각해야 한다.
투입된 자본이 같지 않은데 근로자들이 열심히 안해서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말은 지극히도 근로자들을 노예로 보는 프레임에 갇혀있는 주장이다.
2. 사무직의 노동생산성에 대하여
생산직의 경우는 시간당, 얼마짜리 기계를 몇평의 땅에 놓고 몇명이서 얼마 생산했냐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노동생산성 논의를 정상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반면 사무직의 경우 노동생산성을 언급하는 것이 어렵다. 페이스북에서 진행되는 이 논의를 지나가다 보신 SG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께서는 이런 말씀까지 하셨다.
“저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내지 비교역재 생산 부문 일반)의 노동생산성이란 개념을 믿지 않습니다”
사실 사무직의 경우는 생산하는 것이 대부분 무형의 기획안 – 유형이라고 치면 문서 작업- 인데 이런 것을 어떤 가치를 매기고 측정할 것인가에 대해 정의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무직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이야기는 결국 사무직들의 업무몰입도 또는 효율성이 낮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하며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 의사결정구조, 조직문화가 후지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조직문화를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중간관리자, 임원, 고위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주어지면서 더 강해지는 반면 실무는 점점 멀어지기에 의사결정정에 필요한 정보 판단 능력이 약해진다.
2. 회사의 태양, 절대존엄에 가까운 존재가 있을 경우 그분의 눈에 드는 것이 모든 회사생활의 Key Success Factor가 되는 이상 정무적인 이슈, 평판관리, 의전 이런 것들에만 중점을 되게 된다.
3. 결국 한국 기업의 문화에서는 하급자와 상급자, 매니지먼트간에서 의사소통 과정에 보고서가 중요해진다.
요약하면 함축·축약해야 하는 간단화 작업과 성의를 중요시 여겨 장식을 번쩍번쩍 황금비단 십자수 놓아야하고(이쁜 PPT)… 거기에 정무적으로 평판관리해야 하니 윗단계에서 내용을 왜곡하고 포장하고 돌려 말하는 등 의사결정에 있어 비용이 크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의전이 중요하다보니 굽신굽신 눈치보고 야근하고 술자리 네트웍이 중요해지니 늦게까지 회식하고 술퍼마실 수 밖에 없는 환경도 추가된다.
3. 결론
결국 마이클 코켄이 쓴 글이 잘못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허나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일단 아카데믹하고 실효적인 접근은 될 수 없으며, “우리는 왜 이 모양이냐” 타령을 벗어날 수 없다. 한국 기업 내의 의사소통구조,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어야지, 노동생산성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문제를 짚으면 업무효율, 몰입도,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걸 궁극적으로 파고 들면 중간관리자 이상의 역량 문제로 환원될 수 밖에 없는 슬픈 이야기다.
노동생산성이라는 레토릭이 주는 프레임안에 갇히면 근로자만 무능해지고 게을러지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나.
결국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