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톡을 검열, 사찰 문제가 제기되며 국민들이 감청에 대한 불안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그 실체가 어떻든 간에,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간 한국인들은 개인 정보 보호에 너무 무신경했다. 사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마스터 키를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의 프라이버시 의식은 약함을 보여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다. 한국인은 호칭에서부터 “내”가 아닌 “우리”를 주로 사용한다. “내” 아버지와 딸이 아닌 “우리” 아버지와 딸이다. 한국은 농업사회였고, 공동체 의식이 강함을 보여주는 근거가 아닐까 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피아식별이 너무나 뚜렷해야 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왔다. 서로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아낌 없이 다 보여줘야 했다. 일말이라도 수상한 여지를 보여줬다가는 그대로 찍히고, 별 잘못 없이 끌려가는 수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궁금해졌다. 이렇게까지 사찰에 대한 민감한 우리는 과연 사찰을 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가 서버로 침투해 암호화를 뚫을 능력은 없다. 하지만 당신은 주변 몇 사람 정도는 얼마든지 쉽게 사찰할 수 있을 것이다. 연인 간의 카톡 사찰은 일상이다. 이를 넘어 자신에게 패스워드를 알려 달라는 연인들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일상적 사찰”이 가장 심한 것은 바로 부모다. 매일같이 아이의 일기장을 보지 않는 부모는 얼마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있다고 할지라도, 온전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아닐까? 아이의 방을 청소하며 아이가 공책과 컴퓨터에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는지 훔쳐보지 않은 부모가 얼마나 될까.
뿐만 아니다. 학교에서는 아직까지도 소지품 검사가 있다. 어떻게 보면 교육이라는 이름을 빙자하고 있을 뿐, 경찰의 압수수색보다 더하다. 경찰은 검찰이 내어준 핑계거리라도 있다. 즉 사회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소지품 검사는 그런 것도 없다. 그리고 여기에서 아이들의 사생활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이는 체벌보다 더한 인권 문제이다.
최근에는 학내 CCTV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학교 폭력 등의 사고를 방지하고 적절히 학생들의 행동을 관리하겠다는 것이지만, 과잉설치라는 감을 지울 수 없다. 학교만큼이나 CCTV가 많이 설치된 공간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범죄가 학내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예방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어차피 학내는 상호간 감시가 어느 정도 가능한 곳이다. 애초에 학교 폭력을 CCTV로 막는다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교육 발상이다.
마지막으로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시스템적으로 바라봐도 이 문제는 여전하다. 계속해서 교육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학생에 대한 과잉 정보수집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계속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가 아직 자라나는 학생이라면 문제가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정보의 수집 범위와 목적, 방법을 정확히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교육은 그렇게 선진적이지 못하다.
디지털화 될수록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감시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이스마트키퍼라는 앱은 아이들의 위치까지 추적함은 물론 스마트폰 자체를 제어하게 만든다. 이는 게임셧다운제를 뛰어넘는 조치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로 하여금 자유를 학습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믿음을 줌으로, 스스로 성장해 나아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은 감시와 통제가 아닌, 교육 본연의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