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탈레반 테러리스트와 결혼한 한국여자의 비참한 인생이 웹에서 어마어마한 화제가 됐다. 카페 회원 수가 3천 5백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교회 카페에서 이 글은 무려 1백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어림잡아도 1백만 명 정도의 사람이 이 글을 읽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탈레반, 나아가 이슬람교를 비판했다. 특히 개신교에서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하지만 이 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이 글의 근거가 너무나 빈약함에도 말이다.
최근 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자신의 기자생활을 비추어볼 때 이 글은 거의 모든 방면에서 너무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임화섭 특파원의 허락 하에 전문을 옮긴다. 이는 연합뉴스의 의견과 어떠한 관련도 없는 개인 의견이다.
내가 사건 기자를 오래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의심하는 법과, 일단 의심이 가더라도 알아 봐야 할 때를 판단하는 법이다.
그런데 요즘 페이스북에서 퍼져 나가고 있는 저 게시물은 날조된 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특징들을 죄다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이 개별적으로 있을 때는 그 자체로 꼭 날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저런 특징들이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무더기로 한꺼번에 나온다면 그게 날조일 확률을 따지면 “날조가 거의 확실하다”와 “상식적으로 볼 때 저게 날조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의 중간쯤 된다.
(1) 아무리 해도 원 소스를 추적할 수가 없다: 이게 본인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것을 진짜로 퍼 온 것이라면, 원래 게시물로 가는 링크가 있을 개연성이 높고, 또 설령 그 링크가 삭제됐다 하더라도 하다못해 날짜와 시간과 원 게시 장소가 있는 화면 캡처가 있거나,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저 글이 왜 삭제됐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글이 남아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그냥 텍스트만 달랑 있을 뿐이고 다른 흔적이 전혀 없다. 그리고 저 글은 내용상 소스가 하나인 것으로 보이며, 공신력 있는 소스로부터 퍼져 나왔다거나 대조해 볼 수 있는 흔적도 전혀 없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말하는 ‘다중증언; multiple attestation’는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
(2) 오래 전부터 저런 게시물이 퍼져 있었고,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한 문제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신력 있는 매체나 기관이 그간 확인한 적이 없다: 구글 검색을 해 보면 알 수 있지만, 저 글은 적어도 작년 9월부터 돌았다. 더 이전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저 글에 나오는 내용으로 보면 마치 2013년에 쓰여진 것처럼 돼 있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소스의 외증은 전혀 없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말하는 ‘맥락적 신뢰도; contextual credibility’가 극도로 낮다.)
(3)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내용이고, 또 그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퍼뜨리고 있다: 일베나 개신교 관련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말하는 ‘비유사성의 원칙; criterion of dissimilarity/embarrassment’를 충족하지 못한다.)
(4) 만약 저 글을 쓴 이의 신원이 이 글에서 주장하는대로 신미선씨라고 가정한다면, 신미선씨가 그렇게 말할 이유가 없는 내용이 너무나 많다. 집단 성교니 지하드니…
가만히 생각해 보라. 저게 진짜라면, 남편이 나쁜 놈이라서 부인을 두드려 패고 있다는 내용만 말해도 충분한데, 본인에게 극도로 수치스럽고 또 본인이 형사책임을 져야 할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급박하게 쓴 글에 적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특정 종교 혹은 문화권 자체를 엿먹이기 위해 날조한 티가 역력하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말하는 ‘맥락적 신뢰도; contextual credibility’가 매우 낮다.)
(5) 마치 진짜인 것처럼 낚시질을 하는 데 쓰이는 부류의 문구들이 대거 나온다: 예를 들어서 “그런 신미선씨가 어느날 홀연히 다음 아고라에 급박한 글을 올렸다”. 저 글을 쓴 사람은 마치 신미선씨 글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독자에게 주려고 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이 어떠니 아시아나항공이 어떠니 알사바 카페트 음식점이 어떠니 하는, 본론과 전혀 관계 없고 포함될 필요도 없는 세부사항이 자꾸 나온다. ‘파키스탄 C.I.A 특별 경찰형사’ 따위의, 초등학생이 들으면 그럴듯하고 대단한 것 같은 거창한 말이지만 교육을 제대로 받은 성인이 들으면 헛소리인 얘기도 나온다. 전형적으로 날조범들이 쓰는 수법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말하는 ‘맥락적 신뢰도; contextual credibility’와 ‘내적 일관성; internal consistency’이 형편없다.)
(6) 1차 소스, 또는 공신력 있는 2차 소스로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뭐 사실일 확률이 수학적으로 정확히 0이라고 단언하진 못하겠지만, 사실일 확률이 너무나 낮으므로 적어도 나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수지가 안 맞는 일이라고 본다.
세상에는 별 황당한 주장을 하는 자들이 많은데, 또 특정 부류의 사람들은 특정한 부류의 주장에 파닥파닥 잘도 낚인다. 그래서 그런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특정한 부류의 주장을 하면 “아 저 멍청한 것들이 또 낚였구나”라고 생각하면 99.999% 이상 맞다.
한국 개신교 교인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매우 흔하고, 또 목사님들도 설교 시간에 저런 얘기를 예화로 들어서 개신교의 공신력을 팍팍 떨어뜨린다.
한줄요약: 날조다.
편집자 주: 신미선씨에 관한 3년 전 기사는 한겨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클리앙에서도 동일 이슈가 있었고 임화섭 기자가 ‘그분이 오셨습니’라는 닉으로 반박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