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지만, 알리바바의 상장은 첫번째가 아니다.
2012년까지만해도 알리바바는 홍콩거래소 상장기업이었다. 알리바바는 당시에도 전자상거래 B2B분야에서는 세계 최대의 기업이었다. 헌데, 2012년 6월 20일 돌연 홍콩거래소에서 자진 상장폐지되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하기 위해서? 아니다!
당시 홍콩거래소에 상장되어있던 알리바바는 지금의 알리바바 그룹이 아니라 B2B사업만 영위하는 알리바바닷컴 뿐 이었다. 지금과 같이 종합적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아우르는 회사가 아니었다.
따라서, 기업가치는 상장사에 집중될 수 없었다. 지배구조상 역량 또한 집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도 그럴게 워낙 빠르게 사세가 팽창하고 있어서 성장과 동시에 지배구조 정리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2012년 상장폐지 이후 알리바바 그룹의 주요한 성장동력은 B2B를 영위하던 알리바바닷컴이 아니고 C2C의 타오바오와 B2C의 Tmall이었다. 결국 상장폐지는 이러한 신성장동력 사업을 새로운 구조로 하나의 상장주체로 묶으려는 작업의 일환이었던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또 한가지, 알리바바가 상장폐지를 결정한 2012년은 알리바바가 야후와 알리페이로 분쟁을 겪은 해이다.
일전에 마윈의 숨겨둔 보석으로 소개했던 알리페이가 또 등장한다. 2012년 알리페이는 알리바바닷컴 홍콩상장사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서 마윈과 그의 중국 동료들의 100% 소유의 중국 역내회사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사전 협의없이 주주들에게 통보된다. 사실은 이미 2011년에 알리페이의 지배구조는 변화한 것. 여기에 야후는 깜짝 놀라고 마윈과 한바탕 분쟁을 치뤘다.
알리바바에게 2012년은 이렇듯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였다.
알리바바는 상장폐지 직후 지배구조의 재편을 단행하고 바로 홍콩상장 여부를 홍콩거래소에 문의했으니 애초부터 알리바바가 미국거래소에 상장하려 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알리바바는 지배구조 조정을 위해 잠시 홍콩거래소에서 상장폐지했다가 그룹을 하나로 묶어서 다시 상장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홍콩거래소에서 마윈 회장의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한 방안을 수용하지 않아서 차선책으로 미국거래소를 선택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조연은 흥미롭게도 사모펀드다.
홍콩거래소에서 상장폐지를 도왔던 사모펀드들은 만 2년 조금 넘는 기간안에 몇배의 수익을 기록했다.(최소 4배 이상이라는 후문) Boyu Capital, Citic Capital, CDB Capital 모두 중국계 사모펀드다.
상장폐지를 하려면 유통되는 주식들을 싸그리 사들여야하는데 당시 알리바바의 재무적 부담을 이들 사모펀드들이 도와준 것이다. 일명 De-listing & Re-listing의 투자전략을 이들 사모펀드들은 취한 것이고 최근 그 투자의 결과는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알리바바가 상장폐지되어있던 2년이란 기간은 알리바바에게는 커다란 도약을 위해 잔뜩 움츠리고 힘을 비축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실제로 이 기간동안 약 5조원 넘는 규모의 100여개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수행했다. 이런 공격적 투자를 신속히 과감히 할 수 있었던 것도 비상장사로서의 이점(공시의무 없음)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2012년 많은 고민과 결정을 과감하게 내렸다. 알리페이, 상장폐지, 지배구조 변화.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감한 결정들을 통해서 오늘날의 거대한 알리바바 제국이 건설된 것이다. 2년이란 시간은 알리바바에게는 길다면 아주 긴 기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