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카피입니다.
디지털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광고계라고 예외가 될 순 없겠죠. 그래서 많은 광고인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아니 매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이를 토대로 미디어 아트이나 전에 없던 형태의 광고를 만들고 있으니깐요. 이대로 멍 때리고 있다간 점점 뒤쳐지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보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디지털 기술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과 인터렉션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세상에는 많습니다.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는 아날로그-인터렉티브를 담은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NoTankers.ca: Oil Posters
매년 10만 갤런의 기름이 바다에 유출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 멀리 대양에서 유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그 폐해를 느끼기란 쉽지 않죠. (우리에게도 기름 유출로 인한 아픈 상처가 있죠.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고 합니다.)
NoTanker.ca라는 캐나다의 비영리 환경단체는 이런 기름 유출 사태를 막기 위해 행동하기로 합니다. 유조선이 캐나다 앞 바다를 지나가지 못하게 하도록요. 하지만 보이지도 않는 유조선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란 쉽지 않죠. 더군다나 자금이 지극히 부족한 비영리단체로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선택한 것은 바로 포스터, 물에 녹는 잉크(수성잉크이죠. 네;;)을 칠한 포스터를 부착하는 것이 그들의 솔루션이었습니다. 그냥 인쇄를 하는 게 아니라 수성 잉크를 사용한 이유는 인터렉션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벤쿠버 시내 곳곳에 부착한 이 포스터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비와 인터렉션을 통해 변신을 하게 됩니다. 수성잉크 부분이 비에 녹아 내리면서 유조선 속에 담긴 메시지가 드러나게 됩니다. 동시에 흘러내린 잉크는 아래에 있던 포스터들을 기름범벅이 되게 만들어 기름 유출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해를 가한다는 걸 소리 없이 하지만 강력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눈 앞에서 실제로 보여지는, 그리고 기름 유출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크리에이티브를 디지털 기술로는 쉽사리 이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먼 바다의 지나가지 않은 유조선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크리에이티브를 보았지만 우리는 태안의 앞 바다에서 기름 유출의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구요. 위 포스터 소개 영상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안 앞 바다의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Royal Copenhagen: Hand painted Outdoor
두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2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차이나’ 로얄코펜하겐의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도자기를 뜻하는 단어가 ‘차이나’라니 유래를 알고는 있지만, 참으로 어이없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
이 로얄코펜하겐은 웨지우드와 더불어 고급 도자기를 대표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죠. 아~ 웨지우드는 파산했으니까 원톱이라 할 수 있나요? 경쟁사가 파산했다고는 하지만 상황이 나아졌을까요? 고급 도자기에 대한 수요는 낮아져 로열코펜하겐 역시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그들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버려가며 저가형 제품을 내놓는 것이 가능할까요? 더군다나 브랜드에 로열이라는 단어까지 들어갔는데? 로열코펜하겐의 제품은 모두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들이 크리에이티브의 목표로 삼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덴마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든 로열코펜하겐의 가치를 실감나게 알려주자’
어딜 저가 도자기가 우리의 자리를 위협해? 라는 생각도 가득 품고 말이죠.
이들이 선택한 미디어는 거대한 OOH입니다. 덴마크의 번화한 쇼핑가에 있는 한 건물에 도자기가 그려진 천을 펼쳤습니다. 그 위에 문양을 그려주는 것을 ‘실제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도자기(천)에 로열코펜하겐 고유의 문양을 그려나가는 것이 정교하고 고난이도의 작업이라는 것을 거대한 스케일로 실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쉽게 전달하고 또 대단한 것으로 여기게끔 하는 하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4만명 이상이 이 OOH이벤트를 목격했으며 수많은 온오프 미디어에 노출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실제 매출에도 도움을 주어 총 매출이 300% 신장되었다고 합니다.
Gillette: World’s Biggest Shave
이와 비슷한 권법이 사용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박지성에 이어 기성용을 모델로 활용해서 잘 알려진 질레트, 미국에서는 데릭 지터가 모델입니다. 뉴욕 양키즈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죠. 데릭 지터는 매일 매일 깔끔하게 면도하기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질레트의 대행사 BBDO뉴욕은 소호의 한 건물에 데릭지터의 얼굴을 건물 벽면에 그려 넣고 매일매일 면도하는 걸 재현해 큰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먼저 수염과 구렛나루가 거뭇거뭇한 모습을 그리고 난 후, 실제 면도를 하듯 벽화에 하얀 페인트로 면도 크림을 바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었습니다. 실제 면도를 하듯 벽화에 하얀 페인트로 면도 크림을 그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며 구경을 하고 소셜 미디어 등에 올려 많은 Buzz를 일으켰습니다. 과정을 매일매일 반복했다고 하니 더더욱 그 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려. 매번 10갤런(약 3.7리터)의 페인트가 사용되었고, 두 명의 작가는 모두 45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Peugeot: Airbag
다음은 잡지 광고에 적용된 아날로그 인터렉티브입니다. 소재는 지극히 익숙한 에어백. 그러나 그 그릇-형태를 달리함으로써 큰 새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잡지광고. 카피가 보이는군요. 불어군요. 모르겠군요. 하지만 다음 이미지를 보시면 이해가 됩니다. 주먹으로 쾅! 내리쳐보라는 카피였겠죠? 페이지가 불쑥 일어납니다. 뒷면을 념겨보니 자동차 이미지에 실제 에어백처럼 부풀러 오르게 만든 것입니다. 이 신형 푸조는 6개의 에어백이 기본 장착되어 안전하기가 서울역에 그지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오래된 미디어인 잡지광고지만 이렇게 실제 에어백이 작동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인터렉션을 유발하는 것을 보니 새롭게 보이진 않으신가요? 이런 인터페이스는 웹이나 앱으로는 줄 수 없는 실제감이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Antarctica: BEER GPS
맥주 GPS. 타이틀만으로는 뭔가 하이 테크놀로지와 모바일이 결합된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이 브라질에선 선보인 맥주 GPS는 그런 디지털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거의 동일한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리우는 카니발로 특히 유명한 도시인데, 매년 2월말~3월초 4~5일간 엄청난 규모의 카니발이 열립니다.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매년 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이런 축제의 즐거움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시원한 맥주겠지요. 하지만 이런 엄청난 인파 속에서 시원한 맥주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GPS로 맥주 파는 위치를 알려준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너무나 제약이 많죠. 복닥복닥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위치를 찾는다? 힘들겠죠? 또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리란 보장도 없구요.
그래서 아주 심플하지만 강력한 방법인 풍선으로 GPS 화살표를 만들었습니다. 돌아다니면서 맥주를 판매하는 사람을 이렇게 알린 것이죠. 간단한 아이디어였지만 효과는 만점이죠. 외려 수미터의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는 스마트폰의 GPS보다 정확도는 훨씬 높겠죠. 사람들이 기발하다며 즐거워하고 기념 사진도 찍고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에 올려서 그 효과가 더욱 증폭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광고를 만드는 이유는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숙명은 새로운 광고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권법이 꼭 디지털이어야 하는 법은 없는 것이죠. 저개발국가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적정기술이듯 예산과 광고주 상황에 맞는 크리에이티브 권법-기술을 구사해야 하는 것이 대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채용준 Dream
원문 : 365 of CHAE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