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카카오에 대한 여론도 갈수록 싸늘해 지는 거 같습니다. 이번 건은 솔직히 카카오도 피해자 중 하나인데, 조금 불쌍한 생각도 드네요. 한국기업이 한국법 지킨다고 말하고 욕 들어 먹는 현실이 억울한 측면이 있겠죠.
다만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자살골을 연거푸 넣었다고 평가할 수도… 이번 사태를 아래 세 가지 측면에서 되돌아보려 합니다. 실수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니까요.
되돌릴 수 없는 첫 대응
법무, PR, 기술 등 관련 부서의 아쉬운 준비
리더십의 실종
이 세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카카오는 <1. 준법정신 강조 – 2. 의혹 부정 – 3. 후속대책> 순으로 대중과 소통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1. 우려의 공감 – 2. 진심 어린 사과 – 3. 후속대책 – 4. 한계에 대한 이해 설득> 순으로 대중과 이야기했어야 했죠.
되돌릴 수 없는 시간 : 아쉬운 첫 대응
다시 시계를 돌려보면 지난달 18일 검찰이 앞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샅샅이 뒤진다고 발표하고, 대책회의에 카카오 담당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폭발합니다.
내 카카오톡이 감시 당하는 것 아닐까?
이에 카카오는 4일 뒤인 22일 트위터를 통해 첫 대응을 합니다. 위기의 순간, 가장 중요하다는 바로 첫 메시지는!
감시와 검열의 대상은 아니지만 법은 따라야 함. 오해하지 마.
철저한 자기 방어 논리. 어떤 기업보다 SNS 사용자의 특성을 잘 아는 기업으로서는 아쉬운 발언입니다. 사용자들이 왜 우려는 표하는지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게 우선순위 아니었을까요?
예를 들어 알리바바의 잭 마의 경우 뉴욕증시 상장 직후 기자의 “사람들이 중국 못 믿음”이라는 질문에 “중국에 대한 뉴스를 보면 나도 그럴 거 같아.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인터넷이 아직 어떤 정부도 친숙하지 못한 매체라는 점이야. 정부에게 우리의 일을 설명하고, 정부의 이야기를 들어 길을 발견할 거야.”라고 답합니다.
아마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보다 기업에겐 더 무서운 존재일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당신들의 걱정을 이해한다고 먼저 말한 잭 마에게 카카오가 배울 점은 없을까요?
카카오는 이후 아래와 같은 트윗을 또 올리지만 ‘140명 직원의 양심과 자존심’이란 말은 여론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미숙한 첫 대응이 결국 이후의 더 큰 화를 부른 셈이죠.
법무, PR, 기술 책임자는 어디에? 부족했던 기자간담회
합병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난 1일 카카오는 다시 한 번 미숙한 대응으로 입방아에 오릅니다.
기자들로부터 “검찰 경찰 수색 요청은 얼마나 들어오나?”, “텔레그램에 대한 대책은?”, “카카오 서버 암호화는?” 등의 민감한 질문이 진행됐습니다. 합병을 발표하는 잔칫날, 거북한 질문일 수 있지만 이처럼 ‘핫’한 사안이 거론되지 않을 이유도 없었죠.
이에 이석우 공동대표는 매우 조심스럽게 국내 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이야기 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서버 암호화 여부는 확인을 해야 한다”거나 검찰의 요청에 대해서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부분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매우 민감한 이슈에 대한 IT전문기업 다음카카오의 답변치고는 보는 시각에 따라 미숙한 대답으로 여겨질 수 있죠. 전날 저녁부터 미디어와 SNS는 온통 ‘카카오톡 검열 고발’로 들끓고 있었는데요.
합병작업으로 힘들었겠지만 법무, PR, 기술 각 분야 책임자가 갑자기 터진 이슈에 미숙한 대응을 했고, 대중 앞에 서는 대표이사에게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했다고 결론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카카오의 개방, 공유, 수평의 조직문화는 장점이 많지만, 다음카카오 합병이라는 역사적 순간의 마지막을 허술하게 마무리한 ‘구멍’이 보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순간에 허점을 보인 조직에게 전 국민의 ‘메시지’를 믿고 맡겨도 되는지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죠.
위기 대응의 알파와 오메가, 리더십의 실종
카카오는 기자 회견 이후에도 계속 논란이 커지자, 그 다음 날 오후 ▲대화 저장 기간 3일로 축소, ▲수신확인된 대화내용 삭제 기능 등의 대책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이제 카카오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에 가까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하루 사이에 저 모든 후속조치가 결정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전날 기자회견이 나갈 당시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됐겠죠.
그렇지만 다음카카오의 대표이사는 저런 조치들을 불과 하루 전 공식 석상에서 전혀 밝히지 못했습니다. 아니, 기자회견을 기다리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결론을 냈어야 했습니다.
내부에서 완벽하게 결정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그건 평상시! 특히 인터넷 기업의 특성상 위기에 순간에는 리더가 과감히 밀어붙여, 그 전날 공식석상에서 당당하게 후속조치를 밝혔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오해’, ‘잘못 알려진 사실’, ‘나라에서 까라는 데 우리가 어떻게 ㅜㅜ’ 등등의 설명이 그나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음카카오는 법리나 논리를 따지는 법정에 서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변화무쌍하고 다루기 어려운 ‘여론’과 ‘언론’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리더십의 부재 속에 아까운 시간이 계속 흘러갔습니다.
결국 대응책이 나왔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그저 여론 무마용으로 질질 끌려간 후속조치로 밖에 안 보였을 것입니다. 위기에 순간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리더십의 부재가 아쉬웠던 순간이었죠.
결론 : 사용자를 위해서 용기를 내! 서비스에 영혼을 담아!!
이번 사태에 다음카카오에 실망한 사람들은 마크 주커버그처럼 “미국 정부는 인터넷의 적!” 이라고 질러주거나, 아니면 구글처럼 투명하지 못한 나라 리스트를 공개하는 등 다음카카오가 대한민국 정부랑 한 판 붙어주길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일부는 원했을 수도…)
기자회견 당일 이석우 대표는 “서비스는 영혼이 있어야 한다. 영혼이 곧 서비스의 철학이다. 다음카카오의 여러 서비스들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같이 하는 상생모델 만드는 것이 철학”이라 밝혔습니다. 물론 좋은 말씀이시고, 다음카카오가 지금까지 한국 IT생태계에 기여한 바도 매우 큽니다.
하지만 결국 사용자의 불안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플랫폼은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 회사니까 법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수동적인 태도 보다는…
“여러분들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영혼에는 사용자 정보보호가 최우선으로 새겨져 있다. 어떤 경우에도 부당한 요구에 협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카카오 전 임직원을 대신해 대표이사로서 약속드리겠다. 믿어달라.”
…고 말하는 게 먼저 아니었을까요?
“우리도 피해자다”는 말씀을 하시기 전에요.
원문: 스타트업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