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과 ‘카카오톡’.. 창업자들이 네이버를 통해 얻은 경험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적용했다.
네이버라는 국내 1위 포털을 키워본 경험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큰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라인’과 ‘카카오톡’의 성공에 그 경험이 큰 작용을 했으리라 판단한다.
그런데 장점은 잘 가져갔는데, 네이버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생각이 엇갈린 것 같다.
소비자들의 성향을 보면 1등만 살아남기 좋은 시장이다. 일단 ‘될 놈’에게 다 몰리고 굳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바꿔타려 들지 않는다. 건전한 경쟁이 사라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가차없이 등 돌린다는걸 알기에 긴장을 놓을 순 없다.
힘이 생기면 그 위에 드리워지는 공권력의 그림자. 덩치가 커질수록,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시장경제 논리보다 우선하는 ‘관치 논리’에 기업이 휘둘린다. 한 번 개겨보고 당해보면 다음부터는 조용히 따를 뿐.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네이버의 한계’라고 본 듯 하다. 네이버를 떠나서 네이버가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곳에서 답을 찾았다. 그렇게 카카오톡을 만들었고 모바일을 선점했다.
이제는 네이버의 영역을 조금씩 넘보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네이버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패치’ 같다고 할까. 네이버에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김범수 의장의 ‘네이버 패치’ 전략은 카카오톡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카카오스토리 등 이어진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때도 중소상공인의 성공 발판이 더이상 검색광고(네이버)가 아닌 카카오에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성장 단계에서 네이버가 겪었던 상황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이다. 김범수 의장이 네이버 재직시절 대관 업무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한 경험은 아니었던 듯 하다.
네이버가 ‘상생’ 안한다고 두드려 맞을 때 ‘스타트업’ ‘벤처’ ‘글로벌’ ‘상생’ 등의 아름다운 수식어를 선점한 카카오는 각 부 장관들과 기념촬영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네이버에서의 경험, 그리고 현재 네이버가 겪는 문제를 보면서 “우린 저러지 말자”라는 해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와 너무 관계가 좋았던 걸까? 지금에 와서는 발목을 잡고 있다.
이용자가 힘이 돼서 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 모든 정보가 집중돼있는 네이버와 달리 이용자가 빠져나갈때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걸 깨닫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다음 행보, 선택이 궁금해진다.
한편, 이런 가운데 더 눈에 띄는 건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다. 그가 일본에서 사업을 주도한 ‘라인’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며 날개를 펴고 있다.
이해진 의장이라고 네이버의 문제를 몰랐을까. 다른 창업자들이 ‘탈 네이버’로 답을 찾을 때, 그는 네이버의 미래를 고민했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을 ‘한국’에서 찾았다.
이해진 의장은 한국의 ‘특수상황’을 벗어나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일본에서 꽤 긴 시간 배우고 실험했다.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네이버는 오직 한국에서만 통할 뿐이라는걸 더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드디어 ‘라인’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물론 카카오톡이 단서가 됐을 것이다. 상관없다. 김범수가 네이버가 과거에 그랬듯 한국만 들여다 볼 때, 이해진은 일본 그리고 그 너머를 봤으니까.
그래서 ‘라인주식회사’는 100% 일본회사로 탄생했다.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겪게 될 문제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라인’이 고성장을 거듭하다 유일하게 경험한 장애물은 중국 정부의 공권력이다. ‘테러 방지’라는 황당한 명분(부시가 떠오르는군)으로 서비스가 차단당하는 황당한 상황… 그리고 한국 정부의 바닥을 드러낸 역량.
국산 모바일 메신저가 중국에서 차단됐을때, 한국 정부의 반응은 마치 밖에서는 비굴한데 집안에서 처자식을 두드려패며 우월감을 맛보는 비겁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도 뾰족한 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중국 눈치 보는 건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니 뭐… 그래서 ‘라인’은 유럽과 북미 시장 공략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중국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일찍 깨졌다고나 할까.
‘라인’의 나스닥 상장 이후에는 이해진 의장이 미국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장점은 충분히 취했으니 단점을 피해야 할 차례니까.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과거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 경험을 바라보는 시각과 감정에 따라서 행동 패턴은 달라진다.
김범수, 이해진 그들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하다. ‘네이버’의 경험으로 새로운 사업을 일궈낸 훌륭한 창업자들이지만, 그 방향은 궤도가 다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