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뉴스 사이트들은 트래픽을 받을 ‘자격’이 없어. 걔네가 뉴스캐스트로 트래픽 얻자마자 한 게 뭔지 알아? 온갖 성인광고 덕지덕지 붙이는 거야. 그러면서 뭘 징징대고 그래.
네이버 뉴스스탠드가 발족했다. 뉴스스탠드 시스템에 대해서는 슬로우뉴스의 네이버 뉴스스탠드: 분석, 평가, 예측이 워낙 잘 설명하고 있으니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대충 설명하자면…
어쨌든 네이버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정말 욕먹을 대상은 언론사라고 본다. 나는 이번 뉴스스탠드는 언론사 트래픽을 낮출 것이고, 낚시가 언론사의 종특임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요약하면 그간 언론사가 “네이버, 니들이 문제야!”라고 하자, 네이버가 “그래? 우리가 아니라 니들이 쓰레기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의 결과물이 뉴스스탠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뉴스캐스트의 시작을 볼 필요가 있다.
뉴스캐스트, 네이버가 아닌 언론사가 만들지 않았나?
우선 뉴스스탠드가 들어서기 전 뉴스캐스트 논란을 정리해보자. 아이러니하게도 뉴스캐스트를 낳은 건 네이버가 아닌 언론사다. 이에 대해서는 이정환 기자의 블로그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언론사들에게 편집권을 넘겨주고 이용자들의 뉴스 선택권을 넓힌다는 게 뉴스캐스트의 대외적인 명분이지만 네이버는 그동안 여론 독점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려 애써 왔다. 홍 이사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중략) 그 어느 언론도 아닌, 모든 매체들을 포괄하는 게이트웨이에 머물겠다는 의미다.
네이버에는 하루 1만2천건의 기사가 들어온다. 그 가운데 어떤 기사를 중요한 기사로 뽑아올릴 것인가가 네이버의 고민이고 부담이었다.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언론사들 뉴스를 쫙 펼쳐놓는 방식이다. via 홍은택에게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묻다
이를 통해 언론사는 엄청난 트래픽 수혜를 입었다. 이전 네이버 내부에서 순환하던 트래픽이 언론사로 향했고(약 40%가 늘었고 군소 언론사는 훨씬 클 것이다), 이는 광고 수익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대응은? 그저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제목 낚시질이었다. ㅍㅍㅅㅅ 편집장의 역작 기사 부제 보고 제목 맞추기는 그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최근 옴부즈맨위원회로부터 시정 건의를 받은 기사들은 대부분 과도한 선정성이 문제된 경우다. “학교서 야동보다 들킨 교장(동아일보)”, “올랜도 애인 미란다커 가슴노출(매일경제)”, “성관계 못하면 죽어” 20명 ‘농락'(조선일보)”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가 많았고 부산 사격장 참사를 다룬 “일 관광객 짜릿함 즐기려다(세계일보)”라는 제목의 기사는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선정적인 제목을 내걸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사들은 이 같은 문제제기를 편집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2개 중앙 일간지들로 구성된 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는 성명을 내고 “언론사가 이미 편집한 기사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이 호•불호를 평가해 공개하는 옴부즈맨 제도는 언론의 편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자칫 사후 검열의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여러 차례 개선요구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시행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via 네이버에 땡깡 부리는 언론사들
언론사, 네이버에서 받은 트래픽의 결과는 성인광고 늘리기
물론 네이버의 정책이 언론사의 제목낚시를 낚았다고 볼 수도 있다. 뉴스캐스트는 네이버 내부에 트래픽을 가둬두고 싶어하면서도, 언론사 책임을 강조하려는 모순을 견디지 못한 도피의 결과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언론사들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자신들이 편집 중립성을 문제 삼아서 편집권을 가져온 결과물이, 제목 낚시이기 때문이다. 뉴스캐스트는 제목 편집권을 언론사에 온전히 부여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언론사에게 하나의 기회였다. 늘어난 트래픽은 기회를 의미했다. 많지는 않지만 수익을 늘려줬고, 익명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에 어느 정도 브랜딩을 할 기회도 얻었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선택은?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말씀하셨지.
언론사, 네이버 탓하는 동안 뭘 한 건가?
원래 언론사는 느리고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 하지만 언론사는 그간 네이버만 탓하며 제대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적인 언론사들도 온라인 유료화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강정수님 블로그의 글을 참조하자.
하지만 제대로 노력하다 무너진 것도 아니라, 그저 네이버에 손만 벌리고 있으면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언론들이 할 변명은 아닌 것 같다. 실제 지인 두 명이 모 언론사에서 웹, 소셜 방면의 컨설팅을 맡은 적이 있는데 두 분 모두 기존 저널리즘 마인드를 도저히 바꿀 수 없다고 손을 내저으며 나온 적도 있다.
신문사 기자들은 신문사 닷컴이 문제지, 신문사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조직은 별도라고 해도 같은 오너가 있다. 결국 신문이 무너질 때 닷컴을 뉴스룸의 일부로 통합하기보다 단순 외주 홍보팀처럼 굴린 미디어 기업의 문제다. 하지만 미디어 기업들은 네이버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했을 따름이다. 물론 생존조차 힘든 기업에 이런 요구는 부당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 언론은 매일같이 배놔라, 감놔라 하지 않는가?
남탓하기 익숙한 언론, 자신을 성찰할 때
물론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비판받을 구석은 그 외에도 있다. 예를 들어 기계적 중립을 위해 뉴데일리 같은 언론을 받아들인 건 문제가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메시지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똑똑한 바보들에 따르면 폭스뉴스가 사람들을 극우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즐겨보는 것이라 설명한다. 소비자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김재철 사장 이후 MBC 시청률이 폭락한 것도 이를 보여주지 않는가?
심지어 네이버 뉴스 폐지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신문사들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받는 돈이 나름 수입이기 때문이다. 단체 탈퇴?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언론사 중 얼마나 많은 곳이 자기 브랜딩을 갖춰놓았는지 모르겠다. 네이버에서 떠나기 위해 꼭 네이버를 활용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미래에 대한 대비가 없어 보인다.
어차피 후진 언론은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웹에서의 뉴스 소비거리일 뿐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뉴스캐스트를, 다음 뉴스를, 무언가 새로운 정보를 비판적으로 보기 위해 읽지 않는다. 그저 가십거리를 잠시동안 즐기는 것뿐이다. 여기에는 내용과 언론사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언론사는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독자 탓도 등장한다. 어차피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서 힘들고, 독자들 수준이 낮기에 거기에 맞춰서 신문이 돌아간다는 것. NYT가 큰 규모의 미국 시장에서, 민주당 지지 먹물들의 성지이기에 지금까지 잘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뒤에는 NYT가 발행부수를 뛰어넘는 (지금은 국제판 제외 80만 부도 못 찍는다. 매경보다 적음.) 큰 영향력 규모로 광고 수익을 내기 위해, 민주당 지지 먹물들의 성지가 되기 위해 수십 년 일관적으로 노력했다. 시장 크기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미국 신문 다 망할 때, 미친듯이 퀄리티 파고 시장성 넓히는데 몰빵했다.
그런 NYT도 몇 년 전 크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멋지게 재기한 것은 발행부수에 매달리지 않고 퀄리티로 인한 광고시장의 프리미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니… 한국의 언론사들은 그런 주장을 할 정도의 최소한의 퀄리티라도 내고 있는가? 특정 기업군에 줄대거나, 정치적 감동에 몰빵하는 게 아니라? 하다 못해 최소한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라도 했는가? 하이퍼링크라도 제대로 거는 언론이 몇이나 되는가? 답은 독자들이 잘 알 것이다.
네이버를 탓할 때가 아니다. 독자를 탓할 때도 아니다.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