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커버그와 빌 게이츠, 그리고 버락오바마로 촉발된 ALS(근위축성측색경화증, 통칭 루게릭 병)홍보캠페인 아이스버킷챌린지가 SNS를 타고 대한민국에서 유행(?)을 타고 있다. 그러는 한편 배우 이켠 님이 트위터에서 언급했듯[1] 단순히 놀이가 아닌 루게릭병에 대해 알고 행하자는 건전한 시민을 자처한 일침이 나타난 동시에, 그저 꼴보기싫은 유행일 뿐이라며 이 캠패인 자체에 대한 염세적인 태도의 평이 아닌 비난도 빈발하게 올라오게 되었다.
쿨내음 풍기는 삐딱한 지신인이 되고싶어하는 필자 역시 보통같았으면 저 대열에 합류했을테지만, 이번에는 입장을 달리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의 아버지는 2년째 투병중인 ALS 환자다.
나는 그를 수발하는 외동아들이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간병하다 허리가 다친 지금, 사회활동을 제외하고는 어머니가 그를 전담하고 있다. 보험에 의지해 치료비를 근근히 조달하지만, 부친의 발병 전 일어난 자산문제나 학업을 위한 대출 등으로 간병인까지 구할 여유는 없다. 다행히 국가에서 활동보조인을 지원해주긴 하나, 이 또한 언급하기 불편한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결과적으로 필자의 가족들을 ALS를 통하여 무엇보다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으로 놀이라고 칭해지는 이 유행에 대해 가장 염세적인 태도를 취해도 할 말이 많은 입장이다. 하지만 이 유행이 무척이나 반갑다.
처음 이 캠페인을 접한 것은 빌 게이츠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수능에서 영어듣기는 모두 찍어풀던 필자는 당시, 그것이 어떤 의미인줄도 모르고 주커버그의 도발에 자사의 제품을 간접광고하는 패기를 보여주는 빌 아저씨에 감탄만 했다.
그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이를 보도한 인터넷의 뉴스 한 줄이었고, 뒤늦게야 그들에게 감사를 느꼈다. 그를 보면서 국내에서도 이런 활동을 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마음으로 빌었다.
외국에서 퍼져가는 캠페인이 한국의 ALS환자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 수 있게냐마는 지명도 높은 그들의 ‘놀이(진의를 떠나서 속칭한다)’는 뉴스가 되었고 좋던 나쁘던 지금 이 나라에 도달하여 필자의 기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는 연예계에서 급격히 확산되었다.[2]
연예인들은 자신의 사회적 개념을 알리기 위해, 팬서비스와 자신의 홍보를 위해 이 캠페인에 동참하였고, 이를 놀이로써 하나의 유행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 와중에 어떤 3류 기자들은 물에 젖은 섹시한 여성연예인 기사를 썼고, 실제로 이뤄지기 힘든 무리수 전달도 행하며, 많은 이들이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캠페인이 아닌 놀이로 받아들이게 했다. 비판과 비난이 나타나도도 이상하지 않다.
비판을 하는 이들의 말처럼 이 캠페인에서 얼마가 기부되던, 그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정말로 이를 놀이로 즐기던, 이를 통해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객관적인 수치로서는 따질 수 없다.
하지만 비록 놀이일지라도 이 병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늘어난다. 실제로 잠깐이었지만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아닌 ‘루게릭 병’이 올라왔었고, 아이스버킷챌린지와 관련된 기사들이 계속 올라오며 루게릭 병을 언급하고 있다.
이 언급이 중요하다. 실제 이 병이 무슨 병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실제로 아버지의 병환을 물어보시는 분들은 스티븐 호킹이 앓는 병이라는 표면적인 내용도, 스티븐 호킹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그가 선천적 장애가 아닌 병이라는 것도 모른다.
이런데 루게릭 병이 무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국사회 전체에서도 배우 김명민님이 주연한 ‘내 사랑 내 곁에’가 이 병을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하지만 아쉽게도 흥행이 좋지는 않아 사회에 많은 정보를 알려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 놀이의 유행은 비록 가쉽거리라도 지상파 뉴스를 타고, 비판적 시선을 통해 사회 이슈로도 조명이 되었다. 여태껏 이러한 파급을 지닌 적은 없었다. 이 파급이 사회지도층에 영향을 끼친다면[3] 국내 ALS 현황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관심은 분명 지금보다 많은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을 높이고, 투병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치르던 시간낭비들을 개선할 수 있고, 이를 위한 치료연구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러니 이 관심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가.
사실 우리나라는 가장 최근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치료제개발(2013)과 상용화(2014)에 성공했다.[4] 이동안 투자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치료제 개발에 걸린 시간은 정확치 않지만 임상에 3년 이상, 개발완료도 끝났고 실효도 입증했지만 상용허가에 걸린 시간이 1년 반이다. 필자의 아버지는 2년이었지만, 5년, 10년을 치료의 희망을 기다리던 다른 환자들은 피가 마르고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를 기다리던 시간이다.
국내의 관심은 이에 자금을 지원하므로 개발시간을 줄이고, 임상을 알려 지원자를 확보하고, 정부로 하여금 이 필요성을 인식하여 행정절차를 단축시킬 수 있다. 보험적용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환자와 그 가족에게 어떤 행동과 방침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연구가 된다, 병의 고통만큼 환자의 가족으로 사회적 배려가 주어질 수도 있다. 딱히 기부가 아닌 관심만으로 이 많은 일을 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의 가족으로서 이 놀이는 반갑다. 고맙다. 놀이라도 좋으니 부디 제발 우리 저 높으신 분들에게까지 이 목소리가 들리길 바라며 위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비평과 비난은 놀이의 유행이 아니라, 이 목소리가 꼭대기에 까지 들리는 시간이어야 한다.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얄팍해진 신경과 눈물로 기다려왔다.
그러니 이 놀이의 유행자체를 비난하지는 말아주세요. 기부 안 해주셔도 됩니다. 즐길 수 있다면 함께 즐겨주세요. 환자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괞찮으니까 한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줄 얼음물바가지 놀이를 즐겨주세요. 그저 이런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마지막으로 ALS의 원인은 보통 예민하고 과도한 신경과 육체의 동시 스트레스로 알려드립니다. 그러니 모두들 적당히 신경쓰며 행복하게 사세요.
편집자 주: 글쓴이의 아버님께서는 며칠 전 명을 다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