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각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팅을 꽤 자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공을 들인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방송 내용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미각스캔들’ 방송 내용은 ‘기름대창의 진실’이었습니다. 양대창집이 인기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전에는 내장을 징그럽다고 먹지 않던 여자 손님들도 요즘은 그런 거리감을 내던진 지 오래인 듯 합니다. 특히 젊은 여성층 가운데서는 ‘고기보다 내장이 더 좋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세월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예전엔 여자친구에게 ‘곱창 먹으러 가자’고 하면 ‘이 사람이 날 뭘로 보나’하는 눈길을 느껴야 했는데…
하기야 호랑이가 사냥을 해도 제일 먼저 먹는 것이 내장이라고 하니 육고기보다 내장이 맛있다는 것은 자연계의 진리이자 포식동물의 본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내장 가운데서 곱창과 대창, 양에 대한 내용은 한번 눈여겨 볼만 하더군요.
특히나 그동안 고소한 맛으로 먹어왔던 대창의 진실을 아는 순간… 참 눈앞이 캄캄해 지셨던 분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대창은 뭐고 막창은 뭐다?
일단 아는 것이 힘. 대체 대창이 뭐고 막창이 뭔지는 알고 나서 시작합시다. 먼저 소는 위가 네개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겠죠? 교과서에 나오는 소의 네 위 이름은 혹위-벌집위-겹주름위-주름위입니다. 하지만 이 위들이 식재료로 쓰일 때에는 순서대로 양, 절창, 천엽, 막창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런 명칭들이 흔히 그렇듯, 이 네 이름은 상당히 혼동됩니다. 일례로 양즙, 혹은 양곰탕이라고 불리는 음식에는 이 네가지가 모두 들어가는게 보통입니다. 2위인 절창은 그물 모양이 벌집 모양으로 진하게 박혀 있어 벌집이라고도 불리는데, 하동관 곰탕을 드셔 보신 분들에겐 절창이나 벌집보다 내포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할 듯 합니다.
어쨌든 양은 흔히 구이, 절창은 탕, 천엽(처녑이라고도 쓰더군요)은 날로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탕, 막창은 구이로 먹는게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소 막창과 돼지 막창은 다르다는 것. 소는 제4위를 막창이라고 부르지만 돼지는 대장(큰창자)를 막창이라고 부릅니다. 원래는 똥창이라고 불렀다는데 듣기 좋은 이름으로 바꾼 거겠죠.
반대로 소는 작은창자를 곱창, 큰 창자를 대창이라고 간단히 구별합니다. 즉 우리가 그동안 먹어 온 소곱창은 대창과는 다른 부위입니다.
대창의 곱은 그냥 기름이다
여기까지는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대창이 그런 비밀을 갖고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일단 대창과 곱창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모두 ‘곱’이라고 통칭하는데, 곱창의 곱이 맛있는 내용물이라면 대창의 곱은 그냥 기름덩어리라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아니, 사실은 알았겠지만 – 그 입안에서 구운 곱창이 터지는 고소하고도 부드러운 맛에 그냥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린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곱일 수가 없는 것이, 손님상에 나오는 대창은 안팎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곱이라고 생각했던 쇠기름은 원래 대창 밖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던 것이죠. 안이 아니라 거죽이었던 겁니다.
심지어 체인점 사장님은 대창을 먹지 않는다든가,
“우리야 잘 팔려서 좋지만 괜히 나중에 죄받을까봐 겁나지…”
대창을 파시는 분들이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말씀을 듣고 나면 대창에 대한 애정이 싹 식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팁은 양/대창 전문점에서 양 구이는 거의 이문이 남지 않을정도의 서비스 품목이라는 점. 사실 대창보다 양을 좋아하던 저로선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양구이 가격이 대폭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실 자연계에서 육식동물들이 내장을 탐식하는 것은 위에서도 얘기했듯 맛도 맛이지만 지방 섭취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은 그 자체로 동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양소죠. 다만 영양상태가 과다하게 좋은 현대인들에게는 좋은 먹거리라고만 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아무튼 이런 의미에서 ‘미각스캔들’은 참 괜찮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대창 마니아였던 장성규 아나운서의 충격이 커 보이더군요.^^
원문 :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