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부터 인터넷에서는 오비맥주에서 생산하는 카스, 골든라거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지역(생산공장), 맥주의 포장 형태를 따지지 않고 계속 나왔고, 급기야 8월 5일에는 식약처가 수사에 착수를, 6일에는 오비측에서 경쟁사의 음해라며 경찰 수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25일, 식약처에서는 오비맥주에서 나는 이취는 인체에 무해한 산화취라고 밝혔습니다. 산화취를 내는 물질인 T2N(trans-2-noneal)이 기준치인 100ppt를 초과한 134ppt가 검출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식약처가 밝힌 산화취는 소독약 냄새와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식약처는 소독약 냄새의 원인을 모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이취는 소독약 냄새는 아닌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오비맥주의 이취 원인에 대한 식약처의 공식 보도자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카스 조사해 보니까 산화취 내는 물질인 T2N이 있더라고. 또 우리가 생각하는 소독약 냄새의 원인들은 전부 이상 없었고. 그니까 늬들이 소독약 냄새라 생각했던건 사실 산화취야.’
어떻습니까? 납득이 가십니까? 아마 산화취가 어떤건지 모르시는 분들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실 수 있습니다. T2N이 도대체 뭐 하는건지 알 길이 있어야죠. 그러나 산화취가 어떤건지 알고 난다면 T2N은 커녕 식약처는 왜 소독약 냄새가 나는지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화취가 뭐에요?
산화취란 말 그대로 맥주가 산화되어서 나는 맛으로, 맥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 분자와 알콜이 산소에 반응하여 내는 맛입니다. 맥주에 있어서는 가장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이취로, 이는 홈브루 맥주이든 대형 양조장에서 만든 상업 맥주이든 마찬가지 입니다. 공기중에 있는 산소를 항상 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맥주에게 있어 산소란 애증의 대상입니다. 발효를 시작하기 전에는 효모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산소가 필요하지만, 발효가 끝난 후에는 더 이상 산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산소와의 접촉은 맥주의 맛을 떨어트리는 산화취를 만들어 냅니다.
홈브루잉 서적으로 잘 알려진 John Palmer의 ‘How To Brew’에서는 산화취를 젖은 종이, 스페인의 주정강화 와인인 셰리와 유사한 맛을 낸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료에서도 역시 종이, 특히 마분지와 셰리 외에도 기저귀, 가죽, ‘썩은 맛’을 낸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식약처가 원인물질로 지목한 T2N역시 종이, 마분지 맛을 내는 물질입니다.
사실 산화취가 맥주에 있어서 항상 나쁜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마시는 카스나 하이트와 같은 밝은색의 저도수 맥주에서는 산화취는 분명한 결점입니다만, 임페리얼 스타우트, 발리 와인과 같은 어두운색의 높은 도수 맥주에서는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산화취가 많은 사람들이 느낀 소독약 냄새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독약 냄새의 원인은?
사실 이번 소독약 냄새 논란이 나왔을 때 경험있는 홈브루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페놀입니다. 맥주에서 페놀은 정향, 반창고, 플라스틱, 화학약품과 같은 맛을 냅니다. 이 특징들이 쉽게 연상이 안 가시는 분들은 치과에서 발라주는 소독약 냄새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이런 페놀은 맥주 스타일에 따라서는 이취가 아니기도 합니다.
파울라너, 바이엔슈테판과 같은 밀맥주에서는 특유의 바나나 향기와 함께 이 페놀의 정향 맛이 느껴지며, 슐렌케를라와 같이 훈연 몰트를 사용하는 스타일, 몇 벨기에 스타일에서도 페놀의 맛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일들 외의 다른 스타일에서 페놀이 느껴졌다면 이는 분명한 이취입니다.
이취로서 페놀 맛이 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효모의 상태가 좋지 않을수도 있고, 이러한 맛을 내는 야생 효모나 박테리아에 맥주가 오염되어서 날 수도 있습니다. 양조장비의 세척과정에서 세척제가 잔류해서 날 수도 있고, 재료상의 문제나 공정상의 문제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수사를 해보지 않는 이상 여기에서는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카스와 같은 페일라거에서는 이러한 페놀이 생겨서는 안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몸에 유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사실 산화취가, T2N이 뭔지 모르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시중 유통제품의 T2N함량은 100ppt이하인 반면 소비자 신고제품에서는 최고 303ppt까지 검출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소비자 신고제품이라면 한번 개봉한 제품이란 말인데, 발견에서부터 조사한 시점까지 용존산소량이 안 늘어나는게 이상합니다. 개봉한 즉시 산화는 시작된다는 말입니다.
또한 분명 지금껏 똑같은 양의 산소를 계속 주입해 왔을텐데 작년 여름에는 문제가 없던게 올 여름에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설령 장비에 문제가 생겨서 설정 주입량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는 한 공장의 한 두 라인에서나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전국에 3곳의 공장을 돌리며 가까운 지역에 맥주를 공급하는 오비로써 한 공장의 몇 라인에서 발생한 문제라면 특정 지역에서만 산화취가 나야 정상입니다.
오히려 이는 문제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3곳의 공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이것도 몇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유력하고 간단한 답은 재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식약처는 다시한번 정밀조사를 실시하라
다시 한번 식약처의 보도자료를 읽어 봅니다. 산화취를 발생시키는 T2N을 찾았고, 소독약 냄새는 아닌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 과연 전국의 수많은 소비자들이 종이 냄새와 소독약 냄새를 구분 못했던 걸까요?
물론 대부분이 맥주에 별 관심없는 일반 소비자들이겠지만, 그래도 그중에 일부는 저와 같이 이취 감각 훈련을 거친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이것이 식약처의 말장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이 일광취가 뭔지 모르니까, T2N이 뭔지 모르니까 하는 말장난. 본인들도 소독약 냄새의 원인을 모르니까(정말 모르는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대충 소독약 냄새와 종이 냄새를 이취로 일그러뜨려 T2N, MBT같은 현란한 수사로 사람들의 시선을 가린.
저는 식약처에 좀 더 다각적인 측면에서 다시 한번 소독약 냄새의 원인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오비에도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원인 모를 소독약 냄새는 정말로 인체에 유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원문: ㅁ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