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한번 없이 매일 3천 명 가입하며 시장 독식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재희: 안녕하세요, 카택스 대표 안재희입니다. 카택스는 ‘업무용 차량 운행일지’ 앱으로, 기업들의 차량 관리 고민을 덜어드리고 있습니다.
이승환: ‘업무용 차량 운행일지’가 뭐죠?
안재희: 법인 차량이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꼼꼼히 기록하는 문서에요. 이전에는 비싼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모든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하는 관행이 많았는데요. 이런 ‘꼼수 절세’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연간 1500만 원 이상의 차량 비용을 경비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한 겁니다.
이승환: 운행일지를 하나하나 다 써요? 몇 월 몇 일 몇 시 어디 출발, 몇 월 몇 일 몇 시 어디 도착…
안재희: 네. 맞습니다. 2016년 ‘업무용 승용차 세법 개정’으로 발표됐는데요. 업무용 차량 돌리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멘붕이었죠. 그래서 GPS 기반의 ‘위치 추적기’를 부착했는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거든요. 일이란 게 하다 보면 좀 쉬기도 하고 하는데, 내 움직이는 경로가 다 공개되니까요. 회사 입장에서도 그 비싼 기계를 통신사 3년 약정까지 받아가며 써야 했고요.
이승환: 카택스는 그걸 앱으로 해결한 건가요?
안재희: 예, 원래 저희는 다양한 앱을 만들던 SI 회사였어요. 세법 개정 뉴스를 보자마자 바로 앱을 만들었어요. 되게 심플했습니다. 차량 출발 전 앱 켜고 내릴 때 앱 끄면, GPS로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광고비를 한 푼도 안 썼는데 순수 바이럴로 하루에 막 3천명씩 인스톨하고 그러는 거예요.
이승환: 엄청난데요;;;
안재희: 카택스가 국세청에서 요구하는 운행일지 양식을 그대로 뽑아줬거든요. 예로 그냥 운동용 GPS 트래킹 앱을 깐다. 그러면 내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달렸다는 나오지만, 국세청 운행일지 양식으로는 나오지 않아요. 근데 카택스는 차량번호, 업무 목적, 주행거리, 운전자 등 국세청 양식에 딱 맞으니 총무부 입장에서는 너무 편한 거죠. 대부분 사람들은 이 양식이 뭔지도 모를 때였으니까요.
고객의 요청을 맞춰가며 돈도 벌고 사용 기업을 10만까지 늘리다
이승환: 사용자는 얼마나 되나요?
안재희: 사용 기업 수는 약 10만 정도고요. 이 중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 기업은 약 3만 정도예요. 등록된 차량은 누적 15만 대 정도입니다. 1대만 쓰는 기업도 있지만 4천 대 쓰는 기업도 있고 다양해요. 올해 매출액은 10억 정도 될 것 같고요. 큰 매출액은 아니지만 매해 우상향하고 있고, 또 한 번도 적자 보지 않고 매해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이승환: 매해 흑자라니 대단하네요. 매출은 어떻게 낸 거죠?
안재희: 처음에는 운행 일지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없었어요. 10년 전 앱 시장 분위기가, 일단 사용자만 늘려두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생각했어요. 자동차 시장이 정말 크잖아요. 보험, 구매, 정비… 기업 고객사가 늘어나면 그 뒤에 붙일 거는 많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대기업 통신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혹시 관리자 페이지를 만들어줄 수 있겠냐고.
이승환: 시작부터 클라이언트가 통신사라니 대단하군요;;;
안재희: 네. 저희도 좀 놀랐죠. 대기업 통신사에서 카택스 잘 쓰고 있는데, 지금 앱으로는 차량 하나하나를 따로 관리해야 해서 좀 번거롭다. 관리자 페이지가 있으면 회사 전체 차량을 관리를 할 수 있으니까, 그 기능을 개발해 주면 안 되겠냐… 그렇게 통신사를 위해 기능 개발을 하면서 돈을 벌었더니, 그 기능 때문에 또 고객이 생겨요. 그 고객이 돈 줄 테니 또 다른 기능 개발을 해달라고 해요. 이렇게 반복되며 기능도 개선되고 매출도 늘었어요.
이승환: 엄청난 플라이휠이네요. 근데 통신사에서도 GPS 추적 서비스 내놓았다 하지 않았어요? 거기서 카택스를 쓰다니 신기하네요.
안재희: 사실 저희라고 하드웨어 도입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영업사원이 앱을 깜빡하고 안 켜도 자동으로 기록되니 편리하고, 추가 매출도 기대할 수 있고요. 근데 법인차도 아니고 자기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싶어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면 화날 만하죠. 회사 입장에서도 머리 아프죠. 반발도 심한데, 초기비용, 설치, 유지보수, 위약금까지…
이승환: 그래서 앱에 집중했는데 그게 승리의 원인이 됐다.
안재희: 네. 앱을 통해 ‘장치 없는 간편함’을 표방했죠. 결과적으로는 하드웨어를 안 해서 살아남은 것 같아요. GPS 장치를 만든 대기업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돌아보면 현실적인 상황에 맞춘 선택과 집중이었던 것 같아요.
도입하자마자 큰 비용을 절감하게 해주는 카택스
이승환: 대기업은 어떤 이유 때문에 카택스를 필요로 한 거죠.
안재희: 작은 회사야 차를 별로 안 사용하니까 수기로도 어떻게 처리되겠지요. 그런데 영업 많이 하거나 물류 관리해야 하는 회사는 차량이 수십 대 수백 대잖아요? 이걸 총무과 직원 1명이 다 관리할 수 있게 된 거죠. 누가 어느 차를 타서 어디서 어디까지 갔고, 그 동선은 어떻고 시간은 얼마 걸렸고… 이런 데이터를 다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이승환: 회사 입장에서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가요?
안재희: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비용이 줄지요. 운행 기록을 정확히 기록해서 정부에 제출하면 비용 처리가 되거든요. 또 대기업은 유류비 정산에만 4~5팀이 개입해요. 잡다한 서류 도장 찍고 하는, 반복적이거나 불필요한 업무가 많거든요.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정산 담당자가 책임지는 일이 많았는데, 이게 카택스를 쓰니까 다 사라지는 거죠. 그리고 애초에 카택스 같은 시스템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닙니다.
이승환: 그건 또 무슨 말이죠?
안재희: 총무팀 입장에서는 이게 주 업무가 아니에요. 인사라거나 세무라거나 이런 거에 비하면 사이드 업무예요. 근데 정산해야 하는 인원이 몇백 명 몇천 명이다… 일일이 운행 기록을 확인할 수가 없죠. 그러다 보니 슈킹이 좀 생깁니다. 어지간한 건 적당히 넘어가겠지만 심한 경우도 많아요. 예로 한 영업사원은 본인은 전철로 돌아다니고, 가족이 쓴 내역을 회사 돈으로 처리한 거예요. 그러니까 주말에 사용하는데도 유류비가 계속 들어오는 거죠.
이승환: ……
안재희: 회사들이 보면 참 별의별 일이 다 있는 게, 영업사원이 관리자보다 직급이 높은 경우가 있거든요. 부장님이 영업사원이고, 대리가 정산하는 담당자란 말이에요. 근데 부장님이 한 달에 유류비를 200만 원씩 받아 가요. 아무리 봐도 이건 ‘부장님이 택시 알바를 하나?’ 싶은 수준인데, 상사한테 대리가 따질 수도 없어요. 자기 상사니까요. 이럴 땐 정말 디지털의 공정함이 절실합니다.
근로자의 유류비를 높여주고 카택스 케어로 자기부담금 보험까지
이승환: 근데 반대로 말하면, 직원들 반대로 도입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안재희: 네. 반발이 심하죠. 과거에 모 회사 노조에서 카텍스 도입하는 걸 반대하겠다고 나오시더라고요. 그러면 저희는 이렇게 설득합니다. 우리 카택스를 쓰면 오히려 유류비를 기존보다 더 많이 정산해 드린다… 이게 가능한 게, 카택스를 쓰면 회사 관리 비용이 엄청 줄어들고, 비용 처리도 완벽하게 되니까요. 유류비 좀 더 쳐줘도 한참 남아요. 기사님들 입장에서도 정직하게만 하면 오히려 과거보다 비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승환: 그러면 근로자들도 바로 수긍하나요?
안재희: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게 좀 감정적인 거예요. 꼭 나오는 이야기가 개인정보 침해 아니냐, 이런 건데 이미 내부적으로 법무 검토를 마쳤습니다. 저희 최대 고객사인 S기업이나 엔터사, 방산업체 등에서도 도입할 때 대형 로펌 써가면서 법적 검토를 해주시더라고요. 운행 기록 데이터는 개인정보가 아니라 회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저희도 더욱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특히 신경 쓰고 있어요. 카택스에는 출도착지 좌표 블라인드 기능이나 사용자별 권한 설정으로 정보 접근을 제한적으로 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고요.
이승환: 그러면 근로자들의 반발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하시나요?
안재희: 최근 저희가 각 분야 보험 전문가를 주축으로 ‘카택스 케어’라는 최초의 영업용 차량 케어 상품을 내놓았어요. 보통 자기 차량에 대한 자동차 보험은 다 들잖아요? 사고 나면 일부 자기 부담금을 내고요. 근데 내 차 타고 회사 일하다가 사고가 났다. 그러면 회사 일 때문에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자기부담금을 내야 해요. 직원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합니까. 카택스 케어는 이를 법인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보상 지원하는 서비스예요.
이승환: 오오. 좋네요…
안재희: 네. 근데 또 문제가 법인차는 아무래도 개인 차량보다는 좀 함부로 운전하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사고 나는 경우도 좀 많아요. 그러면 근로자도 회사도 손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걸 UBI 보험(운전습관연계보험)으로 연결했어요. 카택스에는 급가속, 급회전, 급정지, 이런 것도 다 잡혀요. 티맵, 카카오내비 등을 통해 개인 보험 할인해 주는 것들은 있는데, 운전자 특정이 안 되는 법인차는 해당이 안 되더라고요. 이걸 DB 손해보험과 함께 인슈어테크 상품으로 출시 준비 중이에요.
법인, 기업용 업무 차량의 데이터를 모아 애프터마켓으로 진출
이승환: 정말 다양한 걸 하고 있네요. 앞으로는 어떤 쪽으로 확장하실 계획인가요?
안재희: 굳이 운행 기록이 아니라도, 저희가 법인 차량 전체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크죠. 이 차가 이제 렌트 만기다. 예를 들어 GV80을 타고 있던 대표님인데 차 바꿀 때가 됐단 말이에요. 그러면 저희가 두세 달 전에 신품 프로모션 한번 해드릴게요. 여기서 운행 기록이 도움이 되지요. 장거리 운행이 많고 탑승 인원이 적으니까 이런 차 어떨까요, 이런 식의 맞춤형 제안으로.
이승환: 오…
안재희: 정비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에요. 사실 회사에서도 차량 관리하는 게 엄청 부담이에요. 개인이 아니라 회사다 보니, 정비 비용을 아꼈다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요. 반대로 정비 제대로 안 해서 사고가 나면 또 덤탱이를 써야 하고…
이승환: 잘될 것 같은데요?
안재희: 네. 이미 모 대기업에서도 협업 제안을 받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법인 차량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까, 차량 주기에 맞게 자기들 정비소로 보내는 그런 모델이었지요. 또 직접 대형 정비소로 가지 않아도 되는 출장 정비 스타트업과도 이야기 중입니다. 요즘은 굳이 정비소 안 가도 OBD소켓이란 걸로 통신하면, 이 차량이 몇 km를 달렸고 이런 정보가 다 스캔이 돼요. 또 타이어 마모도나 브레이크 패드 등, 정비사분들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요. 저희는 이 데이터를 카택스 차량 정비 페이지랑 연결해서 ‘타이어 갈아주세요’ 같은 알림을 미리 보내고 정비 내역을 관리해 주는 거죠.
이승환: 이렇게 데이터를 계속 모을수록 연계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거군요.
안재희: 맞습니다. 모든 운행 기록을 기록하고, 여기에 법인과 차량의 데이터를 엮으면 별의별 게 다 되지요. 중고차 매매 시 차량 평가도 가능하고, 자연히 거래로도 이어질 수 있어요. 중고차 매매, 렌터카, 신차 시장까지도 자연히 이어져요. 이런 애프터 마켓을 보고 인수 제안도 많이 들어왔어요.
이승환: 그 귀한 엑싯 기회를 왜 안 잡은 겁니까!
안재희: 저희의 미래는 단순히 운행 일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연계 시장, 즉 애프터마켓에 있었고 인수를 생각하던 담당자분들도 그 부분을 좋게 봐주셨어요. 그런데 당시 저희는 운행일지, 유류비 정산, 차량 관제 같은 기능으로만 사업하고 있었고, 애프터마켓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는데 이 상태로 기회를 잡는 게 성급해 보였죠. 저희가 앞으로 증명해 나가야 할 게 많은 거 같아요.
자동차 관련 모든 경험을 카택스로 해결할 때까지
이승환: 그러고 보니 투자는 좀 받으셨나요?
안재희: 8년간 카택스 한길을 걸으며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다가, 올해 4월에 중진공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투자라는 게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기도 하잖아요. 아무래도 중진공은 정부 공인, 인증, 이런 느낌이 있으니까 더 의미 있었죠. 중진공이 저희 비즈니스를 잘 이해해 주고, 비전도 지지해 주신 덕분에 목표했던 프리A 단계에서 100억 이상의 밸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승환: 8년 동안 존버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네요.
안재희: SW만 할 때는 큰돈이 들지 않지만, 예로 법인차량 렌트를 한다고 하면 당장 차량 가득한 땅부터 필요하잖아요. 언젠가는 큰 자본이 필요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었고, 그게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실은 저희가 중간에 해외 진출, 중고차 시장 진출, 등등 도전을 해봤어요. 그런데 메인 서비스가 딱 자리 잡지 않으면 뭘 붙여도 의미 없더라고요. 지금이야말로 운행일지 기반 서비스 안정화가 끝났고 이제 그다음 확장을 위해 나가야 할 때인 거죠.
이승환: 본사가 대구라서 좋은 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나요?
안재희: 물가가 저렴한 건 좋은데, 지방은 아무래도 인재를 찾기가 어렵죠. 가끔 서울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오시는 능력자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켤 정도예요. 반대로 신입을 키워야 하는 일이 많고요. 혹시라도 대구에서 SW를 만들고 싶은 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이승환: 지방에서 한다고 무시당하거나 하지는 않나요?
안재희: 음… 그런 면이 있다면 있는데, 나중에 지방 기업인 줄 몰랐을 정도로 서비스가 좋았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실제 저희도 욕 안 먹으려고 되게 조심스럽게 회사를 운영해 오기도 했고요. 괜히 지방 기업이라 무시당하고 욕먹지 않으려면 꼼꼼하게 잘하자. 고급 음식은 아니라도 맛있고 따뜻한 음식을 내는 식당처럼.
이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재희: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차량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편하고 쉽게, 카택스로 다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차량 교체부터 구매, 보험 처리, 정기점검, 유류비 정산 등 운전자나 관리자가 해야되는 온갖 골치 아픈 일을 카택스가 대신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요.
저는 넓고 좋은 사무실에서 많은 사람들과 빨리 가는 것도 좋겠지만,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유능한 팀원들이랑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게 훨씬 중요하다 생각해요. 카택스는 지금까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잘 성장해왔다고 생각해요. 이제 방향은 잡혔으니까, 앞으로는 이 길을 흔들림 없이 쭉 직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