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연 100% 성장한 생활맥주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임상진: 맥주 플랫폼 주식회사 데일리비어, 생활맥주 대표 임상진입니다.
이: 생활맥주야 워낙 유명하니… 그런데 맥주 플랫폼은 뭔가요?
임상진: 전국의 지역 양조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국내에 약 150여개에 달하는 양조장이 있지만, 아직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거든요. 생활맥주는 전국 2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통해 국내 양조장의 맥주를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생활맥주는 맥주의 기획과 브랜딩, 생산과 유통, 검수와 판매,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합니다. 이처럼 주류의 A부터 Z까지 통제하고 있는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없어요. 그것도 저희가 직접 양조하는 맥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다양한 양조장들과 함께 거의 매달 새로운 맥주를 기획하고 런칭하고 있습니다.
이: 요 몇 년 코로나로 난리였는데, 생활맥주는 어땠나요?
임상진: 저희는 잘 이겨냈습니다. 생활맥주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샵인샵 배달브랜드인 ‘생활치킨’을 런칭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덕을 크게 봤어요. 코로나가 터진 후에야 여러 브랜드가 배달에 뛰어들었지만, 갑자기 배달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저희는 그 전부터 배달을 했기에 다행히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 2022년에는 100% 이상 성장했어요.
이: 헐, 작년 성장만 100%요? 진짜 무진장 잘 되네요???
임상진: 저희가 직영 비중이 굉장히 높아요. 직영이 40개가 넘죠. 보통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 내면 돈 잘 번다고 얘기하면서 직영점은 내지 않아요. 그래야 본사 입장에서는 위험을 짊어지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본사 매출의 65%가 직영에서 납니다. 직영으로 잘 되는 걸 보여줬으니, 안심하고 프랜차이즈를 내라는 거죠. 저희는 점주와 똑같은 입장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하긴 프랜차이즈가 본사만 돈 번다고 분쟁이 생길 때가 많죠.
임상진: 저희가 제일 자랑하는 게 매출이나 이익이 아닙니다. 10년 가까이하며 가맹점과 분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에요. 프랜차이즈들, 본사와 가맹점주님들 사이 소송이 적지 않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단 한 번도 분쟁이 없었습니다. 점주님과 똑같은 입장에서 장사를 하기 때문이죠.
오픈하자마자 일매출 300만, 효율성에 대한 집착
이: 본사도 가맹점주님도 돈 잘 버는 해피한 회사군요. 처음 시작이 궁금합니다.
임상진: 14년 5월, 여의도에서 10평짜리 가게를 열었는데, 그때만 해도 수제맥주는 이태원에서나 마실 수 있고 가격도 상당히 비쌌어요. 이걸 대중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오픈했습니다.
이: 장사는 잘됐나요.
임상진: 엄청 잘 됐었죠. 10평 매장에서 저녁 장사로만 일매출이 300만 원이 넘었어요. 비 오는 날엔 우산 쓰고 줄 서서 드셨어요. 저녁에는 돗자리 펴고 드시는 분도 계시고, 여의도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 연출됐어요. 마케팅도 못 했는데 입소문이 금방 퍼졌습니다.
이: 그러다 지점은 어떻게 늘었나요?
임상진: 한두 달 지나니 바로 가맹점 내달라는 분들이 줄을 서더라고요. 홈페이지도 없던 때였어요. 6개월 만에 한남에 가맹점이 생겼습니다. 거기도 10평 규모였는데 열자마자 손님이 줄을 섰어요. 그래서 첫해만 해도 가맹점이 몇 개 더 생겼어요. 당시에는 너무 바빠서 직영점을 더 오픈할 여력이 없었고 직원도 별로 없어서, 제가 매장일, 배송, 관리 모든 걸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가맹점들이 모두 대박이 났죠. 그때 오픈한 매장들이 지금까지도 잘 되고 있어요.
이: 근데 술장사는 기본적으로 좀 남지 않아요?
임상진: 잘 남는 건 사실이죠. 여기에 생활맥주는 효율성을 더 중시합니다. 10평 매장에 30석 이상을 배치하고, 순이익률이 35~40%나 됩니다. 이를 위해 직접 맥주를 기획하고 유통 루트를 통제하고 수십 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며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많이 해왔어요. 생활맥주처럼 매달 새로운 맥주를 내며 10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곳은 없어요.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싸게 팔아서 손님을 채울 순 있겠지만 저희처럼 제값을 받으며 수제 맥주를 즐기는 고객들로 꾸준히 만석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이런 현상들이 브랜드 가치를 보여준다 생각해요.
맥주계의 넷플릭스: 다른 맥주집에서는 마실 수 없는 생활맥주만의 맥주들
이: 운영 초반, 아직 자리 잡히지 않았을 때 운영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임상진: 매장이 많아지면서 문제도 생겼죠. 맥주가 워낙에 잘 팔리니 공급이 힘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양조장이 많지도 않고, 유통할 수 있는 판로도 없었거든요. 여름에 맥주가 없어서 못 팔 때가 많았어요. 줄 선 손님들은 얼마나 화나겠어요? 그때부터 다양한 양조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수의 양조장으로는 한계가 뚜렷했으니까요.
이: 공급 외에 그 밖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임상진: 당시엔 맥주가 들어와도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품질 관리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수제 맥주는 효모가 살아있어 온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생활맥주를 처음 열었을 때는 냉장으로 유통하는 탑차를 가진 데도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아이스팩을 씌워서 납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잘되다 보니 경쟁도 치열했어요. 여의도점 바로 옆집에 크래프트 비어 집이 또 생겼거든요. 우리는 맥주만 팔았는데, 그 친구들은 ‘저희는 소주도 있습니다’라며 크게 배너를 걸더라고요. 우리 가게 줄 선 사람들이 그쪽으로 흐르고, 또 근처에 맥주집들이 하나하나 생겨났어요. 전 태생적으로 경쟁을 싫어합니다.
이: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임상진: 경쟁에서 자유로운 우리만의 맥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같은 거죠. 옆집도 같은 맥주, 건너편도 같은 맥주를 팔았어요. 그러면 어딜 가도 마찬가지잖아요. 왜 거기가 아닌 ‘생활맥주’여야 하는지, 우리가 답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우리만의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맥주 플랫폼’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이: 양조장마다 나름의 철학이 있잖아요, 생활맥주에서 새로운 맥주 만들자 하니 좋아하던가요?
임상진: 우린 양조장의 특색을 살린 맥주를 유통합니다. OEM과는 달라요. 또 지점이 200개가 넘다 보니 그만큼 주문량도 많아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생활맥주는 항상 양조장을 먼저 홍보합니다. 생활맥주와 함께하면 양조장의 매출은 물론 네임밸류도 올라가도록 여러 마케팅 활동도 하고 있어요. 저희 고객들은 매달 새로운 맥주 맛을 즐기며 새로운 양조장도 알게 되고요.
잘 되는 입지에서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이: 어떻게 10년째 운영이 잘 되는 건가요?
임상진: 외식업은 지속가능성이 가장 큰 숙제예요. 생활맥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그 문제를 해결했어요. 또 저희는 이름부터 ‘생활’맥주 잖아요. 처음부터 어떻게 생활 속에 녹아들지 고민했어요. 저희는 B급 상권이나 주택 상권에서도 굉장히 잘 되고 있어요. 보통의 수제맥주집은 번화가 쪽에 많잖아요? 맥주를 일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 근데 번화가 쪽이 안전하지 않나요? 매출이 어느 정도 예측되니….
임상진: 예상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상권에 비해 투자비, 권리금도 높아요. 번화가가 좋긴 해도 효율면에선 복합상권이 더 좋죠. 우린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직영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강남역 직영점은 제가 술약속이 있어 강남에 갔다가 권리금이 없다는 임대문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해 계약을 했습니다. 예전 서면점도 같은 사례고요.
이: ‘잘 번다’보다 ‘안전함’을 중시하는군요. 그러면 지금 매장 사장님들은 얼마나 버나요?
임상진: 거의 다 잘 됩니다. 잘 안 되는 기준이 애매한데, 대부분 수익률 30% 이상 가져가십니다. 직원들에게 맡기고 투잡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으신데 저희는 점주님들이 직접 관리하길 권하는 편입니다.
이: 폐점하는 경우는 종종 없나요?
임상진: 사람들이 폐점을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하는데요, 대개는 잘 돼서 권리금 받고 파는 경우가 많아요. 생활맥주도 그런 케이스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으로 따지면 엑싯한 거죠. 오히려 양도양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문제예요. 장사가 안되니까 권리금 받고 팔 수도 없죠. 진짜 힘든 건 그렇게 억지로 버티는 거예요.
이: 치열한 요식업 시장에서 대단하네요.
임상진: 물밑에서 많이 노력해요. 전국 양조장과 함께 매월 새로운 맥주를 내는 건 물론, 우리 본사에 R&D 센터에서 계속 새로운 안주도 추가합니다. 그게 10년 가까이 쌓이니까 차이가 생긴 거죠. 이제 수제맥주 장사해서 저희만큼 잘하기 힘들 거예요.
참치집과 치킨집 운영에 IT 개발자의 삶을 더하다
이: 생활맥주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임상진: IT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외국계 IT 회사에 다니다 영등포에 참치집을 냈죠. 잘돼서 신사동에 하나 더 냈어요. 그때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시간도 많아서 캠핑 다니고 골프도 치고…
이: 그 참치집은 어찌하고 생활맥주를…
임상진: 참치집은 직원, 셰프가 주도해요. 어느 날 셰프가 퇴사 후 옆집에 자기 가게를 내고 단골을 다 가져갔습니다. 그거 다시 살리는 데 몇 개월 걸렸어요. 그래서 직원한테 의지하지 않고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게 뭘까, 그때 생각한 게 치킨이었어요. 치킨은 사입과 반출이 딱 명확하잖아요. 재고 관리가 간단하고 셰프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아요.
이: 치킨집은 잘됐나요?
임상진: 잘 됐습니다. 그렇지만 참치집만큼 이익률이 높진 않은 것이 사실이죠. 더 큰 이익률을 얻을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해 보니 술로 이익을 남기는게 좋겠더라고요. 여기에 참치집 매력을 결합할 순 없을까 또 고민했어요. 참치집의 매력은 셰프와 손님이 소통하며 술 먹는 분위기가 형성되요. 단골을 만들 수 있는 거죠.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결합한 아이템이 수제맥주와 치킨이었어요. 수제맥주집은 손님에게 맥주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익히죠. 참치와 치킨, 제 요식업 경력을 모두 담은 결과물이 생활맥주예요.
이: 사장님, 정말 혼종이군요…
임상진: 네. 기존 외식업에 부족한 걸 하나씩 채워나갔죠. ‘맥주 플랫폼’은 그 결정체예요. 맥주의 기획, 브랜딩, 양조, 판매과정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니, 점주님들은 상권에 따라 원하는 맥주를 선택할 수 있어요. 장사를 하다 보면 동네마다 잘 나가는 맥주가 있거든요. 어디는 IPA, 어디는 라거… 또 직영과 가맹 모두 같은 조건으로 맥주와 식재료를 받아갑니다. 그러니 소비자뿐 아니라 점주님들도 만족하지요.
이: 여기에 IT 경력은 어떻게 붙였나요?
임상진: 저희가 맥주에도 진심이지만 IT에도 진심이에요. 프랜차이즈나 주류업종이나 너무 폐쇄적이에요. 뭐가 잘 팔리는지 매입가는 얼마인지 제대로 공개돼 있지 않아요. 그런데 생활맥주의 거래 시스템은 완성도가 되게 높아요.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현재 각 지점마다 편하게 어플로 주류를 주문하고 재고를 관리할 수 있어요.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지속 개발 중입니다.
전 국민의 ‘생활’이 되는 맥주로 상장까지
이: 앞으로의 지향점은 어떻게 되나요?
임상진: 저희는 ‘생활’맥주잖아요. 계속 대중 속으로 파고들며 맛있는 수제맥주와 안주들을 보급하고 싶어요. 저희 처음 시작할 때 수제맥주는 소수 마니아들이 즐기는 문화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국 어디에서나 생활맥주를 만나 보실 수 있죠.
그리고 생각보다 전국에 소규모 양조장들이 많습니다. 코로나 때 편의점 시장을 통해 수제맥주 열풍이 불었지만, 사실 그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양조장이 몇 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객이 양조장까지 찾아주지 않으면 운영이 힘든 곳도 많아요. 대한민국 맥주플랫폼으로 더욱 많은 양조장들과 함께 산업을 발전시키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 대단하네요;;; 요즘 와인이나 위스키가 유행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임상진: 주류 소비자가 다양해지며 시장이 커졌어요. 입맛에 따라 주류를 선택하는 시장이 도래한 거죠. 다양성을 중시하는 생활맥주에는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한국 트렌드가 빨라서 힙한 걸로는 시장에 휩쓸려요. 꾸준히 시장을 키워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한 이유죠. 우리가 어떻게 더 수제맥주의 매력을 부각할 것인가, 무엇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것인가 생활맥주 전 직원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어떻게 매력을 주고 만족을 주는 거죠?
임상진: 더 다양한 맥주, 더 퀄리티 좋은 맥주, 그리고 더 술맛 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단순히 좋은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에요. 편의점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맥주는 맥주를 마시는 ‘공간 비즈니스’를 합니다.
와인이든 위스키든 수제맥주든, 이제 다들 취하려고 먹는 술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봐요. 빨리 취하려고 쏘맥 마시고, 2차 맥주도 그냥 시원하게 입가심하려는 시대가 가고 있는 거죠. 수제맥주만 해도 다들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잖아요? 시장이 성숙했다는 거고, 저희도 거기에 맞춰서 나가야죠. 소비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저희도 더 빨리 시장을 리딩하려 합니다.
이: 투자도 꽤 받으셨던데 상장 계획도 있으세요?
임상진: 네. 상장은 자본시장에서 인정받는 거잖아요? 프랜차이즈가 상장하는 게 쉽지 않아요.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투자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생활맥주가 ‘맥주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 직원들도 스톡옵션을 통해 로열티와 부를 늘렸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