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창업한지 6년된 위인터랙티브를 폐업을 하였다.
6년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한번 실패한 사업가로써 후배들은 똑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라며, 또 내가 걸어온 길을 반성해보며 몇 글자 남겨본다.
1. 너무 순조로운 창업, 오히려 독이 된다.
단돈 백만원이라도 자기 매출을 만들어라.
고교시절부터 벤처창업에 꿈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창업을 위해 대학도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을 하고 직장도 내가 창업을 하고 싶었던 분야인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SK컴즈를 선택하여 들어가게 되었다. 정말 피나는 노력 끝에 2년만에 PM도 해보고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무작정 퇴사를 하여 창업을 하게 되었다.
퇴사 이후 사업 아이템을 디벨롭한 나는 중기청에서 주최하는 벤처대회와 이통3사에서 주최한 모든 벤처대회에서 수상을 하면서 구하기 어려워 보였던 자본금 5000만원도 상금으로 쉽게 모를 수 있었다. 또한 법인도 내기도 전에 시험삼아 지원했던 국가 R&D 과제에 지원을 하여 1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부터 너무도 순조롭게 창업을 하게 되었고 그 뒤에도 국가 R&D 과제에 연달아 선정이 되어 자금면에서 그래도 남들보다 여유롭게 시작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돈이 생각보다 쉽게 모이자 절실한 마음도 사라지고 그렇게 모아진 돈으로 좋은 대우로 개발자들도 뽑았다. 사람들은 IT 벤처를 하면 외주개발 사업을 꼭 해야 한다고 말을 하였지만 나는 외주개발 사업을 전혀 하지 않은 체 사업을 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험난한(?) IT업계를 경험하지 못하였고 그 세계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배울 수가 없었다.
물론 외주개발 사업을 하지 않고 본 사업에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좋았으나 VC로부터 1차 투자에 10억 이상 투자를 받지 않은 이상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줄 모른다. 언제 올 줄 모르는 (재무적) 위기에 대처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 험난한 외주개발 또한 경험을 많이 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단돈 100만원이라도 스스로 매출을 내본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2.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다워야 한다.
처음 사업 아이템은 검색어 매칭 실시간 인스턴트 커뮤니티에 대한 아이템이다. 수많은 벤처대회를 통해 그 우수성(?)은 입증되었지만 실제로 개발을 하고 베타테스트를 해보니 포털에서 하지 않으면 힘든 아이템이었다는 것을 느꼈고 그 때문에 클로즈 베타 서비스만 하고 과감히(?) 접었다.
두 번째 아이템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져 사업이었다. 국내에 아이폰이 나오기 전 왓츠앱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나는 즉시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너무 큰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SKT, KT와 계약을 하여 피처폰과도 메세징이 되도록 하였고 아이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옴니아폰용 앱도 개발하였고 심지여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SNS도 함께 개발하였다.
물론(?!) 모든 서비스는 웹과 모바일웹과도 연동이 되도록 개발하였다. -_-;;; 아이폰용 앱만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 출시한 카카오톡과는 너무도 상반된 행보였다. 결국 출시 시기를 놓쳤고 마이피플까지 출시가 되면서 시작되었던 모바일 메신져 전쟁에 지레 겁먹고 출시조차 못하였다.
세 번째 아이템은 소셜검색과 뉴스큐레이션 서비스였다. 검색이란 것이 워낙 인력과 인프라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었지만 구성원들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오픈을 하였다.
특히 SNS 데이터에 기반한 뉴스큐레이션 서비스는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폰용 앱만 5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하지만 검색이란 사업의 특성상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투자유치를 받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위와 같은 경험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만들기 ─ 측정 ─ 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꾸준히 혁신해 나가는 린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은 그 리소스가 매우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 보고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모바일 세상이다. 모바일은 심플해야 한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모바일 서비스에서 1+1=0.5 이라고 했다. 대단히 공감하는 말이다. 스타트업일수록 심플한 아이템과 심플한 사고가 필요하다. 나는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도전하지 못할 사업 아이템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느낀점은 스타트업이 해서는 안될 아이템(검색엔진 같은… -_-;; )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팀에 카이스트, 서울대 출신 개발자들을 다수 가지고 있고 VC에서 1차 투자로 10억이상 투자 유치할 능력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나의 실패는 스타트업다운 아이템 선정도 못했을 뿐더러 그 실행에 있어서도 심플하고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기업 보다도 규모가 크고 실행이 느렸다. 스타트업의 생명은 심플과 스피드인데 말이다.
3. 국가 지원금과 VC투자 같은 요행을 바라지 말자.
본인은 창업 당시 본인은 국내 최고 권위의 벤처 어워드에서 수 차례나 수상을 하는 등 두각을 보였고 이로 인해 VC(벤처캐피털)로 부터 투자가 쉽게 이루어질 줄 알았다. 몇 달이 지난 후에 이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얼리스테이지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VC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실리콘 벨리의 VC의 자금줄인 연기금 등의 펀드 회수 기간은 최소 5년 ~ 10년인데 반해 한국은 3년으로 매우 짧다.
즉, 한국의 VC들은 3년만에 수익을 거둬야만 하기 때문에 상장 직전에 있는 중견기업에만 투자를 하거나 포카서(포항공대, 카이스트, 서울대) 출신 개발자가 모인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서 대기업에 매각을 시켜 수익을 창출한다. (업계 전문용어로 인신매매라고 한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전용펀드나 엔젤투자 매칭펀드 등이 생겨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체감하기에는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가 R&D 과제를 통해 사업자금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가 R&D 과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빨리 시도해보고 빨리 망하고(부채 없이) 또다시 시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 R&D 과제 때문에 연명하고 있는 좀비기업들이 너무도 많다.
국가 R&D 과제를 몇 번 해보면 알겠지만 심사위원은 학계의 교수님들로 주로 구성되어있고 심사 과정에서는 사업성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작성된 페이퍼상의 기술만 본다. 그렇기 때문에 과제를 따기 위한 공식이 존재하고 하려고 하는 사업 아이템과 무관하지만 과제를 따기 위한 제안서를 내서 과제를 따는 기업들이 많다.
이렇게 과제를 따낸 기업들은 좀비처럼 생명만 붙어있는 상태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부채는 감당할 수 없게 늘어나고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본인도 창업초기 때부터 국가 R&D 과제를 꾸준히 받으며 사업을 해왔다. 처음에는 일정하게 돈이 들어오니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국가 R&D 과제에 집착해가는 내가 보였다.
딱 두 번째 아이템까지 실패를 해보고 새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계속해서 과제를 해가며 사업을 해나갔고 결국 과제 때문에 엄청난 부채를 지고 이제는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본인의 과제 문제는 논외 이므로 링크로 대신함.)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가 R&D 과제를 없애버리고 그 돈으로 스타트업 펀드를 만들어 VC에 주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소한 VC에서 사업성을 평가하고 투자를 할 것이고 창업자는 지분을 주는 것이니 신중히 투자를 받을 것이다. 또한 창업자는 과제를 따기 위한 제안서도 쓰지 않을 것이고 VC에서는 수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멘토링을 할 것이다.
사업의 특성이 플랫폼이냐 서비스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서비스라면 빨리 시도를 해보고 망하는 것(부채 없이)을 추천하고 싶다. 국가 지원금과 VC투자 같은 요행을 바라지 않고 열심히 사업을 하다 보면 VC에서 먼저 찾아올 것이다.
4. 부채를 만들지 말라
아직 한국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이다. 우리는 창업하는 순간부터 부채를 떠안고 시작한다. 그 부채는 바로 기술보증기금, 벤처기업인증을 받으려면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벤처기업이 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렇게 받은 대출은 처음에는 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사업을 하게 되면 백이면 백 다 쓰게 되어있다. 요즘은 창업을 활성화 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매출이 없어도 중진공이나 NIPA에서 쉽게 대출을 해준다.
본인은 창업 5년차까지 부채는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국가 R&D 과제의 문제(위에서 언급한 링크 참조)가 생겨 갑자기 2억원의 부채가 생겼고 그 후로 국가 R&D 과제에 참여를 할 수가 없어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결국 사업자를 폐업하였지만 대표자 연대보증 때문에 개인파산을 해야만 했다.
폐업이후 요즘 가장 핫한 글로벌 벤처기업으로부터 Chief 급으로 오퍼를 받고 너무 기뻤지만 갈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개인파산을 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아무런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어서다.
다시 창업을 하는데도 이러한 제약은 큰 장애 요소가 된다. 최소 5년 이상 기업대출 및 투자, 개인대출 또한 되지 않는다. 사실상 재기를 하고 사업을 다시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실패는 해도 부채만큼은 지지 말도록 하자.
원문: 디지털 연금술사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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