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황에 연 600% 성장을 이뤄낸 센디
이승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염상준: 화물운송매칭 플랫폼 ‘센디’ 대표 염상준입니다.
이승환: 화물운송 매칭은 뭐죠?
염상준: 카카오택시처럼 화물 보낼 때 트럭 매칭해주는 거죠. 택시도 사람 많거나 비 오거나 하면 잘 안 잡히죠? 화물은 정가도 없고 차량 종류도 많으니 훨씬 복잡합니다. 센디는 앱이나 웹으로 몇몇 정보만 입력하면 눈탱이 안 맞는 단가로 트럭을 매칭해드립니다. 전문 용어로는 ‘화물주선업체’라고 합니다.
이승환: 잘 되고 있습니까?
염상준: 작년 1월 대비, 올해 1월 매출이 600% 이상 컸습니다. 아마 올해 매출은 200억은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승환: 이 불경기에 연 600%라니, 진짜 급성장이네요.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염상준: 아닙니다. 아직 저희는 듣보잡이 맞구요. 국내 육상 물류 시장을 40조 정도고, 저희가 하는 용달 쪽은 8조 정도입니다. 저희 매출 200~300억은 명함도 못 내밀 레벨입니다. 2~3천억 찍어도 존재감도 없을 정도로 큰 시장인 거죠.
이승환: 엄청난 시장이네요…
염상준: 네, 용달이나 화물 보낼 때 “센디하세요”가 제 꿈인데, 그러려면 한 1조는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화물 용달, 가격 예측이 불가능했던 이유
이승환: 근데 그렇게 좋은 시장이면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을까요?
염상준: 모 대기업이 1년만에 철수한 적도 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대기업이 들어오고 있죠.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플레이어는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기업이 진출하겠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승환: 뭐 때문인가요?
염상준: 택시는 카카오, 우티, 타다 등 많잖아요? 택시는 ‘표준화’되어있어 가능합니다. 가격도 미터기 제도가 있고 인간이라는 ‘한 가지 짐’을 승용차라는 ‘한가지 차’ 로 보내죠. 화물 운송은 다릅니다. 정가라는 것도 없고, 짐의 형태는 수천 수만가지입니다. 트럭도 0.5톤, 1톤, 1.2톤, 1.4톤, 2톤, 2.5톤, 3톤… 그리고 짐에 따라 냉장 냉동 탑차 보내야 되고, 긴 거는 초장축, 인간이 못 들면 리프트, 호로차……
이승환: 복잡하네요;;;
염상준: 화물마다 컨디션이 다르고 기사님 성향도 다 달라요. 장거리는 안 뛰는 기사, B2B는 갑질 땜에 안 하는 기사, 물이 질질 흐르는 농산물 같은 거 안 하는 기사… 이런 거 하나하나를 고려해 매칭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물류센터 납품경험이 없으면 현장에서 해매기도 하고, 갔는데 하차팀이 없기도 하고…
이승환: 데이터를 쌓으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염상준: 네. 근데 누가 데이터를 쌓고, 누가 어떻게 구현을 하는가의 문제죠. 택시는 출발지와 목적지만 누르면 예상 요금이 뜹니다. 그리고 실제 요금과 별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화물 운송은 러시아워, 유류비, 요소수, 날씨 등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단 거리와 짐에 비례해서 대충 15만원을 불렀다 해요. 그런데 오늘따라 기사가 없어요. 기사 한 분이 18만원 주면 가겠다고 해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해요?
이승환: 죄송합니다, 고객님 3만 원 더 내시면…
염상준: 그러면 다른 주선사 알아보죠. 택시 예상요금 1만원 떠서 불렀는데, 갑자기 5천원 더 내라고 하면 화나잖아요? 화물은 미터기가 없으니 두 개밖에 없어요. 대부분 그냥 취소시키든가, 아니면 고객 대신 3만원을 내주고 18만원에 배차해 주든가예요. 많이 쓰는 거래처 같은 경우 주선사가 고정단가 해두고 손실구간 이익구간 관리하지만, 온디멘드 화물의 경우는 주선사도 어지간히 경험 쌓인 담당 없이는 상당히 곤란해요. 기사님과 고객, 양쪽 모두에서 욕먹기 일쑤죠.
기사 평균 연령 61.5세, 열악한 용달화물 시장
이승환: 근데 ‘고객님 3만원만 더…’ 문제는 대기업 뿐 아니라 님들도 겪었을텐데 어떻게 해결했나요?
염상준: 일단 양쪽에 존—- 나 빌었죠… 진정성 있게, 꾸준히, 매일매일… 이렇게 하는 인건비가 더 비싼데, 그래야 기사님들께 물량도 공급되고 실제 매칭데이터도 쌓입니다. 그렇게 버티는 동안 개발팀이 AI 가격예측시스템을 고도화했어요. 그 전까지는 고객은 “비싸서 못쓰겠다”, 기사님은 “똥단가라 못가겠다” 리뷰가 엄청 많았어요.
이승환: ……
염상준: 그렇게 사람으로 버티며 AI 배차 시스템이 안정화되자, 양측 만족도가 50%이던 게, 지금은 95%까지 올라왔습니다. 사실 저는 초기에 AI 배차 가격에 대해 조금 두려움이 있었어요. 양측에서 욕만 더 먹고 마는게 아닐까, 그래도 상황이 다양한데 사람이 배차하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계속 버티고 개발하며 만족도가 기존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겨우 안심했습니다.
이승환: 음… 그런 업무는 콜센터 외주 주면 안 되나요;;;
염상준: 왜 되는지 왜 안 되는지 알려면 직접 해봐야 합니다. 경험과 데이터가 사람에게 쌓이고 빠르게 제품에 반영되어야 하니까요. 콜 받으면 진짜 욕설이 오가거든요. 처음에 센디 시작했을 때 기사님들이 ‘센디는 욕을 안 해서 좋다’는 거에 충격 받았습니다. 주선사는 화주 욕하고 기사 욕하고, 기사님들은 주선사 욕하고… 다들 그냥 스트레스 가득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던 거예요. 혹시, 용달트럭 모는 기사님들 평균 연령이 몇일 것 같아요?
이승환: 글쎄요… 한 40~50?
염상준: 통계청 자료로는 평균 61.5세에 한 달 수입은 180~230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물론 더 젊고 수입 높은 분도 많지만, 매출에서 보험금 내고 기름값 빼고 보험료 내고하면 평균은 그것밖에 안 나와요. 이런 분이 전국에 17만명이상 있습니다. 게다가 화물운송면허없는 흰 번호판 기사님들과도 경쟁이고… 정말 쉽지 않은 시장이죠…
이승환: 그러면 주선업자들이 기사님들을 다 쥐어짜는 건가요?
염상준: 그렇지도 않습니다. 화물 주선업 대한민국 상위 10위까지 영업이익률이 2% 수준입니다. 광고비는 매년 오르고 고객들은 저단가를 원하는데 기사님들은 그걸로는 만족스럽지 못하고 주선업하시는 분들도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죠.
돈 떼이는 게 일상이던 화물운송, 센디의 IT 기술로 개선하다
이승환: 뭐가 다들 돈 못 벌고 힘든 시장이죠… 요즘 화물기사 돈 잘 번다 기사도 많던데…
염상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1톤 이하 용달, 1~5톤 개별화물, 5~25톤 일반화물, 이렇게 저희가 하는 용달, 개별화물시장과는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분들도 25톤 벤츠 트럭 한 대 사서 엄청난 할부금, 기름값 다 갚을 때까지 하루 열몇 시간 운전합니다. 그 고생하는데 돈 잘 번다 하기는 그렇죠. 엄청난 체력과 성실함이 요구됩니다. 반면 지금 소형 용달트럭 모는 분들은 안정적인 계약과는 거리가 먼 분도 많고, 또 고정거래했더니 돈을 떼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승환: ……
염상준: 아무튼 어느 정도 조직화가 된 일반화물도 쉽지 않은데 용달, 개별화물은 어떻겠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희가 성공하고 돈 벌려고 사업했지만, 일하다 보니 좀 사명감 같은 것도 생겼습니다. 좋은 일감을 많이 만들어서 운전만 해도 돈 떼이는 일 없이 기사님들이 행복했으면 하고요. 물류 다단계 거래 해결 의지나 결제 투명화 같은 것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에서 창의혁신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이승환: 기사님들 환경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염상준: 저희가 고객 설문조사 했을 때 고객 요청사항 1위가 ‘기사님들 처우 좋게 해 줬으면 좋겠다’였어요. 가격 싸게, 기능추가는 2~3위였고요. 센디고객들은 선진국마인드죠. 화주분들도 기사님 고생하는 거 알아요. 기사님들이 일하고 평균 49.9일(통계청) 이후 정산을 받으시는데요. 불법 다단계 주선도 많으니 그중 한 군데라도 현금흐름에 문제 생기면 돈이 떼이는 경우도 많아요. 또 일이 몰릴 때는 몰리는데 허탕 치는 날도 많고, 기껏 짐 싣고 갔더니 인수 거부해서 본인 돈으로 폐기하는 경우도 있고…
이승환: 진짜 아사리판이네요.
염상준: 힘들죠… 그런데 센디는 IT 서비스잖아요. 모든 게 기록에 남아요. 말도 안 되는 상황, 악성화주, 기사님들, 모두에게 그런 상황을 기술이나 정책으로 줄여줄 수 있어요. 결제는 당연히 정확하죠. 기사님 본인이 관리하실 필요도 없고요. 저희가 처리하는 물량과 매칭하는 기사님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정확해지며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거죠. 하루에 여러 가지 데이터가 4~5만 건씩 쌓이고 있어요.
이승환: 아까 보통 주선업체에 콜 들어와도 매칭 안 되는 건이 꽤 된다 하지 않았나요?
염상준: 저희도 처음에는 그랬죠. 사실 1년 반 정도가 그랬습니다. 근데 그걸 내부에서 운영으로 버티고 버티며 데이터를 쌓으며 면밀하게 분류했죠. 어떻게든 운영팀이 허슬해서 매칭을 시켰구요. 이걸 이제 또 AI로 학습시키니 AI 운임이 굉장히 정확해졌습니다. 지금은 센디 운송 만족도도 95%를 넘었어요. 점점 네트워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배차가 빨라지고 정확도가 높아지니 만족도도 계속 높아질 겁니다.
20대에 떼돈 벌고 30대 초반에 3억 빚을 지다
이승환: 그나저나 어쩌다 이런 남들 잘 모르는 일을 하게 된 겁니까?
염상준: 제가 부산대 무역학과 출신인데, 저 때는 그냥 당구 치다가 ‘형님, 과사무실에 추천서 남는 거 있습니까?’ 하면 대기업 가던 때였어요. 근데 제가 그때 이미 돈을 잘 벌었어요. 입시반 과외도 하고 가게도 만들어 팔고 운 좋게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샵도 만들어 팔고… 강남 아파트 하나에 1억 좀 넘을 때 몇억 있었으니, 30대에는 최소 100억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취업 대신 모은 돈 몽땅 들고 강남으로 와서 사무실부터 만들었죠.
이승환: 대단하시군요. ㄷㄷㄷ
염상준: 근데 막상 30대가 되니 빚이 3억에 신불이 돼 있더라고요. ㄷㄷ
이승환: …… 뭔 짓을 해서;;;
염상준: 서울에 올라와서 아웃백 같은 F&B 프랜차이즈 사업을 크게 시작했어요. 근데 저는 그때까지 작은 장사를 트랜드에 맞게 소규모로 잘한 거지, 막상 규모 있게 시작해 보니 재료를 싸게 사는 법도 모르네? 원가율도 모르네? 채용도 못 하네? 마케팅도 모르네? 개인이 모을 때야 1~2억이 큰돈이지, 회사 만들어 가지고 좀 마케팅 좀 해볼까? 뭐 좀 해볼까? 이러면 4~5억도 금방이에요. 그렇게 서른에 빚 3억을 진 거죠.
이승환: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염상준: 망하고 역삼역 스타타워 뒤에 월세 30만 원짜리 반지하에 있었거든요. 친구 아버님이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건당 수수료를 많이 주신다고 해서, 그걸로 일단 사람 빚부터 어떻게든 갚겠다 마음먹었죠. 강남 3구 꼬마빌딩 꼭대기 층에 사장님들이 계신 곳도 많고, 한 층씩 내려가며 인테리어 명함을 돌렸어요. “안녕하세요, 화장실 인테리어라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 한 주에 한두 번씩 연락이 와요. 주로 지방에서 서울 오신 사장님들이, 본인의 서울 상경기가 생각나시는지 도와준 거죠.
이승환: 님 독하네요;;;
염상준: 근데 효율이 너무 안 나오긴 했어요. 그러다 이사 업체 사장님들하고 술자리에서 친해졌는데 전화가 옵니다. “야, 지금 사무실 이삿짐 옮겨줬는데, 얘들 다 고쳐야 될 것 같아. 내가 엄청 잘한다고 소개해 놨어” 정이 많은 이사업체 사장님들이, 제가 30대 초반이고 촌놈이고 그러다 보니까 자기 일 같은 거죠. 그게 어떻게 잘 돼서 2년이 안 돼서 사람들 빚을 다 갚았어요. 근데 막상 빚 갚고 나니 번아웃이 딱 오더라고요. 번아웃이 뭔지도 몰랐는데, 너무 힘들고 외로워져서 그냥 돈이고 뭐고 모르겠다, 부산 내려왔어요.
개발을 전혀 모르는 문과 출신, 1류 CTO를 술과 학벌로 꼬시다
이승환: 부산 다시 내려와서 뭐 했습니까?
염상준: 놀았습니다. 게임하고…
이승환: ……
염상준: 매일 ‘뭔가 시작하고 싶은데, 내가 왜 이러지?’ 라 생각은 했죠. 했는데, 힘이 하나도 안 났어요. 한 2~3년 게임하고 치킨 먹고… 어찌어찌 작은 가게 하나 차려서 여친한테 맡기고 신경도 안 썼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의 파트너 정재욱 이사를 만나게 됩니다. 신불자인 저한테 와가지고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러는 거예요. 이거 뭔 미친놈이지? 싶었는데 또 누가 치켜세워주니 신나잖아요. 소싯적에 조그만 사업하며 돈 번 이야기 해줬죠. 그러니 “형님, 그럼 뭔 사업해야 합니까?” 하기에 “마, 앞으로는 IT야!” 큰소리치고 아이폰3GS 쓰고 허세 떨고 소주 먹고…
이승환: ……
염상준: 근데 막상 신불 풀리고 실제로 IT 사업 하려니까 저는 문과, 정재욱 이사는 체육 전공이었습니다. 이제는 팀이 중요하다 해서, 대기업서 영업 잘하던 최진휘 이사도 합류했죠. “이제 모바일 사업을 하자!” 그래서 일단 개발자들 많은 앱 개발센터에 셋이 양복에 넥타이하고 갔습니다. 남들 열심히 코딩하는데 옆에 가서 ‘야 같이 해볼래? 우리랑 해볼래?’ 매일 그짓 하는데 누가같이 합니까? 그런데 딱 한명 우리랑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우리 CTO인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김태훈 박사과정이었죠.
이승환: 부산대 컴공 박사과정이 왜 님들이랑 일하죠;;;
염상준: 취업은 확정된 곳이 있는데 두 달 정도 떠 있다는 거예요. 그동안 부산 IT 하는 사람들을 지역 봉사 차원에서 큰 프로젝트 한 경험도 나누고 돕겠다나… 생선구이 집에 일단 불러서 소주 먹으며 말했죠 “나 좀 도와도고, 니도 부산대, 내도 부산대…”, ” 대기업 가는 것보다 나랑 만드는 게..” 근데 우리 상태를 체크해보더니, 왜 저희가 IT서비스 하면 안 되는지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설명하는 겁니다. 매우 논리적이고 똑똑했어요. 아무리해도 말귀를 못 알아먹는 선배가 딱했던지 취업 취소하고 아예 합류해 주더라고요. 이 친구가 따온 정부 과제로 2년 좀비기업으로 연명하다 나온 게 이사 플랫폼입니다.
이승환: 그건 돈 좀 벌었습니까?
염상준: 조금은 벌었습니다. 예전에 저 도와주셨던 이사업체 하나하나 가서 “100만 원 내고 가입하십쇼. 제가 일거리 다 따오겠습니다” 이렇게 감언이설을 내뱉은 거죠. 당시 네이버에서 ‘이사’ 키워드 클릭만 해도 2만 원 정도 빠졌어요. 하루에 몇백만 원도 깨지는데 오더가 잘 안 들어왔죠. 그런데 우리는 일감 단단히 챙겨주겠다. 당연히 좋아하죠. 근데 반년이 지나도 다운로드가 1500인가 밖에 안 됐어요. 가입자가 없으니 이사 매칭도 잘 안됐죠. 그때 제 인생의 은인 중 하나인 선현국 대표님을 뵙게 됐죠.
코로나로 완전히 사라져버린 잠깐의 달콤한 성공
이승환: 선현국 대표님은 어떤…
이승환: 와… 대박이네요. 이사 플랫폼은 승승장구했습니까?
염상준: 매출이나 이런 건 나쁘지 않았는데, 결정적으로 아니다 싶은 게 있었어요. 가정이사는 방문 견적이 필수예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트럭 한 대가 필요할지 두 대가 필요할지 몰라요. 또 견적만 보고 오케이 했는데, 언덕 높고 좁은 동네라서 차가 안 들어가네? 그래서 무조건 방문 견적을 가야 돼요. 방문 견적을 못 뺀다는 건, 결국 최종 컨트롤을 플랫폼이 아닌 사람이 하는 거죠. 사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이사업체보다 1톤 용달차 증가수가 훨씬 크더라고요. 몇 달 동안 내내.
이승환: 아… 여긴 어차피 1톤 트럭 한 대면 커버되니까?
염상준: 네. 저희 주 타겟은 아닌데, 기사님들이 적극적으로 이사 말고 다른 짐도 주면 다 하겠다는 거예요. 이사는 맞춤형이 힘들어요. 팀이 시간 딱 맞춰서 4명씩 가야 하니까 스케줄링도 업체 위주죠. 그런데 용달은 3시간 전에 줘도 땡큐 하고 받아 가요. 또 이사랑 달리 묶음으로도 돼요. 택시는 합승이 불법이잖아요? 근데 용달은 여러 짐 동시에 하면 고객은 싸서 좋고, 기사님은 돈을 많이 벌어서 좋죠. 몇 달 동안 시장조사하고 기사님들 미팅하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경쟁력이나 시장의 크기와 문제로 볼때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바로 화물용달 플랫폼 ‘센디’를 런칭했어요.
이승환: 어… 서비스 두 개 동시에 돌리기 빡셀 건데….
염상준: 직원들이 진짜 싫어하더라고요. 아무리 설득해도 안돼요. 초기 투자사 눈치도 보이고 그래서, 아예 회사 이름을 센디로 바꿔버렸거든요. 직원들이 “저희 왜 센디 해야 해요?”라고 하면 “회사가 센디니까 센디 해야지”라고 답했죠. 그리고 정재욱 이사한테 전화기 주고 “지금부터 우리는 화물주선 업체다. 주변에 화주들한테 우리 화물 주선업도 한다고 다 전화 돌려라”고 했죠. 이렇게 하루에 몇백 통전화 하니까 진짜 입 안에 단내가 나더라고요. 최진휘 이사와 열심히 영업하는데 그래도 신났어요. 노력한 만큼 올라가니까.
이승환: 님 참 대단하십니다…
염상준: 그렇게 몇 달 하니까 또 이사 플랫폼만큼 매출이 나왔어요. VC들도 피벗해서 허슬하고 빠르게 매출 내는 거에 긍정적이더라고요. 그렇게 시리즈A 20억을 받기로 했죠. 여러 VC가 같이 투자하는 클럽딜로 15억은 채워졌고 5억만 채우면 된다… 하는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죠. 당시 냉장냉동차부터 타격을 입기 시작해서 지표가 막 빠지기 시작해요. 여기에 두어 달 뒤엔 VC 대면도 금지되는 곳이 많았어요. 만나서 설득이라도 해봐야 하는데… 1월에 투자금 들어올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2월부턴 월급도 못 줄 판이 됐습니다. 약속받은 투자처도 빠지기 시작하고…
망하기 직전의 회사, 직원들이 돈을 빌려주며 연명하다
이승환: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염상준: 직원들한테 이야기했죠. 이번 달 월급 줄 돈도 없긴 한데, 그래도 센디 정말 좋은 사업인 거 다들 알지 않냐? 열심히 하면 투자든 뭐든 될 거다… 빌려서라도 월급은 미루는 일 없게 하겠다. 근데 직원들 월급보다 당장 기사님들 결제일이 문제였어요. 그동안 우리가 매달 투명하게 정산 잘해줘서 기사님들이 참 좋아했거든요. 근데 결제일이 한번 밀리기 시작하니, 진짜 평생 악플 받을 거 그때 다 받았어요. 기사님들 사이에서 “센디, 저새끼들 믿지 마라. 기존 주선사보다 더 나쁜 새끼들이다…”
이승환: ……
염상준: 저야 뭐 험한 일 다 겪어서 그렇다 치고, 그때 우리 운영팀장이 부산대 석사출신 여성이었는데 얘가 “이 개XX년아” 이런 전화를 하루 2~30통씩 받고 있던 거예요. 대표 잘못 만나서 뭔고생이나 싶고 미안하고… 근데 급여 결제해야 해서 “우리 얼마 남았노?” 하니 담당 직원이 “7500원이요.” 이러는 겁니다. “7500만원이라고?” “아니오, 7500원요”
이승환: 어떻게 빌려서라도 처리해야겠군요.
염상준: 제가 친척들이 되게 많거든요, 친구도 많고. 삼촌이고 사촌이고 “천만원만 빌리도” 이걸 계속하는 거죠. 이 짓을 한 반년 하면 친척이건 친구건 다 차단당해요. 그래도 제가 사람 빚을 떼어먹거나, 힘들다고 전화를 안 받는 일은 살면서 없었거든요. 어떻게든 빌렸죠. 저축은행대출, 카드론, 이 짓도 한 5달 되니까 막막했죠. 그 와중에 그 운영팀장이 잠깐 보자는 거예요. 힘들어서 그만두나 이직하나 생각에 겁먹고 있는데… 지금 우리 기사들 결제 더 밀리면 신뢰 떨어지니까, 결혼 때문에 적금 든 5천을 빌려주겠다는 거예요.
이승환: ……
염상준: 여기는 부산이잖아요. 고맙다 하고 덥썩 받고 싶은데 “마, 괜찮겠나? 니 그러다 내처럼 신불 된다? 하루만 딱 더 생각해봐라…” 하니 눈빛 막 흔들리다가, 그다음 날 적금 해지하고 5천을 주더라고요. 그걸로 담날 기사님들 사과하면서 결제해 주고… 제가 불쌍해 보였는지, 이제 직원들이 매달 2~3천씩 빌려주더라고요. 팀리더들은 급여 받아 빌려주고…
이승환: 무슨 만화라도 말도 안 된다고 할 이야기 같네요…
염상준: 사실 그때 매일 회사 나가는 게 무서웠어요. 직원들이 ‘대표님’ 하면 겁부터 나더라고요. 결제요청인가? 그만둔다는 걸까? 어느 날 웃는 연습 하면서 거울 보는데 눈물이 씩 나는 거예요. 왔구나, 이게 공황장애인가? 그래도 대표가 회사를 안 갈수는 없으니 가야죠. 직원들한테 돈 빌리는데 “니 나한테 왜 빌려주노?” 하면 얘들이 “센디 잘될 거잖아요? 좋은 사업인데”라고 해요. 내가 했던 말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10달을 버텼는데 초기 투자사들이 조금씩 도와주시고, 10달 동안 기다려주신 고마우신 투자자 분이 계셔서 투자유치를 마무리했죠.
몸으로 때우고 버텼기에 이룰 수 있었던 정확성과 성장
이승환: 그 끈끈한 팀도 결국 성과를 냈으니 투자를 받았을 텐데… 근데 돈도 없이 어떻게 성과를 낸 거죠?
염상준: 음… 솔직히 지표상 대단한 성장은 없었습니다. 아는 만큼 돈 버는 건데 이제 2년쯤 하며 뭘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뭐가 필요한지는 많이 아니까,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말씀은 많이 드렸죠. 최근에 우리 회사가 1년 넘게 꽤 성장했잖아요? 저는 그게 끊임없이 노력했는데 별 성장 없던 그 시간들 때문이라 생각해요.
이승환: 에… 그게 무슨 말이죠?
염상준: 어떤 사업이든 기획할 때는 신나고 잘될 것 같지만, 오픈하면 온갖 문제점이 드러나잖아요. 당연해요. 쉬운 일이면 기존에 누군가 해결했겠죠. 그런데 힘든 문제일수록 흙탕물에 발 담그고 들어가야 해결이 되는데, 규모가 크고 혁신이 덜 된 쪽일수록 그 난이도는 계속 올라가요. 그래서 저는 제 성향이 화물운송하고 되게 잘 맞다고 생각해요.
이승환: 어떤 점에서죠?
염상준: 기존 네트워크, 접수부터 결제, 매칭, 정산 복잡하고 문제가 많지만, 직접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임계점이 넘어야 제대로 된 성장이 와요. 그 과정들이 진입장벽이 되고 규모의 경제가 되는 시점부터는 네트워크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잖아요. 결국 용달 시장 문제는 누군가 해결할 거고, 그건 제일 잘 알고 고생하며 배운 팀의 몫일 거라 생각해요.
이승환: 왜 아직 해결이 안 됐을까요? 투자 많이 받은 곳도 많을 텐데.
염상준: 실제로 투자 많이 받은 스타트업들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투자 많이 받았으면 빨리 성장해야 하잖아요? 문제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량이 늘어나면,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그게 다 비용이 되는 거죠. 플랫폼이 성장할 때, 기존 고객의 문제를 점점 더 많이 해결하고 있어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허슬도 하고 고도화도 동시에 해야 해요. 단순히 펀딩을 많이 받아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이승환: 하긴 아까 떼이는 경우처럼 시장의 문제가 많고 많다고…
염상준: 네. 저희가 제일 잘나서 시장을 혁신할 수 있다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여러 이유로 성장하지 못했던 기간 동안, 이 시장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인 기사님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고, 또 빨리 물량들이 늘지 않아 화주의 페인포인트도 해결할 시간과 데이터를 축적해갈 수 있었죠. 힘든 시간이 오히려 운이 좋았던 거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요. 올해부터는 기술적으로 격차를 벌릴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99% 매칭되고 네트워크 효과를 기사님들과 화주가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저희 하기 나름이겠죠.
모든 걸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며 깔끔한 거래를 만들어낸 센디
이승환: 기사님들께 투명한 정산과 좋은 일감을 주려고 노력한다니, 기사님들이 좋아하겠네요.
염상준: 다 기사님들 덕이죠. 얼마 전에 저희 기사님 전국간담회를 가졌어요. 그중 저희 힘들 때, 7개월 간 돈 못 받으면서 계속 일 따가고 기다려주신 분이 있어요. 직접 뵙고 너무 죄송하다 감사하다 말씀드렸죠. 그러니 “사장 얼굴 한 번 보러 왔어. 여기 말고도 다른데 일도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그냥 기다려 줬어. 사실은 내가 뭐 큰 데 망할 때마다 오백씩 천씩 떼여 본 게 한두 번도 아닌데. 근데 7개월 있다가 한 번에 입금해 주니까 적금 탄 거 같고 너무 좋더라고.”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승환: 와, 감동이네요…
염상준: 아무리 급하면 천천히 달라고 하셨어도 제 입장에서는 은인이죠. 기사님들이 사람대접 못 받는 경우도 있고 돈 떼이고 하다 보니까, 어떤 플랫폼도 신뢰 안 하거든요. 저희도 한때는 욕밖에 없었고. 요즘은 기사님들이 차에 센디 스티커도 자발적으로 몇백대 부착해주셨고 거래처도 소개해주시고 하십니다.
이승환: 기사님들도 모여야 하지만 화주들도 많이 연락해야 하지 않습니까?
염상준: 네. 기사님들이 종종 센디는 다 좋은데 물량이 아쉽다고, 더 늘리라고 아이디어도 주고, 거래처도 소개해주시고, 답답해서 개발기획도 해주시고… 저희가 잘 못 챙겼는데도 화주분들의 재구매율이 꽤 높아요. 이미 50% 가까이 되고, 데이터 분석해 보면, 그냥 유입되어서 월 몇 건 몇십 건씩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개와 입소문으로 성장세는 계속해서 오를 거라 생각합니다.
이승환: 근데 짐 보내는 화주들은 센디 쓰면 뭐가 좋아서 소개도 합니까?
염상준: 일단 물류관련해서 관리해야 하는 일들이 거의 없어지죠. 저희가 대부분 알아서 해주니까, 물류담당자 없이 사장님이나 경리분 혼자서도 관리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언제 도착하는지 아니까 큰 문제도 예방할 수 있고요. 매달 팩스 운송장 다 모아서 관리하고 확인하고 세금계산서 자동이고 결제도 편하고… 이러다 보니 담당자는 야근 안 해도 되고, 사장님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죠. 물류비용이 저렴한 건 물론이고요. 고도화될수록 더 저렴해질 거고.
이승환: 앞으로 사업은 어떻게 확장하실 생각입니까?
염상준: 저희는 지금 용달, 개별화물 영역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장만 8조 이상 시장이니까 정말 커요. 그리고 매년 더 커지고 있고요. 미국, 중국, 홍콩 등 여러 나라에 화물 영역 유니콘들이 있기도 하구요. 센디가 잘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 해낸다면, 더 큰 물류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고 좀 더 많은 차주와 화주들이 함께 센디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용달이 필요하면 센디하세요”의 그날까지
이승환: 좀 다른 이야기로 왜 계속 본사를 부산에 두십니까? 서울 안 올라오고…
염상준: 우리 개발자들이 총 16명인데 대부분 부산의 컴퓨터 공학과 출신, 아니면 부산대 석박사 출신입니다. 충분히 우수 인력이죠. 근데 서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모두가 서울에 살려고 하지는 않아요. 부산에 남고자 하는 인력 중 최고의 인력은 센디가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 굳이 네이버, 카카오, 쿠팡하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리고 저희도 필요한 인재는 계속해서 모셔오고 있습니다. 이미 네이버 부사장 출신 최성호 대표님도 사외이사로 합류하기도 하셨고요. 언젠가 수출입물류까지 판을 키우게 되면 오히려 부산에 있는 게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승환: 하긴 그랬으니 그 힘든 10개월 동안 안 나가고 돈 빌려주고…
염상준: 고맙죠. 저희 30명 직원 중 그 기간 10달 동안에는 한 명도 이탈 안 했어요. 우리 핵심인력들은 훨씬 네임밸류가 큰 곳들에서 높은 연봉도 제안받았거든요. CTO는 뭐 어마어마한 연봉과 스톡도 매달 제안받더라구요. 촌놈들이라 그렇다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고 마음이 통하는 조직은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턴 급여 수준도 스톡도 제가 신경을 많이 써서 센디가 최고의 선택지가 되게 해야죠. 앞으로는 플랫폼 성장에 기여한 기사님들과도 과실을 점점 함께 할 수 있다면 좀 더 뿌듯하겠네요
이승환: 회사는 어디까지 키우고 싶으세요?
염상준: 쿠팡이 상장하던 날 아주 즐거웠습니다. 와 저게 되는구나. 작년에 비공식적으로 인수나 인수를 전제로 실사를 타진하는 곳은 있었는데 몇십만원 짜리를 몇백원에 파는 것은 임직원과 투자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염상준: 힘들거나 즐겁거나 같이 해준 팀원들에게 그리고 성장이 더딜 때도 믿고 투자해 주신 투자자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도 불완전하고 실수도 많았던 초기 센디를 믿고 꾸준히 사용해 주신 기사님들께도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구요. 저희가 정말 열심히해서 보내는 ‘화주는 더 싸게’ 옮기는 ‘기사님은 더 많이 벌게’하는 센디의 비전을 실행하는 2023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대표님들, 물류담당자님들, “용달이 필요하면 센디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