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 서비스들은 모두에게 같은 상품을 보여주지 않는다. 개인의 특징,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리스트를 보여준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이런 ‘개인화’가 늦어졌다. 피부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지성/건성, 웜톤/쿨톤 등으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되진 않는다. 패션은 사진만 잘 찍어도 컬러, 스타일 등을 분류하기 쉽지만, 피부는 측정부터가 어렵다. 어제와 오늘도 다르고, 전문 측정 장비는 피부과에서나 볼 수 있다. 개인화가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까닭이다.
코스메틱의 개인화를 연 뷰티 AI 스타트업, 아트랩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화가 열리고 있다. 실제 날고 기는 AI 연구자들이 설립한 테크 스타트업 ‘아트랩’이 대표적인 회사다. 스타트업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노정석 대표의 엔젤투자를 시작으로, ‘그’ 네이버와 세계 1위 화장품 ODM 업체인 코스맥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아트랩의 ‘AI 피부 진단 솔루션’은 스마트폰으로 피부를 촬영하면, AI가 피부 상태를 다양한 기준으로 진단하고, 어울리는 화장품을 추천해준다.
기존에 사람이 해온 피부 진단의 문제점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병원을 찾아도, 의사마다 서로 다른 진단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의사는 질환에 대해선 전문가지만, 미용 관점에서의 피부 평가는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을 쓰고, 해당 브랜드와 화장품에 나쁜 인식을 가지는 경우도 잦다.
반면 AI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신뢰도 높은 결과를 뽑아낸다. 엉뚱한 화장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나에게 꼭 맞는’ 화장품을 알 수 있다. 화장품 회사 입장에서도 좋다. 엉뚱한 화장품을 구매할 일이 없으니, 고객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믿음을 준 고객은 계속해서 같은 브랜드 속에서 내게 맞는 제품을 고른다. 화장품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돈 들여 광고하지 않아도 재결제가 일어나니 더없이 좋다.
‘개인화된 코스메틱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업계는 유입율과 전환율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개인화된 코스메틱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가?
‘맞춤형 코스메틱’을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난제는 피부 측정이다. 키나 몸무게 같은 데이터는 숫자로 딱 떨어지기 때문에 왜곡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피부는 다르다. 조명이나 각도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다른 결과를 낸다. 이런 ‘환경 노이즈’를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
단순하게는 환경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아예 전문 기기에 얼굴을 집어넣고 측정한다면 정확도 자체는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비싼 건 물론이고, 기계도 크고 무겁다. 피부는 꾸준한 추적 관찰이 중요한데, 매번 이런 전문 기계를 쓰는 건 불가능하다.
백화점 매장에 키오스크를 두고 측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환경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심지어 백화점엔 대부분 이미 색조화장을 하고 방문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측정이 어렵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서 맨얼굴을 찍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카메라 성능인데, 이는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사라졌다. 두 번째는 각각의 가정마다 조명 등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건 인공지능(AI)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찍은 사진 데이터가 쌓여가며, 조명 등이 달라도 피부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려준다.
사진을 잘 찍었다고 얘기가 끝나는 건 아니다. 동일한 사진이라 해도 어떤 기술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여드름은 칼로 자르듯 ‘여드름 있음/없음’으로 구분할 수 없다. 눈으로 봐도 여드름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회색지대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심지어 의사가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이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수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재구성하고, 라벨링해 AI가 학습하기 좋게 만드는 데이터 전처리 과정은 그 핵심 중 하나다. 또 한 번 만든 AI 모델을 계속 쓰는 게 아니라, 계속 현장과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성능 향상을 시켜야 한다. 이런 순환 과정에는 AI 연구자와 의사의 협업 과정이 필수적이다.
아트랩이 피부 측정 AI라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방법
인공지능으로 피부를 측정하려면 피부 사진이라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인스타그램이나 유라이크가 아닌 한, 어디서 얼굴 사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를 해낸 기업이 한국의 AI 스타트업 ‘아트랩’이다.
아트랩은 약 20만 건 이상의 피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아트랩의 AI 전문가들이 대학병원과의 협업, 디지털뉴딜 사업 등을 통해 DB를 구축하고, 피부 관리 앱 서비스로 고객과 소통해온 결과다.
‘스킨로그’ 앱은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셀카를 찍으면 피부 상태를 측정해주는 앱인데, 여러 사진을 찍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앱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이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더 정확한 피부 진단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데이터의 선순환이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똑같은 사진이라도, 어떻게 해석하고 분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데이터로 가공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개 사진이야 아무나 구분할 수 있지만, 피부 상태는 의사 등 의료 전문가가 직접 구분해 라벨링해야 한다. 우리 눈엔 다 같아 보여도, 여드름 하나만 해도 염증성, 비염증성(화이트헤드, 블랙헤드), 흉터 등 세부적인 진단이 필요하고, 진단에 따라 필요한 케어 방법이 다르다.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모호한 영역이기에, 의사 한두 명과 협업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최대한 많은, 그리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과 협업해야 한다.
다행히 아트랩은 이를 ‘대학병원’과의 협업으로 풀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피부 특성 뿐 아니라, 피부 트러블도 AI가 분석 가능하다.
AI 피부 진단 솔루션: 피부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화된 결과를 보여준다
아트랩은 AI 전후의 뷰티 시장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존의 뷰티 시장은 야후 시절의 포털과 같았다. 산만하게 흩어진 정보 속에 내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하나 클릭하며 찾아다녀야 했다. 앞으로 열릴 새로운 뷰티 시장은 구글과 같다. 복잡한 정보의 나열은 필요 없다. 내 얼굴 사진 하나면, 피부에 꼭 맞는 화장품 정보를 보여준다.
여기서 구글 같은 역할을 하는 아트랩의 AI 엔진이 ‘AI 피부 진단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해 피부 타입을 분석해 주는 동시에 이에 맞는 화장품, 피부 시술 정보 등 정보를 보여준다. 100명의 고객에게 100가지 다른 컨텐츠를 보여주는 유튜브의 맞춤형 기술과 유사하다.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이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찾아 화장품 유목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AI 피부 진단 솔루션은 ‘나보다 더 내 피부를 잘 아는 전문가’로서 화장품 실패를 줄여준다. 기업 차원에서도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고객 데이터 확보는 덤이다. 예를 들어 피부진단을 통해 고객이 여드름으로 고통받고 있단 사실을 알았다면, 기업은 앞으로 이 고객에게 여드름 관련 제품만 노출하면 된다. 97%에 달하는 화장품몰의 높은 이탈률을 감안했을 때, 이건 확실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뷰티업계에 “피부 맞춤”이라는 화두를 던지다
아트랩은 단순히 피부 분석과 화장품 추천에 그치지 않고 ‘맞춤형화장품’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맞춤형화장품은 화장품 업계에선 꿈으로 여겨지는 숙원 사업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최초로 맞춤형화장품법을 제정한 바 있다. 코로나 상황과 비대면 맞춤 기술의 부족으로 성장이 지체되었음에도, 맞춤형화장품 시장은 연 40% 수준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아트랩의 피부 맞춤 기술은 ‘맞춤형화장품’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드투자사인 코스맥스는 ‘뷰티계의 TSMC’로 불리는 글로벌 1위 화장품 제조업체로, 한 해 출시되는 신제품만 5천 건이 넘는다. 맞춤형화장품 제조엔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실제로 아트랩은 코스맥스와 함께 내년 초 맞춤형화장품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트랩은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화장품 기업 A사는 아트랩과 전략적 파트너를 맺어 미래 뷰티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엔 피부과, 성형외과에 시술 효과 트래킹을 위한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데, 개인화된 비포-애프터 비교 기술을 통해 높은 고객만족도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 뒤엔 서울과기대 황상흠 교수, 고려대 최성준 교수, UNIST 이지민 교수, 중앙대 이경재 교수 등 국내 내로라하는 AI연구팀과의 공동연구가 있었다.
모든 것이 개인화되는 시대, 코스메틱의 개인화는 필연이다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만 광고 모델로 세우면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는 똑똑해졌다. 비싼 모델이 광고한다고 그것이 내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 아니란 사실을 다들 안다. 소비자들은 성분 사전을 찾고 화장품 후기를 뒤지며 ‘내게 맞는 피부 솔루션’을 찾고 있지만, 그만큼 잘못된 정보와 광고에 노출되기도 쉬워졌다.
이젠 모두에게 주말 연속극을 틀어주는 TV가 아닌, 내게 맞는 컨텐츠를 보여주는 유튜브가 필요한 시대다. 개인화 기술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다양한 피부 상태가 존재하는 스킨케어는 더더욱 그렇다. AI 기술의 발전과 맞춤형화장품 시장의 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빠른 디지털 전환에 K-뷰티도 대비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정부 지원 AI바우처로 비용 절감 가능
정부가 지원하는 AI바우처 사업은 여러 화장품 회사와 병원이 부담 없이 AI솔루션을 도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정부가 최대 3억 원의 AI솔루션 적용 비용을 지원해주며, 선정될 경우 몇백만원의 비용만으로 아트랩의 AI솔루션 도입이 가능하다.